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민주당 텃밭에서 국민의힘 배지가 나왔다. 제22대 총선에서 김재섭 당선인은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누르고 서울 도봉갑 '험지'를 탈환했다. 기쁨의 만끽도 잠시, 김 당선인은 총선 참패 국면에서 당 위기 수습에 나선 지도부에 쓴소리를 날렸다.
"당이 하라는 것과 반대로만 했다". 김 당선인은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 자리에서 자신의 승리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 지도부와 수도권 민심의 괴리가 그만큼 컸다는 뜻에서다.
그 자리에서 그는 "이조(이재명·조국)심판 얘기는 입 밖으로도 꺼내지 않았고, 당에서 내려온 현수막은 4년간 한 번도 안 걸었다"며 "부끄럽지만 당에서도 알아주셔야 한다. 당에서 (현수막을) 걸어야 공천받는다고 하는데 공천받아도 떨어질 것 같아서 못 걸었다"고 토로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장의 땅이라 불리는 도봉에서 보수 깃발을 꽂기까지. 그가 직면한 민심의 민낯은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을 터다. 누군가에겐 이제 막 당선된 청년 정치인의 멋모르는 질타로 들릴 수 있겠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에겐 절실하게 정치해 온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서울=뉴스핌] 박서영 기자 = 2024.05.09 seo00@newspim.com |
도봉갑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다. 김 전 의장이 15대 총선부터 내리 3선을 했고, 그 뒤로는 그의 아내인 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9대부터 21대까지 3선을 했다. 도합 24년이란 긴 세월 동안 지켜져 온 진보의 요새를, 80년대생 청년 김재섭이 무너뜨렸다.
총선참패를 겪고 침통에 빠진 국민의힘을 위해 '3040' 세대는 팔을 걷었다. 이번 4·10 총선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소속 30·40대 정치인들은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모임을 갖는 '첫목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 7일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면담에서도 당의 재건을 위한 날선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기성 정치권은 눈앞의 당권 싸움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움직임을 두고, 전당대회 개최 시점을 두고, 친윤계 원내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당 안팎에선 저마다 계산기를 두들기며 페이스북 속 설전을 이어간다.
모 재선 의원은 기자와의 사석에서 "요즘은 차라리 열정 넘치는 초선, 청년 정치인들 말의 무게에 힘이 더 실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당 중진을 비롯한 어떤 학계 평론가들의 패인 분석보다 험지에서 살아 돌아온 김재섭의 한 마디가 더 뼈아프다는 의미다.
108석. 국정운영 3년 임기를 남긴 집권 여당에겐 참으로 가슴 답답한 숫자다. 민심의 회초리를 받든다며 부랴부랴 영수회담을 진행하고 비대위원장을 선임했다지만 "당이 하라는 것과 반대로만 했다"던 초선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험지에서 생환한 혹은 불모지에서 다시 한번 선당후사(先黨後私)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국민의힘이 108석의 아픔을 넘어 민심과 조우하기 위해 반드시 마주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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