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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SF소설 등 통해 관점 넓혀야"

기사입력 : 2025년02월10일 11:21

최종수정 : 2025년02월10일 12:17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한국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 충돌이 많이 빚어지고 있다. 뉴스핌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보라 작가(49)는 "민주 사회에서 통합은 가능하지 않다"라며 "한 가지 사상과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부딪치면서 자기 자리를 갖고 섞이거나 갈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퍼져 나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상계엄, 탄핵 사태에 대해 정보라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방식과 다단계, 사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하게 됐다.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정보라 작가. [사진= 혜영 02.10 fineview@newspim.com

갈등 국면을 만드는 이유로는 우리 사회가 ''단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 폭력적인 경쟁논리를 너무 오래 작동 시켰다'라는 해석을 내놨다.

정보라 작가는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을 가장 많이 찾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모든 자원을 독점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적인 경쟁논리가 너무 오래 작동한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정답 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길은 오답이며 정답 길을 가장 빨리 찾아낸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목적지를 점령할 권리가 있다는 사고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이다"라며 "다양성은 골치 아프고 '갈등'이나 '의견충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한국 SF를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SF 소설을 쓰는 정보라 작가는 장르의 특성에 글을 읽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다고 봤다.

장보라 작가는 "SF는 새로운 미래,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이주민이라든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든가 성별이 없거나 성별이 엄청나게 많은 사회라든가 이런 변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도 독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문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면 아마 SF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출혈성 천연두 감염 사태를 소재로 폴란드 소설 '로츠와프의 쥐들(다산 북스)'을 내놨다.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 '로츠와프의 쥐들'을 번역한 이유에 대해 정 작가는 폴란드와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유사한 역사를 공유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정보라 작가가 번역한 '로츠와프의 쥐들'. [사진= 다산 북스] 2025.02.10 fineview@newspim.com

1963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의 일을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은 전염병 확산이 시작된 후 12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과 극한 상황 등을 다룬다.

소설과 함께 번역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는 정보라 작가는 '번역을 통해 소설을 배웠다'라고 했다.

정보라 작가는 "창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번역을 하면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다. 여러 작가들을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적인 묘사의 기법이라든가 줄거리를 구성하는 방식, 1인칭 관점과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에 대한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여러 작가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언제나 번역을 하면 많이 배운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소설 '너의 유토피아'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공상과학(SF) 상 중 하나인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4월 발표)에도 오른 그는 이 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향후 출간 계획에 대해선 "20세기 초 폴란드 혁명소설 '나는 빠리를 불태운다'와 2023년에 출간된 폴란드 여성작가의 데뷔작 '상실' 번역을 완료해서 올해 안에 두 권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힘겹게) 마감하는 중이다"라 했다.

그는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 2023년앤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저서로는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이 있으며,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을 번역했다.

▲ 정보라 작가의 서면 인터뷰 전문

1. 소설가로서 번역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번역과 창작을 병행하시면서 두 작업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시너지 효과나 갈등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을 합니다. 저는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을 전공했는데, 양쪽 모두 20세기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민국과 교류가 끊어져 러시아와 폴란드 현대문학의 명작들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대학원 다니면서 접한 멋진 작품들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한국 독자들과 함께 좋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졸업하고 귀국해서 강의를 시작한 뒤에는 재미있는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로서 제가 번역한 작품은 번역계약서에 특약을 넣어서 제 수업자료에 소개하거나 연구논문에 일부 인용할 수 있어서 강의와 연구에도 편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를 포함해서 여러 학교들이 번역서를 논문과 동일하게 연구업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실용적인 측면도 고려했습니다.

저는 창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번역을 하면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러 작가들을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적인 묘사의 기법이라든가 줄거리를 구성하는 방식, 1인칭 관점과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에 대한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여러 작가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번역을 하면 많이 배웁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국어이다 보니 심리적인 거리가 있어서 제가 배우고 싶은 것, 시도해보고 싶은 기법이나 실험을 의식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표절할 위험이 적어서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일단 한국어로 옮겨야 하니까요.
갈등이라고 한다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모든 분들이 느끼실 텐데 번역을 하면 외국어는 늘지 않고 한국어가 줄어듭니다…. 원문의 어감과 분위기까지 딱 맞는 한국어 표현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언제나 고민이 됩니다. 매번 번역을 할 때마다 제가 한국어를 참 못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2. 로베르트 J. 슈미트의 '브로츠와프의 쥐들:카오스' 책을 번역한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이 어떤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폴란드와 한국은 이웃나라에 식민지배를 당했고 전쟁의 피해를 크게 입었다는 비슷한 현대사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1790년대부터 세 번 분할점령을 거쳐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제국에 나라를 빼앗겨 120년의 식민지배를 당한 끝에 1918년에 독립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1939년에 다시 나치에게 침략당해 제2차 세계대전 최대 피해 국가로서 국민의 3분의 1이 강제수용소에서 죽고 수도 바르샤바의 80%가 불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에 의해 강제로 공산화되어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역사가 끝나자마자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런 뒤에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되는 약소국의 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들의 정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에서 배경이 되는 1960년대는 폴란드가 2차 세계대전의 상처에서 조금씩 회복하면서 또한 공산주의의 굴레와 소련의 압박에 시달리던 때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1960년대에 군사독재를 겪었기 때문에 사회 체제는 달라도 군인과 경찰이 권력을 쥐고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던 긴장되고 엄혹한 사회였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심지어 국민들이 별다른 오락거리를 허용받지 못해서 술 마시는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분위기조차 비슷합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은 이런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사건 전개가 빠르고 좀비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사회 분위기나 역사적인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대화체가 많고 장면 전환이 빨라서 제가 몰입해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는 가능하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선호합니다. 재미있는 작품, 장르 문학이면 일단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저와 문체가 잘 맞으면 더 좋습니다.

3. 4월 발표될 필립 K. 딕상에 대한 말씀과 SF 소설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필립 K 딕(1928-1982)은 한국에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 리콜]의 원작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연세대학교에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봄학기마다 SF수업을 했는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교재로 사용했습니다. 저로서는 교과서에서 읽던 작가님의 이름을 딴 상에 제 작품이 후보로 올라서 얼떨떨합니다.

필립 K 딕 상은 필립 K 딕이 사망한 이듬해인 1983년에 제정되었습니다. 문고판으로 출간된 작품만 심사한다는 독특한 규정이 있는데, 장르문학의 대중성과 SF전문 출판사들의 영세한 현실을 반영한 규정 같습니다. 수상작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 1985년에 수상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uromancer)일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의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영미권 대학들이 [뉴로맨서]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따로 개최할 정도로 이제는 미국 SF소설뿐만 아니라 영미권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작품입니다.

필립 K 딕 상은 42년 역사 동안 거의 대부분 영어로 집필된 장편소설에 상을 주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단편집 앤솔러지가 후보에 오른 적이 네 번 있지만 모두 다 영어권 작가들이 영어로 쓴 작품이었고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일본의 사토시 이토 작가가 '프로젝트 이토'라는 필명으로 쓴 비영어권 작품이 영어로 번역 출간되어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사토시 이토 작가의 [하모니](Harmony)는 미래 유토피아 SF소설이며 장편입니다. 단편집이면서 원문 언어가 영어가 아닌 작품이 수상한 이력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번에 후보에 오른 [너의 유토피아]는 한국어로 써서 안톤 허 번역가가 영어로 번역한 단편집입니다. 비영어권 단편집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로 필립 K 딕 상의 40여 년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전의 사례들을 보면 제가 수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4. 작가님은 문학이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학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어떤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문학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한다기보다는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로 이어진 공산주의의 종말과 PC통신과 인터넷이라는 기술 발전이 함께 일어나면서 한국에 장르문학, 특히 SF와 판타지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 '원조 한류'라 할 수 있는 [룬의 아이들] 전민희 작가, SF거장 듀나 작가들이 이 때부터 한국 SF판타지 소설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SF어워드를 시작하여 이제 11월의 SF축제로 발전시켰고 2015년부터는 한국과학문학상, 문윤성문학상, 포스텍SF어워드 등 여러 SF 문학상들이 우수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제 1회 문윤성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 작가의 [슈뢰딩거의 아이들](2021), 김원영 변호사와 김초엽 작가가 함께 집필한 장애에 관한 에세이 [사이보그가 되다](2021) 등이 출간되면서 장애 당사자의 경험과 관점, 장애와 사회, 장애와 과학기술 등에 대한 담론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드러나고 작품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얼른빨리 변화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유감입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일상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가 자리를 잡았고, 그렇게 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목소리가 여러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문학 중에서도 SF는 새로운 미래,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장르 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이주민이라든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든가 성별이 없거나 성별이 엄청나게 많은 사회라든가 이런 변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도 독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면 아마 SF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현재의 비상계엄, 탄핵 등 최근 사회적 변화가 작가님의 문학적 상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신가요?

평범한 사람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방식과 다단계, 사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6. 향후 출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20세기 초 폴란드 혁명소설 [나는 빠리를 불태운다]와 2023년에 출간된 폴란드 여성작가의 데뷔작 [상실] 번역을 완료해서 올해 안에 두 권 모두 출간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힘겹게) 마감하는 중입니다.

7. AI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고 봅니다. 직장에서 PPT나 보고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뛰어난 결과에 감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사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작가님이 보시는 AI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런 우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은 20세기 내내 발전해 왔습니다. 그 자체로는 우려하지 않습니다만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이라는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저작물을 자꾸 도둑질하는 것은 아주 걱정됩니다.
저작권법 제 2조 1항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합니다.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성의 매우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문화도 문명도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외국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창작물을 무단으로 데이터로 사용하면서 인간의 이런 고유하고도 본질적인 권리와 영역이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자본주의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에 대한 규제로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일부 자본주의 국가들이나 한국 정부가 그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는 의문입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인간의 표현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주의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8. 요즘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쭤봅니다.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를 넘어 통합의 거대 담론을 이끌어 갈 문학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합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 사상과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입니다. 유토피아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부딪치면서 자기 자리를 갖고 섞이거나 갈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퍼져 나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오로지 그 작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작가와 함께 생각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골고루 읽으면 여러 가지 관점을 받아들이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을 가장 많이 찾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모든 자원을 독점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적인 경쟁논리가 너무 오래 작동한 결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 하나의 정답'이 실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길을 찾을 때 만약에 목적지까지 오로지 단 하나의 정답 길만 존재한다면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도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인생도 이런 식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여러 가지 길은 서로 다 이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으면 다른 길을 찾아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가기만 하면 됩니다. 올바른 정답 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길은 오답이며 정답 길을 가장 빨리 찾아낸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목적지를 점령할 권리가 있고 오답 길을 찾은 사람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답 길을 찾을 때까지 고생해야만 옳다는 사고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입니다.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런 다양성은 골치 아프고 '갈등'이나 '의견충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 SF를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finevie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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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이재명은 누구?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흙수저' 출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64년 12월 22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공단에서 5년간 '소년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고,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변호사로서 산업재해 피해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송을 맡았다.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과 지역사회 부정부패 고발 등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치의 필요성을 느껴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무상교복, 청년배당, 시립의료원 설립 등 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재정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청년배당'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후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선출돼 2021년 10월 25일까지 재임하며, 경기도 전역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중 추진한 복지·개혁 정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전당대회에서 77.8%의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됐다. 앞서 2021년 민주당 경선에서 50.29%의 득표율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됐으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0.73%p 차이로 낙선했다. 이후 21대 대선 경선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신드롬을 형성하며 지지를 모았다. 그는 정치 경력 전반에서 가족과 관련된 논란으로 주목받았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의 도박 및 성적 게시글 논란,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 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그의 체포동의안이 2023년 9월 21일 가결됐고, 위증교사, 대장동, 백현동 개발 등과 관련한 사법적 절차가 이어졌다.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판결이나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고, 일부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민생, 복지, 공정, 민주주의 등 위기 극복을 국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을 통해 민생경제와 사회적 약자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아울러 경제 불평등 해소,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균형 발전 등 정책 과제를 강조하며 취임 초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5.06.02 mironj19@newspim.com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경력과 맞닿아 있는 경제적 약자 정책을 통해 복지와 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실용, 미래비전을 강조하며 청년층의 일자리, 자산 형성, 주거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와 정책 추진은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 경력 외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가족과의 갈등, 어린 시절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가족 간 갈등과 빈곤을 극복하는 과정을 개인적으로 중요한 계기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개인사와 정치 경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는 취임 초기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업무를 준비할 전망이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 이행에 따른 정책 결정과 추진, 재정 부담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족과 관련된 논란, 사법 리스크 등은 앞으로도 정치적 논쟁의 한 축으로 계속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당선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이 대통령 출신과 정치 경력, 복지·개혁 중심의 정책 기조는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취임 초기 공약 이행과 동시에 정치적 신뢰와 국민통합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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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49.42 김문수 41.15 이준석 8.34%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종 승리를 확정지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오전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총 1728만7513표(득표율 49.42%)를 얻어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439만5639표(41.15%)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다.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약 220만 표로 벌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91만7523표(8.34%)를 득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34만4150표(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3만5791표(0.10%)를 각각 얻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재명 후보는 호남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광주(84.77%), 전남(85.87%), 전북(82.65%)에서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체 승리를 견인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수도권에서도 우위를 보였는데, 서울에서는 47.13%, 인천에서는 51.67%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52.20%의 득표율로 과반을 확보해 승리를 굳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대구(67.62%), 경북(66.87%), 경남(51.99%) 등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며 지지 기반을 결집했다. 부산에서도 51.39%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0.14%)를 앞섰으나, 수도권과 호남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준석 후보는 세종(9.89%), 제주(8.83%), 대전(9.76%) 등에서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권영국 후보는 노동과 진보정치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1% 미만의 득표율에 그쳤고, 무소속 송진호 후보도 상징적 득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2%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수는 4439만1871명이며, 투표자 수는 3523만6497명, 유효투표수는 3498만616표, 무효표는 25만5881표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중으로 최종 당선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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