GS건설, 환경사업 손 털고 본업 회귀 시동
SK에코플랜트도 환경 자회사 매각… 반도체 집중 흐름
유동성 압박에 건설사들 사업 구조 재편 행보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잇따라 환경 자회사를 대규모로 매각하며 본격적인 사업 재편에 나섰다. 한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상징이자 '알짜 사업'으로 꼽혔으나 수익성 한계와 재무 부담이 겹치면서 결국 유동성 확보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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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의 GS이니마 지분 매각 주요 내용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GS건설, 수처리 자회사 매각… SK에코플랜트도 '환경 자회사 3사' 정리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달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지분 전량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에너지 기업 타카(TAQA)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6770억원) 수준으로, GS건설이 2012년 스페인 건설사로부터 GS이니마를 사들인 이후 13년 만의 결별이다.
중동과 유럽 등에서 담수화·폐수 처리를 주요 사업으로 삼았던 GS이니마는 한때 GS건설의 '효자 자회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실적이 좋았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5736억원을 냈고 이 중 당기순이익은 약 10%(558억원)에 달할 만큼 안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GS건설 내 신사업 부문의 주요 축으로서 건설에 집중된 사업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데 기여했다.
그럼에도 매각에 나선 것은 유동성 개선을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기준 GS건설의 순차입금은 2조9000억원, 부채비율은 253%이다. GS건설은 2023년 검단 아파트 현장 재시공에 따른 자금지출 등으로 차입 부담이 늘었다.
만일 지분 매각대금 약 1조300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경우 순차입금은 2조2000억원대로 감소하고, 부채비율 또한 200%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GS건설의 선택과 집중의 전략의 일환으로, 주력 분야에 대한 투자 여력 확대와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주택공급정책 발표 지연과 안전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건설주 전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니마 매각 소식이 전해진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그러나 2분기 주택을 제외한 사업부의 비용 정리와 이니마 매각 계약 체결로 GS건설의 새로운 준비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환경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목표로 2021년 사명까지 변경한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도 지난달 환경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환경 관련 자회사 3곳(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을 글로벌 사모펀드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와 지분 100%를 매각하는 SPA를 체결했다. 매각 규모는 1조7800억원 수준이다.
올 4분기 중 매각 관련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리뉴어스와 리뉴에너지충북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SI)가 보유한 주식을 취득해 지분 100%를 확보한 후 거래에 나선다. 매각이 완료되면 연결 기준 약 1조원의 순현금유입 효과가 예상된다. 상반기 기준 5조5000억원이던 순차입금도 약 4조2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번 리밸런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반도체·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사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위해 지난해 반도체 생산 가스 제조·공급사인 SK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SK트리켐, SK레조낙,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SK머티리얼즈 산하 4개 반도체 소재 기업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는 과정에 있다.
환경 부문은 연 평균 5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1000억원 내외의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빼기 전 영업이익)를 창출하는 사업이었다. 환경 산업 철수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이익기반이 일부 축소될 수 있으나, 반도체 분야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 실적 개선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향후 반도체 유관사업 중심의 구조 재편 과정 및 영업성과, 비주력사업 관련 자산의 추가적인 매각 가능성, IPO(기업공개)를 통한 재무부담 완화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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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 환경사업 매각 구조 [자료=한국신용평가] |
◆ ESG 열풍 속 뛰어든 환경사업… 수익성 한계·전문성 부족에 '발목'
업계에서는 한동안 환경 사업에 뛰어들던 건설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시기를 직면한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2020년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건설업계의 전반적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기업의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ESG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건설산업연구원이 발주기관과 종합건설업체, ESG평가기관에게 '코로나19 이후 건설업 ESG 경영에 대한 관심 증가 여부'를 묻자 전체 응답자의 61.8%가 '그렇다'고 답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이내 건설업체의 경우 76.7%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더 컸다. 대형 건설업체 중심으로 환경 부문의 신사업이 늘어난 시점과 일치한다.
엔데믹 후 약 3년이 흐른 현재 인수하거나 새로 출범한 환경 기업이 속속 실적을 내기 시작하며 기업별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2022년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불안도 커지면서 전통적 사업 방식에서 환경 분야로 고개를 돌린 회사들이 현재는 예상과 다른 저조한 수익성과 유동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전문성이 부족한 새로운 분야보다는 잘하는 건축 사업에 집중하자는 기조가 생겨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환경 분야에 꾸준히 도전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가격 경쟁 중심의 입・낙찰제도가 자리잡은 데다가 현장 중심으로 굴러가는 업계 특성상 ESG 실천이 가능한 분야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박선구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 내 ESG 확산속도가 늦은 상황이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대비가 필요하다"며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감, 그린인프라 확대 등 친환경 건축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유망 사업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은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지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성과평가 및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한다"며 "조직 내 문제점 파악 및 향후 개선 방안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돼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ESG 경영을 위한 리스크관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