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등 9월 들어서 집중
소음으로 전방 주민 괴롭히기도
"인명피해 발생 때는 강력 응징"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대형 고무풍선에 쓰레기더미를 띄워 보내는 북한의 도발행태가 이달 들어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후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을 겨냥해 쓰레기풍선을 날려 보냈다. 올 들어 22번째 풍선 도발이다.
북한이 지난 22일 올들어 22번째 대남 쓰레기풍선을 날려보내는 등 도발 움직임을 본격화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잠실대교 인근서 발견된 대남 오물풍선. [사진=합동참모본부] |
북한은 지난 5월 말 분변과 퇴비 등이 담긴 오물풍선을 남측 지역으로 살포한 것으로 시작으로 지난달 10일까지 간헐적인 도발 행태를 보였다.
한동안 주춤하던 북한은 중단 25일 만인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연속 살포를 감행한 것을 비롯해 11일, 14~15일, 18일, 20일, 22일 등에 쓰레기 풍선을 연속으로 보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이 추석 연휴 등에 집중되는 등 전례 없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쓰레기 집중 살포를 이어가며 우리 측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며 "실제 김정은의 여동생인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이 대남 담화를 통해 대남풍선 수거를 위해 남측을 괴롭힐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을 둘러싼 우리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는 노림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탈북민 단체 등이 보내는 대북전단에 맞대응해 쓰레기풍선을 띄우는 것이란 논리를 주장해 왔다.
대남풍선을 집중적으로 보내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전단 반대여론을 확산시켜 탈북민 단체 등의 활동을 제지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맞서 전방 주민들을 괴롭히는 소음을 담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사진은 최전방 육군부대 장병들이 지난 6월 9일 오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위해 장비를 점검하는 장면. [사진=합참] |
북한이 최근 들어 최전방 지역에서 야간에 괴이한 음향이 나오는 공세를 펼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남남갈등 유발책이란 진단이 나온다.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로 인해 전방 북한군이 탈북 귀순하는 일까지 생기자 이를 중단토록 우리 군과 정부 당국을 압박하기 위해 전방 지역 주민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집요한 공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뜻대로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첫째는 오물풍선 살포 등으로 저열한 대남공세의 극단적 모습을 보여준데 대해 우리 국민들이 극도의 실망감을 보였고, 대북비판 여론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지난해 말부터 한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주장하면서 대남 도발 위협을 노골화하는 점이 북측 주장의 힘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도발을 멈추기 위해 대북전단을 중지하라는 논리가 힘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둘째는 대북전단을 보내 김정은 정권에 의해 눈과 귀가 가려진 북한 주민에게 외부정보를 유입시킨다는 당위성을 누를 명분이 마땅치 않은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 북한의 요구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드는 모양새를 취해 국민들의 비판을 받았고, 결국 대법원에 의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뉴스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신형 저격용 소총을 직접 쏴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2024.09.19 |
셋째는 쓰레기풍선 대남살포의 강도를 더 높이기 어려운 점도 북한 측이 당면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헬륨가스 조달이나 타이머‧기폭장치 등 장착에 적지 않은 돈이 들 수밖에 없다. 한 탈북인사는 "북한의 경제난은 풍선에 실어 보낼 생활쓰레기조차 제대로 구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초기 북한은 5000개 가까운 풍선을 띄웠다고 주장했지만 현재는 한 차례에 수 백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넷째는 대남 쓰레기풍선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와 군 당국의 단호한 입장에 북한도 나름대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점이다. 풍선에 달린 기폭장치 등이 최근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으로서는 대북 비판여론 고조와 함께 응징을 감내해야 하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게 분명하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북한은 주민들에게 쓰레기풍선 관련 사실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자칫 내부에 알려질 경우 오히려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역효과가 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yj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