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 및 경제 지표 부진으로 원유 수요 우려 커져
美 소비자 기대지수 13년 만에 최저치… 3월 구인 규모도 6개월 만에 최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무역 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 우려와 미국 경제 지표 악화 영향 등으로 29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2주래 최저치로 하락했다. 안전자산 수요가 줄면서 금 가격도 내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1.63달러(2.6%) 하락한 60.42달러에 마감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1.61달러(2.4%) 내린 64.25달러를 기록했다. 두 벤치마크 모두 4월 10일 이후 최저 종가에 해당한다.
로이터 조사에서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추진으로 세계 경제가 올해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가장 높은 관세율을 맞은 중국도 맞대응에 나선 영향에 애널리스트들은 원유 수요 및 유가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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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배럴 [사진=블룸버그] |
미즈호증권 에너지선물 책임자 밥 요거는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의 합의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전 세계적인 수요 파괴 상황에 한 걸음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3월 상품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최고치로 확대됐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상품 수입을 서두른 결과로, 1분기 미국 경제 성장에 무역이 큰 부담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날 콘퍼런스보드(CB)는 미국의 4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6으로 전달보다 7.9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전체 경제활동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나타내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5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득·사업·노동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는 12.5포인트 급락한 54.4로 2011년 10월 이후 1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3월 구직 건수는 719만 건으로 2월 748만 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월가 기대치 750만 건도 밑돌았다.
트럼프의 무역전쟁 여파로 이날 물류 대기업 UPS는 비용 절감을 위해 2만 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향후 실적 전망을 철회하며 무역 정책의 변동 가능성을 이유로 투자자 전화회의를 목요일로 연기했다.
미국과 이란이 핵협상을 이어가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5월 8일부터 3일간의 새로운 휴전을 선언하는 등 지정학 긴장이 다소 누그러지는 점은 공급 증가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주요 OPEC+ 국가들이 5월 5일 예정된 회의에서 예정된 공급 확대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금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 움직임 후퇴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6월물은 장중 트로이 온스(1ozt=31.10g)당 전장보다 0.4% 하락한 3333.4달러에 마감했다. 금 현물은 한국시간 기준 30일 오전 3시 22분 전날보다 0.8% 내린 3315.84달러를 기록했다.
하이리지 퓨처스 금속 트레이딩 이사 데이비드 미거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업체들의 관세 부담을 완화하기로 한 점도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겼다. 백악관도 업체들의 부담을 완화할 방침을 확인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미국의 주요 교역국 여러 곳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매우 좋은" 제안들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이 최근 일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면제한 것은 무역 긴장을 완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번 주 발표될 여러 미국 경제 지표에 쏠려 있는데, 당장 30일에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금요일에는 비농업 고용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다.
US글로벌인베스터스 수석 트레이더 마이클 마투섹은 "단기적으로 보면 온스당 3500달러 선이 주요 수준으로, 그 가격대에서 투자자들이 일부 청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기 말까지는 금값이 아마 온스당 3590달러에 이를 수 있고, 연말에는 3800달러 수준까지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