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지분 10% 확보한 美 정부, 삼성·하이닉스도 촉각
애플·테슬라 수주 확대…텍사스 생산·투자 확대 불가피
관세·보조금 협상 앞두고 미국 향한 이 회장에 주목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으며 추가 투자 발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유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애플과 테슬라의 대규모 수주를 미국 현지에서 소화해야 하는 만큼, 이 회장의 선택이 협상 구도와 투자 전략에 직결될 전망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이 회장의 이번 방미는 새 정부 출범 후 첫 경제사절단 일정으로, 추가 투자 발표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24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위대한 미국 기업 인텔의 10%를 완전히 소유하고 통제하게 돼 영광"이라고 밝혔다. 이는 109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얻은 결과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의결권 없는 지분"이라고 했지만, 인텔은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거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보조금을 받은 해외 기업에도 지분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47억5000만 달러(약 6조6000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이를 지분으로 환산할 경우 약 1.6%에 해당하며, 이는 이재용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1.65%)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 역시 4억5800만 달러(약 6300억 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보조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테일러 지역에서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첨단 공장을 짓고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370억 달러(약 54조 원)에 달하며, 향후 60조 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과 잇따라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현지 투자 확대 가능성이 열리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로부터 차세대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 물량을 확보했다. 해당 물량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S1 팹 일부를 CIS 전용 라인으로 전환해 생산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월 1만 장 규모 양산이 시작될 예정으로, 소니 독점 구도에 균열을 내며 삼성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이끌 전망이다.
테슬라와의 협력도 미국에서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해당 칩(AI6)은 텍사스 테일러 신규 파운드리 공장에서 전담 생산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삼성의 텍사스 공장이 테슬라 전용 라인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핌DB] |
다만 실제로 미국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요구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은 앞서 지난 21일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대가로 삼성전자 등의 지분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협상을 앞두고 다양한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TSMC와 마이크론처럼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지분 확보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만의 TSMC가 미국의 지분 요구에 반발하며 보조금 반납까지 검토한 것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 의존도가 큰 만큼 대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우리기업의 지분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지 법인이나 미국 내 공장의 지분을 겨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가 실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애플과 테슬라 등 핵심 고객을 확보하면서 미국 내 생산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보조금을 지분 거래로 전환하려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기업 경영권 안정성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투자 확대와 협상 전략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향후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