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 무기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쓰인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타슈켄트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을 향해 "작고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들은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하는 것을 논의하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노는지 알아야 한다"며 "지속적인 긴장 고조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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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회담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그는 "유럽에서 이러한 심각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미국은 전략 무기 분야에서 우리의 동등성을 감안할 때 어떻게 행동할까?"라며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들은 세계적 충돌을 원하는가?"라고 덧붙였다.
그가 언급한 전략 무기 분야에서의 동등성은 러시아와 미국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란 사실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 무기가 러시아 영토 깊숙이 타격하는 데 쓰인다면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경고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동맹국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 사용 제한 일부 해제를 고려해야 할 때"라고 지난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자 나왔다.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 침공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동북부 주요 전선에서 밀리자 서방에서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와 확전을 피하고자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러 본토 타격을 제한해 왔는데 우크라이나군의 고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이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오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 이것은 변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우크라이나)이 미사일이 발사된 군사 기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군사 기지를 무력화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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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우)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그는 "그들은 민간 지역이나 다른 군사 기지 등 러시아 내 다른 목표물을 타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도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며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는 우크라이나가 자위권을 행사하라고 준 것이라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적합한 조처를 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국방장관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서방 지원 무기의 러 본토 공격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든 유럽국이 서방 지원 무기의 러 본토 타격 제한 해제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자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왜 그러한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의 러 영토 반격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위해 스스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