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경찰서, 전 축구선수 사기 혐의로 수배
유명 축구선수들 이름 대며 기망
12억원 있다고 했으나…통장엔 불과 1700원
추가 범행 위해 피해자에게 접촉하기도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전(前) 축구선수가 손흥민·지동원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 경찰이 그의 행적을 쫓고 있다. 서울 서초·강남경찰서에서 그를 수배 중이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초경찰서는 전(前) 축구선수 A씨를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다. A씨는 지난 2021년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에게 약 1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았으나 지난 2022년 잠적했다.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국내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A씨는 지난 2021년 5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B씨에게 19차례에 걸쳐 9382만원을 빌렸다. 그는 당시 선수생활을 접고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할 것이라며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고 B씨를 설득했다. A씨는 B씨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통장에 12억원이 있는데 압류돼서 쓸 수 없다', '고가의 스포츠카를 처분해서라도 돈을 갚겠다' 등의 이유를 댔다.
A씨가 변제를 미루자 B씨는 지난 2022년 민사소송을 진행했지만 빌려준 금액을 돌려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소 후 강제집행까지 나아간 후 A씨가 변제할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당시 A씨의 계좌 잔고는 모든 은행을 통틀어 1700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자취를 감췄다. 거취가 불분명해 강제집행도 불가했고 경찰서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강남경찰서에서도 다른 사건으로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유일한 접점은 A씨가 인연이 있다고 주장한 축구선수들이다. A씨는 2014년경 손흥민 선수와 찍은 사진을 토대로 '손흥민 형과 가까운 사이'라고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동원 선수와 같은 전남 유스 출신으로, 큰 금액으로 금전 거래를 하며 서로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거론된 축구선수들은 A씨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흥민 선수는 매니저를 통해 "사진을 찍은 날 처음 뵙고 그 이후로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지동원 선수 역시 "A씨와 고등학교 동창인 것은 맞다"며 "다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몇년 전부터는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국내 한 프로축구 구단에 입단해 해당연도 대회에 출전했다.
한편 A씨는 최근 B씨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산발적으로 연락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돈 일부를 받으려는 상황을 악용해 또다시 돈을 편취한 것이다. 그는 "이사할 때가 됐으니 집 보증금을 빼서 최대 3000만원까지는 주겠다"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현금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며 약 380만원을 뜯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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