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의 유쾌한 반란, 상처는 시라는 꽃으로 피어난다
[서울=뉴스핌] 오경진 기자 = 미다스북스는 문학 동아리 사수를 위한 청소년들의 분투기를 담은 장편소설 '열여덟의 해방일지'(김개영 지음)를 펴냈다. 한일 월드컵으로 들썩이던 2002년의 강원도 속초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실제 존재했던 지역 청소년 문학 단체 '바람소리'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동아리 활동마저 금지하는 억압적인 학교 당국과 맞서 싸우며 시를 통해 청소년 주체로서 거듭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역 명문인 한 사립고에 오래전 해체된 문학 동아리 '바람소리'를 재건하려는 고교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똘똘 뭉쳐, 이사장으로부터 신임을 얻어 권력을 휘두르는 학생부장 '조지기'의 갖은 방해를 뚫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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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다스북스] |
무국적 배경이나 판타지 성격의 소설들이 넘쳐나는 출판업계의 동향에 비추어 보면, '열여덟의 해방일지'는 최근의 문학 트렌드에서는 살짝 비껴 있는 듯하다. 그러나 2002년 모두가 하나 되어 승리를 쟁취한 그 시절로 돌아가 오늘의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다.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 게임, 스타크래프트, 한스밴드와 체리필터, 영화 '친구', 드라마 '가을동화' 등에서 느껴지는 시대적 분위기와 곳곳에 녹아 있는 아날로그 감성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이 작품의 특징은 시적 상상력을 통해 '해방'의 순간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동해의 장엄한 일출 한가운데에서 바다와 사투를 벌이며 장애를 이겨내는 아버지의 모습, 눈 내리는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로 전교생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시험을 거부하는 장면, 사각의 교실이 푸른 해원으로 바뀌고 학생들이 갈매기가 되어 창공으로 비상하는 장면 등은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이 시적 순간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진정한 저항과 해방의 의미를 가늠케 한다.
작가는 고교 시절 '바람소리'를 지켜낸 것을 삶의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때의 경험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고 결과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상처와 결핍이 해방의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김개영 작가는 2013년 <문예중앙>을 통해 등단했고, 서울문화재단과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두 권의 소설을 냈다. 제1회 여순평화인권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금은 목포대학교 문예창작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ohz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