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으로 연약 지반·시공상 오류 등 다양한 가설 제기
유사 사례 따르면 보상금 규모 상당할 전망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인명 피해를 불러온 광명 일대 신안산선 붕괴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인정되는 책임 범위에 따라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에 미칠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이다.
◆정부·포스코 "원인 규명 중"… 시공 과정서 중대 과실 있었나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붕괴 사고에서 포스코이앤씨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짊어져야 할 보상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달 11일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과 상부 도로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두 명의 근로자가 실종됐으나, 20대 굴착기 기사는 13시간 만에 구조됐다.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는 엿새 간의 수색 끝에 16일 오후 7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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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오는 6월까지 2개월 동안 설계도서 등 관련서류 검토와 관계자 청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고 경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전문가 사이에선 연약 지반과 시공상 과실 모두가 지목되고 있다.
환경부는 2020년 신안산선(본선1구간)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영향(수위 강하)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감사원도 2023년 보고서에서 "터널로부터 약 19km 떨어진 곳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반 단층 파쇄대가 존재한다"며 "지하 압력을 견디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인버트 설치가 필요하다"고 썼다.
포스코이앤씨의 책임 여부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적절한 공법과 자재 등을 사용했는지 ▲붕괴 조짐이 발견된 후 대처가 안전했는지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하터널 공사를 할 때 '투아치'(아치형 터널을 뚫은 후 양쪽으로 확장하는 방식) 공법을 사용하려면 양쪽 지반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고려 후 공사해야 하지만 시공사가 그러지 않아 균형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하 굴착 시 H빔(구조용 철강재)을 통해 지지가 됐어야 하지만 왼쪽과 오른쪽 지반의 차이를 무시하고 똑같이 시공해 붕괴사고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최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하루 전날 오후 9시쯤 작업자 17명은 투아치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을 확인한 후 대피했다. 포스코이앤씨도 이를 인지, 사고 당일 새벽 현장 상황을 살핀 후 보강공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징후가 감지되자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라는 내용의 권고 공문을 보냈으나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를 강행했다. 해당 공문은 강제성이 없어서다.
촉박한 공사기간을 맞추려고 무리한 공사를 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안산선은 당초 올 4월 개통을 목표로 했으나, 지난해 국토부는 넥스트레인과의 합의 끝에 내년 말로 완공 목표를 수정했다. 넥스트레인이 제시한 희망 준공 시점인 2029년 4월보다 2년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허영기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공기단축을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돌관 공사의 경우 과다한 인력 투입으로 인해 어려운 작업 환경이 만들어지거나, 작업자의 컨디션 저조를 유발해 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국토부는 "개통 지연으로 인한 불편을 최대한 막기 위해 인력·장비의 추가 투입, 터널 양방향 굴착 등의 대책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넥스트레인과 협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과실 인정 땐 거액 보상 불가피… 책임 공방 장기화 예상
포스코이앤씨의 실수가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부담해야 하는 손실 비용은 최대 조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GS건설은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따른 전면재시공 비용 5500억원을 전액 손실로 반영, 그해 적자 전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과 2022년 광주에서 두 건의 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손실을 직면했다. 당시 충당금은 3377억원으로, 사고 후속조치에 활용했다. 사망 사고의 경우 합의금 등이 포함돼 손실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사고 이후 영업정지 등이 따라오는 경우 건설사 브랜드 인지도와 시공능력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돼 수주, 분양 등을 포함한 주택사업의 영업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혀낸 후 비용을 계산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유사한 사례로 2020년 부전~마산 복선전철 제2공구(낙동강~사상역)의 해저터널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지반 침해 사고가 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공정률 98%에서 공사가 중단됐을 뿐 아니라, 현장에 물이 차오르면서 복구 공사 또한 쉽지 않았다. 사고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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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달 11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종됐던 포스코이앤씨 소속 50대 근로자가 16일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시공사 책임 범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5.04.14 yooksa@newspim.com |
이 노선 시행사인 스마트레일은 이달 국토부에 10억원대의 투자비 증가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협약서에 '공사 중 재해 등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하면 주무관청이 투입 비용의 80%를 보상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사고 발생 지역이 연약 지반이었던 만큼 최대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공사비 일부를 국토부가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국토부는 해당 사고가 불가항력적 사유로 발생하지 않았다며 맞서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아직 보상 관련 논의를 하긴 어려운 시점이란 입장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책임 여부가 드러나면 응당한 보상을 하거나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금은 보상 대상이나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