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업권법 제정·현물ETF 도입 검토" 野 "비트코인 외환보유고 편입"
당국도 "올해 중 상장법인까지 가상자산 매매 검토" 열린 태도
업계 "업권법 제정이 가장 시급…법인계좌·현물 ETF 기대감↑"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법무부 장관이 '코인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는 등 좀처럼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해 지지부진했던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대해 여야를 비롯한 당정은 주류 금융시장에 올려놓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서 저울질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비롯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부터 외환보유고 편입안까지 거론됐는데, 업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10일 정치권과 가상자산업계 등에 따르면, 여야는 최근 국회에서 가상자산정책과 관련한 세미나·간담회·토론회 등을 여러 차례 개최하며 국내 가상시장의 향방을 도모하고 있다. 여당 주최 간담회에는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자리해 시장 발전 필요성에 대해 여야, 업계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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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민·당·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3.07 pangbin@newspim.com |
여야와 정부는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표방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국내 시장이 글로벌 시장에 뒤처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환 위원장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주최한 '가상자산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민당정간담회'에서 "정부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가상자산 정책의 보폭을 좀 더 빨리 가져가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복현 원장 역시 "최근 트럼프 행정부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돼 2단계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국은 업계에서 기대가 컸던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취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정부 측은 올해 2분기 중 비영리법인, 올 하반기 중 상장법인의 가상자산 매매가 각각 가능하도록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은 없지만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에 필요한 은행 실명계좌를 법인에 발급하지 않도록 규제한 상황이다. 금융위가 올해부터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활로를 터주겠다고 나섰지만, 자금 규모가 한정적인 비영리법인에 한해 허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업계로서는 힘이 빠진 터였다.
여당은 국내 가상자산시장의 근간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 등 관련 법안의 통과에 집중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업계와 전문가 분들께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대상은 크게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특정금융정보법"이라며 "미국이 달러 화폐의 패권 유지의 연장 선상에서 블록체인 채권을 유지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시장은 규제가 너무 심해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으니 과감하게 규제를 격파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이른바 업권법으로서 은행권의 은행법과 같이 가상자산시장의 근간이 되는 법안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에는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의장은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서는 조금 입장 차이가 있었지만 당정이 국제적인 동향을 살펴보고 선물시장 등 관련 인프라 구축 및 법률 정비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TF는 자산을 신탁 기관에 보관하기 때문에 법인의 계좌 허용이 선제돼야 한다. 법인의 실명 계정이 허용되면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른 파생상품 개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법인계좌 허용에서도 그 범위를 비영리법인으로 제한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비트코인 ETF 도입은 더욱 멀어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었지만, 당국의 상장법인 허용 고려와 함께 언급되며 업계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야당은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 지위 유지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주최로 열린 '트럼프 2.0 크립토 금융시대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 정책 세미나에 참석한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글로벌 기업·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제 결제 시스템 구축을 검토 중"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경우 원화 국제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지 않도록 미 달러 같은 법정화폐와 일정한 교환가치를 가지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로, 통상 그 가치를 지탱하기 위한 담보로 미 국채를 두는 경우가 많다. 스테이블코인 사용 증가가 미 국채 수요를 높이고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다.
해당 세미나에서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외환보유고 편입 방안도 논의됐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미국이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의 일부로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글로벌 외환시장과 금융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이에 대한 사전 검토 없이 대응하면 글로벌 금융 질서 변화 속에서 전략적 판단이 늦어질 위험이 있다"라며 한국은행·기획재정부가 운용하는 외환보유고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일부 포함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야권의 안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외환보유고 편입은 업계로서도 아직 조심스럽다"며 "실제 트럼프 정부의 전략비축자산 행정명령 역시 범죄 등 압류된 자산을 보유하겠다는 것이지 추가로, 또는 지속적으로 매입할 계획이 있다는 건 아니었다"라고 짚었다.
여당의 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물 ETF의 경우는 해외에서 이미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상품이고, 법인 투자는 금융위 차원에서 로드맵 발표까지 했을 정도로 논의가 진척된 단계였던 터라 제도 도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장 시급한 건 업권법 이다. 그동안 제도화가 규제 측면으로만 마련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진흥 차원의 방안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