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지배주주 이익만 우선, 정부 노력에 찬물"
"일부 정치권 지나치게 규제적인 방법 논의...기업, 경각심 가져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논란이 되고 있는 두산그룹 관련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보완) 제출을 요구하겠다"고 8일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두산이 제출한 정정신고서를 검토중이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원칙은 구조개편 효과, 의사 결정 과정과 그로 인한 위험 등에 대해 주주들의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 있는가를 서두르지 않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8.08 choipix16@newspim.com |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인적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 주주에게 불리하게 책정된 합병 비율을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은 1대 0.63으로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적자 기업이란 지적이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주주들에게 충분한 합병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산로보틱스가 공시한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한 차례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6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과 관련한 정정신고서'에는 논란의 핵심이 됐던 합병 비율을 바꾸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적혀 있어 비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의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보완) 제출을 요청하겠다"는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불공정한 합병 비율 관련 논란은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정부가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본시장 인프라, 상장제도 및 세제 등 전방위적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와 시장참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근절돼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원장은 추가 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기업들에게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일부 정치권에서는 지나치게 규제적인 방법까지 논의 중인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 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 "운용사 CEO 분들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문제점을 제기해주섰다"며 "개인이 직접 투자를 하면 20%의 세율을 부담하는데 펀드에 담아 투자할 경우 사실상 50% 내외 세율을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권유하는 장기간접투자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등에서 논의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미국 주식의 주간거래 차질 문제 관련해서는 "최종 점검이 끝난 건 아니다"라면서도 "개인의 자율적 투자 의사결정이 침해된 부분에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중개사에 책임이 있다면 자율적 조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경쟁 심화 과정에서 제기되는 불건전 영업행위와 관련해서는 현황을 파악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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