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첫 가동 뒤 대형사도 신청
MSCI 기대와 달리 수요 부족 지적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10년 넘게 사실상 사문화돼 있던 옴니버스계좌가 제도 개선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증권이 외국계 증권사와 손잡고 개인투자자용 옴니버스를 처음 가동한 데 이어,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도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하며 합류에 나섰다.
그러나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기존 계좌와 비교해 특별한 장점을 느끼지 못하는 등 수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옴니버스가 제도적 명분을 넘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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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삼성증권] |
옴니버스계좌(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지 브로커를 통해 한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2016년 도입된 제도다.
개별 투자자가 직접 한국에 투자등록을 하고 증권사 계좌를 열 필요 없이, 해외 증권사 명의로 통합 계좌를 열어 다수 고객의 거래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구조라는 평가 속에 선진시장 편입 준비 차원에서 제도화됐지만, 실제 활용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까다로운 규제다.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 직접 투자등록을 해야 했고, 증권사는 최종투자자별 거래내역을 T+2(거래일+2일) 이내에 보고해야 했다. 업계는 비용 부담과 리스크만 크고 실익은 없다고 판단해 옴니버스는 '개점휴업 제도'로 방치됐다.
다만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외국인 투자등록제를 폐지하고, 최종투자자 보고 의무를 월 1회로 완화하면서 옴니버스 활용이 가능해졌다. MSCI 선진시장 편입과 WGBI(세계국채지수) 진입을 위한 제도 개선 패키지 속에서 옴니버스도 함께 손질된 것이다. 제도 자체는 유지됐지만 사실상 활용 불가능했던 장벽이 낮아지자, 증권사들도 다시 검토에 나섰다.
옴니버스계좌의 첫 실제 가동은 하나증권이 맡았다. 하나증권은 올해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8월 홍콩 엠퍼러증권과 손잡고 개인투자자용 옴니버스를 개설했다. 해외 개인투자자가 별도 등록이나 국내 방문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유사 구조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개인 대상 옴니버스가 열린 건 처음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비거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앞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콩 외에도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뒤이어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도 금융위원회에 옴니버스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했다. 특히 계열 해외법인에 한정된 기존 구조에서 나아가, 비(非)계열 해외 증권사와도 제휴할 수 있도록 특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향후 규정을 손질해 전 증권사가 옴니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사의 국내시장 접근성을 확대함으로 외국인 투자 자본 유입 및 국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해외 세일즈 방안을 고민 중에 옴니버스 계좌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산 조짐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수요는 미미하고, 국내 증권사들도 '시장성이 불투명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좌 구조를 활용해 왔지만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옴니버스 서비스는 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의 경우는 특별히 수요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쓰던 계좌와 비교해 외국인통합계좌가 새롭게 이용할 만한 장점이 없다"며 "고객들이 사용을 원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즉, 제도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정작 고객과 업계 모두 옴니버스를 선택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onew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