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손에 달린 고용 불안정성"
"언제까지 파리 목숨으로 살아야 하나"
[서울=뉴스핌] 박찬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서 "우리는 파리 목숨"이라는 한숨이 늘고 있다. 당 지도부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에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옹호하는 모습만 보이면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보좌진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분출되고 있다. 그러나 입법은 국회의원들의 영역인데다가, 직장 상사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법제화를 요구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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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소속 위원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있다. 2025.07.18 mironj19@newspim.com |
특히 당 지도부가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감싸면서 보좌진들에게 더 실망감을 안겼다고 한다. 문진석 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 있어서 갑질은 성격이 좀 다르다"며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국회의원들도 가끔 사적인 심부름은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병기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 보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론이면 명예를 다 훼손해도 되는 거냐"거나 "그 보좌진이 이상하다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강 후보자를 감쌌다. 또 인사청문회 이후인 지난 18일 에는 "(청문회에서) 특별하게 문제가 결격에 이를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갑질은 아무래도 좀 상대적이고 좀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 않나"라며 "전·현직 보좌진의 반대된 진술도 많이 나왔다"고도 감쌌다.
당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지도부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는 점도 불안해 하고 있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회장단이 지난 15일 김 대행과 간담회를 갖고 보좌진 처우 개선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응답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보좌진은 뉴스핌에 "어차피 우리는 파리 목숨 아니겠나"라며 "(의원이) 마음에 안 들면 자르고 다른 사람을 또 데려오면 되는데 누가 크게 신경을 쓰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건 일부 의원들이 하는 명백한 갑질 행위에 대한 방지책 마련과 의원의 손에 일방적으로 달린 고용 불안정성 개선"이라며 "국회가 일반 기업이고 보좌진이 정규직 직원이라면 그렇게 쉽게 자를 수 있겠나. 최근에도 몇몇 의원실 보좌진 전체가 잘렸다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언제까지 파리 목숨으로 살아야 하나"라고 밝혔다.
올해 초 국회를 떠났다는 한 전직 보좌진은 "의원들이 편하게 갑질을 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언제든 해당 직원을 자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며 "보좌진 월급은은 국회사무처가 지급하고, 채용과 해고는 의원 개인이 하는 이런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c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