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폐기하고 그 돈 아껴 부채 갚겠다"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 한국 등 참여 희망"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2기 행정부 출범 후 나선 첫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를 콕 집어 언급한 뒤 예고한 대로 오는 4월 2일 주요 교역상대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등 그간의 조치를 열거하고서 "미국이 무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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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의회 연설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는 "한국은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4배 더 높게 관세를 부과한다"라며 "우리는 군사적으로나 다른 형식으로 도와주는데도 이렇다. 미국이 이와 같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공개했던 상호관세 조치와 관련해서는 "오는 4월 2일에 발효될 것"이라고 확인하며 "나는 4월 1일에 하고 싶었는데 만우절이니 4월 2일을 기념비적인 날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에너지 인프라를 강화해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소신도 거듭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알래스카주에서 진행 중인 "거대한"(gigantic)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일본, 한국 등의 국가들이 우리와 파트너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수조 달러가 투자될 것"이라며 "이는 정말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미국 내 생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역사적인 행정 명령에도 서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연설 초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며 "나는 6주 전 여기에 서서 미국의 '황금시대의 여명'(dawn of golden age)을 외쳤는데, 지난 6주 동안 나는 100건에 달하는 행정명령과 400개 넘는 행정 조치를 취했다. 다른 대통령이 4~8년에 할 일을 6주 안에 했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자찬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가 수많은 국민 혈세를 막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부 국경에서의 불법 월경은 역사적인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의 '그린 뉴 스캠'(신종 녹색 사기·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비꼬는 말)을 끝냈고 전기차 의무화도 폐지했다고 자신의 성과를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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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3월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 주요 발언 내용 [출처=트럼프 연설] |
바이든 행정부 때 제정된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에 대해서는 "끔찍하다"라며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대만 TSMC가 미국에 최소 1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점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들(TSMC)에게 돈을 준 게 하나도 없다. (투자 유치를 위해 돈을 주는) 바이든의 칩스법은 정말 끔찍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반도체법을 폐기하고, 그렇게 아낀 돈을 부채 삭감에 쓰겠다며 "관세가 두려운 기업들은 자동으로 (미국으로) 오게 돼 있다. 우린 그저 미국인들과 미국 기업만 보호하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헌신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에만 대출이자 세금 공제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조선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백악관에 선박 제조 관련 조직을 신설해 새로운 세액공제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해외로 나갔던 미국의 제조 설비와 해외 기업의 공장을 나라 안으로 불러들여 제조업의 활력과 양질의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이야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는 뜻을 서한으로 보내왔다"라고 알렸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과 날 선 공방을 벌였고, 예정된 광물 협정 서명 없이 자리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중단을 선언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된 것은 유감"이라며 자신은 협정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고 공중·해상 휴전을 제안하는 등 낮은 자세로 태도를 바꾼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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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