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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SF소설 등 통해 관점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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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한국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 충돌이 많이 빚어지고 있다. 뉴스핌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보라 작가(49)는 "민주 사회에서 통합은 가능하지 않다"라며 "한 가지 사상과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다. 유토피아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부딪치면서 자기 자리를 갖고 섞이거나 갈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퍼져 나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비상계엄, 탄핵 사태에 대해 정보라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방식과 다단계, 사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하게 됐다.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정보라 작가. [사진= 혜영 02.10 fineview@newspim.com

갈등 국면을 만드는 이유로는 우리 사회가 ''단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 폭력적인 경쟁논리를 너무 오래 작동 시켰다'라는 해석을 내놨다.

정보라 작가는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을 가장 많이 찾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모든 자원을 독점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적인 경쟁논리가 너무 오래 작동한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정답 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길은 오답이며 정답 길을 가장 빨리 찾아낸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목적지를 점령할 권리가 있다는 사고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이다"라며 "다양성은 골치 아프고 '갈등'이나 '의견충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특히 한국 SF를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SF 소설을 쓰는 정보라 작가는 장르의 특성에 글을 읽는 독자들과의 소통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다고 봤다.

장보라 작가는 "SF는 새로운 미래,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이주민이라든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든가 성별이 없거나 성별이 엄청나게 많은 사회라든가 이런 변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도 독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문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면 아마 SF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출혈성 천연두 감염 사태를 소재로 폴란드 소설 '로츠와프의 쥐들(다산 북스)'을 내놨다. 좀비 아포칼립스 소설 '로츠와프의 쥐들'을 번역한 이유에 대해 정 작가는 폴란드와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유사한 역사를 공유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정보라 작가가 번역한 '로츠와프의 쥐들'. [사진= 다산 북스] 2025.02.10 fineview@newspim.com

1963년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의 일을 기반으로 한 이 소설은 전염병 확산이 시작된 후 12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과 극한 상황 등을 다룬다.

소설과 함께 번역 작품을 꾸준히 내고 있는 정보라 작가는 '번역을 통해 소설을 배웠다'라고 했다.

정보라 작가는 "창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번역을 하면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다. 여러 작가들을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적인 묘사의 기법이라든가 줄거리를 구성하는 방식, 1인칭 관점과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에 대한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여러 작가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언제나 번역을 하면 많이 배운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소설 '너의 유토피아'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공상과학(SF) 상 중 하나인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4월 발표)에도 오른 그는 이 상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선 손사래를 쳤다.

향후 출간 계획에 대해선 "20세기 초 폴란드 혁명소설 '나는 빠리를 불태운다'와 2023년에 출간된 폴란드 여성작가의 데뷔작 '상실' 번역을 완료해서 올해 안에 두 권 모두 출간될 예정이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힘겹게) 마감하는 중이다"라 했다.

그는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 2023년앤 국내 최초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저서로는 소설집 '저주토끼', '여자들의 왕', '아무도 모를 것이다' '한밤의 시간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장편소설 '문이 열렸다' '죽은 자의 꿈' '붉은 칼' '호' '고통에 관하여' '밤이 오면 우리는' 등이 있으며, '거장과 마르가리타' '탐욕' '창백한 말' '어머니' '로봇 동화' 등을 번역했다.

▲ 정보라 작가의 서면 인터뷰 전문

1. 소설가로서 번역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번역과 창작을 병행하시면서 두 작업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시너지 효과나 갈등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번역을 합니다. 저는 러시아문학과 폴란드문학을 전공했는데, 양쪽 모두 20세기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민국과 교류가 끊어져 러시아와 폴란드 현대문학의 명작들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대학원 다니면서 접한 멋진 작품들을 한국에도 소개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한국 독자들과 함께 좋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졸업하고 귀국해서 강의를 시작한 뒤에는 재미있는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로서 제가 번역한 작품은 번역계약서에 특약을 넣어서 제 수업자료에 소개하거나 연구논문에 일부 인용할 수 있어서 강의와 연구에도 편리한 면이 있었습니다. 연세대학교를 포함해서 여러 학교들이 번역서를 논문과 동일하게 연구업적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그런 실용적인 측면도 고려했습니다.

저는 창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번역을 하면서 소설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러 작가들을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체적 실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각적인 묘사의 기법이라든가 줄거리를 구성하는 방식, 1인칭 관점과 3인칭 시점을 사용하는 방법, 나아가 인간에 대한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여러 작가들의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번역을 하면 많이 배웁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외국어이다 보니 심리적인 거리가 있어서 제가 배우고 싶은 것, 시도해보고 싶은 기법이나 실험을 의식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표절할 위험이 적어서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일단 한국어로 옮겨야 하니까요.
갈등이라고 한다면 외국어를 공부하는 모든 분들이 느끼실 텐데 번역을 하면 외국어는 늘지 않고 한국어가 줄어듭니다…. 원문의 어감과 분위기까지 딱 맞는 한국어 표현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언제나 고민이 됩니다. 매번 번역을 할 때마다 제가 한국어를 참 못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2. 로베르트 J. 슈미트의 '브로츠와프의 쥐들:카오스' 책을 번역한 까닭을 알고 싶습니다. 폴란드와 한국이 어떤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또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어떤 것인가요?

폴란드와 한국은 이웃나라에 식민지배를 당했고 전쟁의 피해를 크게 입었다는 비슷한 현대사의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1790년대부터 세 번 분할점령을 거쳐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제국에 나라를 빼앗겨 120년의 식민지배를 당한 끝에 1918년에 독립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1939년에 다시 나치에게 침략당해 제2차 세계대전 최대 피해 국가로서 국민의 3분의 1이 강제수용소에서 죽고 수도 바르샤바의 80%가 불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소련에 의해 강제로 공산화되어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역사가 끝나자마자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런 뒤에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되는 약소국의 설움을 겪었습니다.

이런 역사적인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트라우마를 겪은 국민들의 정서도 비슷한 측면이 있습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에서 배경이 되는 1960년대는 폴란드가 2차 세계대전의 상처에서 조금씩 회복하면서 또한 공산주의의 굴레와 소련의 압박에 시달리던 때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1960년대에 군사독재를 겪었기 때문에 사회 체제는 달라도 군인과 경찰이 권력을 쥐고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던 긴장되고 엄혹한 사회였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심지어 국민들이 별다른 오락거리를 허용받지 못해서 술 마시는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분위기조차 비슷합니다.

[브로츠와프의 쥐들]은 이런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 사건 전개가 빠르고 좀비 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사회 분위기나 역사적인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대화체가 많고 장면 전환이 빨라서 제가 몰입해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번역할 작품을 선택할 때는 가능하면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선호합니다. 재미있는 작품, 장르 문학이면 일단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저와 문체가 잘 맞으면 더 좋습니다.

3. 4월 발표될 필립 K. 딕상에 대한 말씀과 SF 소설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필립 K 딕(1928-1982)은 한국에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 리콜]의 원작자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연세대학교에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봄학기마다 SF수업을 했는데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교재로 사용했습니다. 저로서는 교과서에서 읽던 작가님의 이름을 딴 상에 제 작품이 후보로 올라서 얼떨떨합니다.

필립 K 딕 상은 필립 K 딕이 사망한 이듬해인 1983년에 제정되었습니다. 문고판으로 출간된 작품만 심사한다는 독특한 규정이 있는데, 장르문학의 대중성과 SF전문 출판사들의 영세한 현실을 반영한 규정 같습니다. 수상작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마 1985년에 수상한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Neuromancer)일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의 효시로 알려져 있으며 영미권 대학들이 [뉴로맨서]만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따로 개최할 정도로 이제는 미국 SF소설뿐만 아니라 영미권 현대문학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작품입니다.

필립 K 딕 상은 42년 역사 동안 거의 대부분 영어로 집필된 장편소설에 상을 주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단편집 앤솔러지가 후보에 오른 적이 네 번 있지만 모두 다 영어권 작가들이 영어로 쓴 작품이었고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일본의 사토시 이토 작가가 '프로젝트 이토'라는 필명으로 쓴 비영어권 작품이 영어로 번역 출간되어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사토시 이토 작가의 [하모니](Harmony)는 미래 유토피아 SF소설이며 장편입니다. 단편집이면서 원문 언어가 영어가 아닌 작품이 수상한 이력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번에 후보에 오른 [너의 유토피아]는 한국어로 써서 안톤 허 번역가가 영어로 번역한 단편집입니다. 비영어권 단편집인데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로 필립 K 딕 상의 40여 년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이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전의 사례들을 보면 제가 수상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4. 작가님은 문학이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학이 사회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어떤 간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문학은 사회적 변화를 촉진한다기보다는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로 이어진 공산주의의 종말과 PC통신과 인터넷이라는 기술 발전이 함께 일어나면서 한국에 장르문학, 특히 SF와 판타지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작가, '원조 한류'라 할 수 있는 [룬의 아이들] 전민희 작가, SF거장 듀나 작가들이 이 때부터 한국 SF판타지 소설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국립 과천과학관에서 SF어워드를 시작하여 이제 11월의 SF축제로 발전시켰고 2015년부터는 한국과학문학상, 문윤성문학상, 포스텍SF어워드 등 여러 SF 문학상들이 우수한 작가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자면 제 1회 문윤성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최의택 작가의 [슈뢰딩거의 아이들](2021), 김원영 변호사와 김초엽 작가가 함께 집필한 장애에 관한 에세이 [사이보그가 되다](2021) 등이 출간되면서 장애 당사자의 경험과 관점, 장애와 사회, 장애와 과학기술 등에 대한 담론이 자연스럽게 전면에 드러나고 작품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 포용적인 방향으로 얼른빨리 변화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유감입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작가들이 일상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가 자리를 잡았고, 그렇게 해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들의 목소리가 여러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문학 중에서도 SF는 새로운 미래, 기술과학적 상상력을 장르 정체성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외계에서 온 이주민이라든가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라든가 성별이 없거나 성별이 엄청나게 많은 사회라든가 이런 변화한 세상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도 독자들이 부담없이 받아들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학이 사회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면 아마 SF가 선두에 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현재의 비상계엄, 탄핵 등 최근 사회적 변화가 작가님의 문학적 상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신가요?

평범한 사람이 극단적인 사상에 빠져드는 방식과 다단계, 사기,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에 대해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정말 뭐든지 믿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6. 향후 출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20세기 초 폴란드 혁명소설 [나는 빠리를 불태운다]와 2023년에 출간된 폴란드 여성작가의 데뷔작 [상실] 번역을 완료해서 올해 안에 두 권 모두 출간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장편소설을 (힘겹게) 마감하는 중입니다.

7. AI가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고 봅니다. 직장에서 PPT나 보고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뛰어난 결과에 감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사유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작가님이 보시는 AI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런 우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은 20세기 내내 발전해 왔습니다. 그 자체로는 우려하지 않습니다만 현재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생성'이라는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저작물을 자꾸 도둑질하는 것은 아주 걱정됩니다.
저작권법 제 2조 1항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합니다.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성의 매우 본질적인 부분입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문화도 문명도 아무 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외국 대기업들이 자기들의 생성형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창작물을 무단으로 데이터로 사용하면서 인간의 이런 고유하고도 본질적인 권리와 영역이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술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자본주의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에 대한 규제로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일부 자본주의 국가들이나 한국 정부가 그런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는 의문입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인간의 표현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주의 관점에서 적절한 규제를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8. 요즘 우리 사회가 너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여쭤봅니다.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를 넘어 통합의 거대 담론을 이끌어 갈 문학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합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 사상과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는 디스토피아입니다. 유토피아는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튀어나오고 부딪치면서 자기 자리를 갖고 섞이거나 갈라지거나 새로 생겨나거나 퍼져 나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오로지 그 작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작가와 함께 생각하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골고루 읽으면 여러 가지 관점을 받아들이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 이유 중에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세상 모든 일에는 단 한 가지 정답이 있으며 그 정답을 가장 많이 찾아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모든 자원을 독점할 권리가 있다는 폭력적인 경쟁논리가 너무 오래 작동한 결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 하나의 정답'이 실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가보는 장소에서 길을 찾을 때 만약에 목적지까지 오로지 단 하나의 정답 길만 존재한다면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도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인생도 이런 식으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여러 가지 길은 서로 다 이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길을 잘못 들었으면 다른 길을 찾아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잘 가기만 하면 됩니다. 올바른 정답 길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길은 오답이며 정답 길을 가장 빨리 찾아낸 가장 똑똑한 사람이 목적지를 점령할 권리가 있고 오답 길을 찾은 사람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답 길을 찾을 때까지 고생해야만 옳다는 사고방식은 비효율적이고 폭력적입니다.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런 다양성은 골치 아프고 '갈등'이나 '의견충돌'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이해하려면 사람들이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특히 한국 SF를 많이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finevie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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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해병 순직' 임성근 1심 징역 3년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채해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8일 1심 선고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이날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상현 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 금고 1년 6개월·이용민 전 7포병대대장 금고 10개월 ·전 7포병대대 본부중대장 장모 씨에게 금고 8개월 2년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이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오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점 등에 비춰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앞서 선고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와 관련해 법정구속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8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임 전 사단장. [사진=뉴스핌 DB]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당시 지휘부는 수색 작전 과정에서 안전사고 위험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대원들에게 필요한 안전장비를 제대로 구비·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단장과 여단장 등 상급 지휘관들은 수중 수색을 중단시키거나 물가 접근 자체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홍수 범람 위험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불분명한 작전 지휘 상황 속에서 오로지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몰두한 나머지 '더 내려가서 헤치고 꼼꼼히 수색하라'는 식의 적극적·공세적 지휘를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위험지역에서 성과를 얻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원들의 생명·신체 위험을 사실상 도외시했다"며 "수색에 투입된 장병들이 구조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상태였고,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가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졌음에도 안전 확보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단장·여단장·대대장 등 지휘관들은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고, 단순한 부작위에 그친 것이 아니라 위험을 인지하고도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키는 적극적 지시를 내렸다"며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임성근은 해병대원들의 안전보다 적극적 수색을 강조하며 반복적으로 질책해 사고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 전 여단장에게 금고 2년 6개월, 최 전 대대장에게 금고 2년 6개월, 이 전 대대장에게 금고 1년 6개월, 장씨에게 금고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임 전 사단장 등 5명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부근 내성천 유역에서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안전로프 등을 착용하지 않은 채 수중수색을 하게 해 채해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을 육군 제50사단장에게 넘기도록 한 합동참모본부 및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을 어기고, 직접 수색 방식을 지시하고 인사 명령권을 행사하는 등 지휘권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pmk1459@newspim.com                   2026-05-0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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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전투용 적합' 최종판정 받다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한국형전투기(KF-21) 보라매가 7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하며 체계개발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2015년 12월 체계개발 착수 후 10년 5개월, 2023년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 약 3년간의 후속 시험평가 끝에 이뤄진 결과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스웨덴·일본에 이어 독자 전투기 개발 능력을 완전히 확보한 8번째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월 12일 경남 사천 남해 상공에서 KF-21 시제 4호기가 비행성능 검증 임무를 수행하며 비행시험을 전면 완료했다. KF-21 개발은 총 1600여 회, 1만3000개 항목에 이르는 비행시험을 단 한 번의 사고 없이 완료하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2026.05.07 gomsi@newspim.com 방사청에 따르면, KF-21은 2021년 5월 최초 시험평가를 시작해 올 2월까지 약 5년간 지상시험을 통해 내구성과 구조 건전성을 검증했다. 특히 2022년 7월부터 2026년 1월까지 42개월간 진행된 비행시험에서는 총 1600여 회 비행에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극저온·강우 등 악천후 조건 하 비행, 전자파 간섭 하 비행, 공중급유, 무장발사시험 등 1만3000여 개의 다양한 시험조건을 통해 비행 성능과 안정성을 완벽하게 검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투용 적합 판정은 KF-21 블록-I(기본성능·공대공 능력)의 모든 성능에 대한 검증이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방사청은 KF-21이 공군의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하고, 실제 전장 환경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기술 수준과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노지만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국방부·합참·공군·한국항공우주산업(KAI)·국방과학연구소 등 민·관·군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룬 결실"이라며 "향후 양산 및 전력화도 차질 없이 추진해 공군의 작전수행 능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비행시험 효율화를 위해 시험 비행장을 사천에서 충남 서산까지 확대하고 국내 최초로 공중급유를 시험비행에 도입했다. 그 결과 개발 비행시험 기간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앞당길 수 있었다. KF-21 체계개발 사업은 올해 6월 종료되며, 양산 1호기는 올해 하반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양산 1호기는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KAI 공장에서 출고됐으며, 4월 15일 출고 22일 만에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물량은 순차적으로 실전 배치될 계획이며, 추가무장시험을 통해 공대지 무장 능력도 확보할 예정이다. 공군은 2032년까지 총 120대를 전력화할 계획으로, KF-21은 노후화된 F-4E·F-5E 전투기를 대체하는 한편, 대한민국 영공방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방사청은 "검증된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방산 4대 강국 도약의 서막을 여는 K-방산 수출의 핵심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gomsi@newspim.com 2026-05-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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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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