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인 10명 중 7명 이상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을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serious threat)'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최근 미국이 공습을 감행했던 이란이나 동북아 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꼽히는 중국, 북한보다 수치가 더 높았다.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최고 핵심 축으로 평가되고, 글로벌 외교·안보 지형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혈맹인 두 나라가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을 계기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을 겪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 |
[런던 로이터=뉴스핌] 김민정 기자 = 3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 시민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가치가 없었다"는 푯말을 들고 서 있다. 2020.12.30 mj72284@newspim.com |
영국의 국립사회연구센터(NCSR)가 지난 4월 실시한 영국인사회인식(BSA) 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미국이 세계 평화에 '매우' 또는 '상당히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인 작년 10월 조사 때의 36%에 비해 두 배로 높아진 것이다.
미국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조사된 나라는 러시아가 유일했는데 수치는 90%에 달했다. 그외 북한과 이스라엘, 이란이 67%였고, 중국은 63%였다. 대부분 국가들이 6개월 전 조사 때에 비해 낮아졌으나 미국만 유독 수치가 치솟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NCSR의 연구 책임자 지안프랑코 아다리오는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미국을 위협으로 여기는 영국 대중의 인식이 전례 없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사에서 영국인의 9%는 국방비를 추가적인 국가 지출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2021년 조사에서는 2%에 불과했는데, 4년 만에 7%포인트 급등했다.
한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을 영국의 '친구이자 동맹'으로 생각하는 영국인이 30%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조사 때보다 12%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을 '비우호적 라이벌'로 본다는 응답은 17%로 8%포인트 높아졌고, '적대적 위협'이라는 응답은 9%로 6%포인트 상승했다.
미국에 대한 긍정적 시선이 줄면서 영국이 유럽연합(EU)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국인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보다 EU와 관계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42%로 작년 조사보다 9% 포인트 증가했고, 미국과 유럽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응답은 35%로 4%포인트 줄었다. 미국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2%포인트 낮아진 1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