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도 금지, 사상도 금지...어디까지가 '표현'인가
표현과 선전·저항과 극단 사이 경계 모호
보호와 규제 사이...기준은 투명해야
[수원=뉴스핌] 박승봉 기자 = "폭력적 극단주의란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사용하는 사상이나 행동을 말합니다."
카카오가 오는 16일부터 시행하는 운영정책 개정안에 포함된 조항 중 하나다. 그 취지는 분명하다. 테러 선전, 범죄 단체 미화, 혐오 폭력 선동 등 사회적 위협을 플랫폼 내에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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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오는 6월 16일부터 시행하는 운영정책 개정안에 포함된 조항 중 하나. [사진=독자제공] |
8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해 보면 해당 취지에 대한 정의의 경계가 모호한 만큼, 그 의도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극단주의'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불확실성은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더 큰 논쟁을 부르고 있다.
◆ 상징도 금지, 사상도 금지...어디까지가 '표현'인가
카카오가 제시한 운영정책에 따르면 정부나 국제기구가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한 집단을 '지지·홍보·칭송·미화'하는 행위는 물론, 이들과 관련된 상징, 구호, 로고, 음악을 공유하는 것조차 제한 대상이다.
'사상을 전파하려는 의도'도 규제 사유다. 문제는 이 기준이 정치적·이념적 맥락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정 운동의 상징물이나 저항적 표현조차 '극단주의'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징을 통한 지지'는 미묘한 의도 해석을 동반하며,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 쉽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누리꾼들은 '토나오는 세상이 다가오네요', '길들이기?', '카톡 말고 다른 걸 사용해야 할 까요?', '통제 시작' 등 반응을 보였다.
또한 일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이러한 카카오톡 운영정책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민주당 "내란선전 처벌도 가능"...정치권 우려 키워
실제 정치권에서 이를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언급한 사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전용기 공동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내란선전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행위는 내란선전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번 정책의 적용 범위가 '가짜뉴스'나 '내란선동'이라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까지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검열' 아닌가...플랫폼의 경계 넘나드는 권한
카카오 측은 "정책은 국제 기준에 따라 테러나 범죄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목적이며, 정치적 비판이나 정당한 표현은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민간 플랫폼이 '사상 전파 의도'를 자체 판단 기준으로 삼고, 계정 정지나 콘텐츠 차단이라는 실질적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검열'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최근 SNS를 통한 정치 여론 형성이 활발한 가운데, 특정 정치 성향이나 비판적 목소리가 '과격' 또는 '선동'으로 오해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표현과 선전, 정보와 유언비어, 저항과 극단 사이의 경계는 때로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 보호와 규제 사이...기준은 투명해야
전문가들은 사전적 통제보다는 투명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인권시민단체는 "테러나 혐오 표현 대응은 필요하지만 이를 플랫폼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은 헌법적 기본권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며 "독립적 자문기구나 외부 평가 절차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는 '누가 판단하느냐'에 있다. 카카오의 이번 운영정책은 이용자 보호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인 '콘텐츠 통제 권한'을 플랫폼에게 위임하는 구조다. 이는 자칫 정치적 목적을 띤 '검열'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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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전용기 공동위원장은 지난 1월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내란선전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행위는 내란선전으로 처벌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사진=독자제공] |
◆ 이용자의 '신고'가 인입되는 경우에만 검토 후 제재될 수 있어
카카오톡 제재는 이용자 또는 기관 등의 신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의 '신고'가 인입되는 경우에만 검토 후 제재될 수 있다는게 카카오톡의 설명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이는 국제 ESG 평가 기준에 맞춰 카카오톡 운영정책에 6월 16일부터 적용되는 항목으로 카톡 검열은 기술적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언급 사례는 카카오톡 운영정책과는 무관한 내용이다"라고 밝혔다.
◆ 6월 16일 시행...첫 사례에 시선 집중
카카오의 새 운영정책은 오는 6월 16일부터 적용된다. 플랫폼의 공적 책임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실효성을 발휘하고, 실제 어떤 콘텐츠가 제재 대상이 되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엇갈릴 전망이다.
'보호를 위한 통제'가 아닌, '억압을 위한 규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지, 사회적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