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증권·금융 은행

[뱅커스토리] 'LCK 후원' 주역 최계승 우리은행 부장 "MZ 마케팅 요체는 감성"

기사입력 : 2025년08월22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8월22일 06:00

금융권 최초 LCK 후원 우리은행, 젊은세대 잡고 청소년 진로 개척 도와
단순 상품 판매 넘어서 10대부터 시니어까자 세대별 동반자 자처
"마케팅 본질, 고객의 삶·감정·고민 이해하고 해답 함께 찾는 것"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3년 전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당시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비롯한 e스포츠가 정식 경기 종목으로 선정됐다. e스포츠의 인기와 별개로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아시안 게임인 만큼 아시아 지역의 특수성을 아우를 수 있겠냐는 고민, 개최국인 중국 내에서 인기가 많은 게임 위주로 선정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가장 큰 장벽은 "컴퓨터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그런 e스포츠를 은행에서 후원하고 나섰다. 금융권 최초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후원하고 있는 우리은행이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딱딱하고 보수적이다. 돈을 다루는 곳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만, 밖에서 바라봐도 못내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트렌디한 은행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LCK 메인 후원사 타이틀을 거머쥔 최계승 개인마케팅부 생애주기마케팅팀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2023 LCK SUMMER FINALS 경기장 전경

"'와, 이런 행사까지 후원하다니 우리은행에 덕후가 있나?'라는 커뮤니티 반응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기존의 보수적이고 답답했던 은행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다양성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도전의 이미지를 갖는 것이 우리은행이 바라는 바입니다."

최계승 부장이 e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진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인터뷰를 앞두고 부하직원들에게 "부장님,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듣는 그도 그때는 밤새도록 '스타'를 즐기던 젊은 계장이었다. 최 부장은 스타크래프트 후원 담당 실무자였는데, 1년간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후원 기회를 다른 은행에 내줘야 했다. 최 부장은 "타행이 후원하는 걸 보고 안타깝게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실무자가 아닌 팀장으로 LCK를 후원하게 되다니 인생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전했다.

20년간 조직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이번 LCK 후원 역시 내부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최 부장은 "젊은 세대를 잡으려면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수적인 이미지만으로는 젊은 세대를 공략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윗분들을 설득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후원사로만 머무르지 않고 직접 기획자로 참여하고 나섰다. 전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우리WOM뱅킹 고등 LoL 리그를 매년 진행 중이다. 마케팅도 마케팅이지만,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느라 다양한 적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의 현실을 고려한 '성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가 있고 다른 데 재능이 있는 아이가 있잖아요. 그런데 왜 아이들은 일률적으로 공부로만 평가를 받아야 할까요? 게임을 잘한다든지, 춤을 잘 춘다든지 그런 아이들도 기회가 있어야죠.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기회를 어른들이 만들어 줘야죠. 우리은행 고등LoL리그는 명실상부한 고등학생 선수들의 주요 실력대결 무대이자 프로선수로의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의 '삶'까지 바라보는 최 부장의 태도는 현재 우리은행 마케팅 전략을 아우르는 키워드다.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의 마케팅이 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우리은행은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고객의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걸 최종 목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세대별로 ▲미래고객데스크 ▲틴틴데스크 ▲직장인데스크 ▲시니어데스크 등 세대별로 마케팅팀을 구성했다. 고객의 삶의 여정을 함께하며 진정한 동반자가 되겠다는 포부가 드러난 조직 구성이다.

최 부장이 현재 전체 데스크를 총괄하는 생애주기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다. 고객의 삶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포부는 10대 고객 대상 서비스에서도 묻어난다. '우리아이' 서비스는 실종 방지를 위한 경찰청 지문 등록 서비스를 지원하고, '우리틴틴'은 시간표와 급식메뉴 관리 등 10대 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10대 고객은 '우리틴틴'에서 직접 자신의 계좌를 개설하고 조회 및 이용할 수도 있다. 최 부장은 "'우리아이'와 '우리틴틴'은 단순 용돈관리 앱이 아닌 직접 금융을 경험하며 배우는 살아 있는 금융 교육 플랫폼"이라며 "금융 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 가는데 가장 실효성 있는 금융 교육이란 '백문이 불여일행'이다. 아이들이 직접 금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최계승 우리은행 개인마케팅부장. 2025.05.30 pangbin@newspim.com

우리은행이 함께하고자 하는 삶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40년 34.3%,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명 중 4명이 노인이 되는 셈이다. 시니어 사업은 이제 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은행들도 너도나도 시니어 특화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시니어 고객은 MZ세대와 비교했을 때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도 훨씬 높기 때문에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고객층이다. 하지만 최 부장의 시니어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저 같은 경우도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부터 궁금한 사항들이 많습니다. 은퇴하기 전에는 뭘 준비해야지? 마련해 놓은 자산들은 어떻게 운용하지? 부모님 상속은 어떻게 준비하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뭐지? 사실 이런 것들을 은행에 가서는 직원과의 상담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지만, 비대면에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환경에서도 영업점 상담을 받는 것처럼 시니어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다 알려주고 싶습니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최근 론칭한 시니어 통합 서비스 '우리 원더라이프'(Wonder Life)다. 기존 WON뱅킹 서비스 중 시니어에게 필요한 금융 서비스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각종 상담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금융 관련 서비스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에 도움이 될 만한 여가, 건강 등 고객의 삶 전반을 돕는 '생활 속 금융 파트너'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부장은 "은행 앱이 단순한 금융 도구가 아니라 시니어의 일상 동반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100세 시대의 삶을 함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장은 인터뷰 자리에 점잖은 분위기를 풍기는 정장 한 벌, 트렌디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통 큰 청바지를 따로 챙겨 왔다. 미래 세대부터 시니어까지 각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금융권에서도 드문 '생애주기마케팅팀'이라는 독보적인 팀명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세대별로 고객의 삶의 모양이 조금씩 다른 만큼 세부적인 전략은 달리 짜야겠지만, 고객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마케팅 측면에서 MZ는 개성과 자율을 중요시하지만, 시니어는 안정성과 신뢰를 강조합니다. 마케팅의 언어도 MZ는 감성을 중시하고, 시니어는 명확한 조언을 중시하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고객이 '나에게 맞는 제안'을 원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 세대와 이제 은퇴 후 안정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시니어 세대들의 니즈는 접근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인생을 바라봤을 때는 같은 이야기입니다. 세대별 구분에 맞춰 각기 다른 마케팅을 수행하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마케팅의 본질은 고객의 삶, 감정, 고민을 이해하고 해답을 함께 찾아가는 것입니다. 고객의 삶을 중심에 두는 마케팅, 상품 판매를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하며 모든 고객의 생애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 은행'을 만들겠습니다."

jane94@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