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심위, 오히려 공정성 저해될 수 있어"
법조계 "과거 레드팀 구성한 적 없어…보여주기 식 불과"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김 여사를 17일 불기소 처분하면서, 법조계 등 일각에선 야권이 추진하는 '특검론'에 힘이 빠르게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년 6개월에 걸친 검찰 수사 결과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전격 발의했다. 특히 이번 처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에 말 한마디 못한 검찰을 국민들이 목도했다는 뼈아픈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취업' 의혹 등 검찰 수사가 문 전 대통령 일가와 지난 정부 인사들로 확대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주범들과 적극적으로 연락했다거나 범행 사실을 사전 인지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도이치모터스 사건도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같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검찰은 오히려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 필리핀, 싱가포르,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나서기 위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10.06 pangbin@newspim.com |
이날 최 부장검사는 "수심위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종교 지도자 혹은 특정 직군과 자격증이 있는 일반 시민들의 견해를 듣는 것"이라며 "수사팀은 사건만 보고 증거와 법리로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수심위가 열리면 오히려 사건의 공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이치모터스 최종 처분 직전 '내부 레드팀' 회의를 소집했다는 입장이다.
중앙지검은 전날 1∼3차장검사와 수사팀 외 증권·금융 사건에 전문성이 있는 부장·부부장·평검사 등 15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수사 결과를 다각도로 검토했다.
이와 관련, 조상원 4차장검사는 "(레드팀에서) 수사가 잘못됐다고 하면 재검토 할 의향도 있었으나 참여하신 분들 대부분 저희 수사팀 결론에 공감하는 의견을 주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이뤄진 레드팀은 공정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이제까지 검찰이 레드팀을 구성해 회의를 한 적은 없다. 여론이 집중하는 사안이다 보니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판단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 같다"면서도 "같은 청 내부에서 팀을 만들었는데 수사팀과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가 있겠는가. 보여주기 식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법리적 문제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니 언론 보도를 보고 여론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여권 쪽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니 국회에선 특검론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명품 가방 사건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사건까지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이어지면서 이번 수사 결과가 법리적 판단과는 별개로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윤미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이번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처분이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말 한마디 못 한 검찰을 국민들이 목도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검찰이 하지 못했으니 특검 할 수밖에 없다. 여권 또한 김건희 특검을 두고선 필리버스터도 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분열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검찰은 명품 가방 사건에 대해서도 김 여사 등 5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제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 2일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등 고발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김 여사, 최재영 목사, 백은종 서울의 소리 대표,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 등 5명을 불기소 처분했다.
수심위는 지난달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등 6개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권고했다. 반면,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는 청탁금지법에 한해 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이 1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 룸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 수사결과 발표 전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2024.10.17 leemario@newspim.com |
se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