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생산지 미국·브라질 작황 부진...오렌지 원액 가격 급등
"오렌지 주스는 팔수록 손해...물량 수급에 만전"
커피 음료 원료인 로브스터 원두도 고공행진...업계 울상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오렌지 주스 원액, 커피 원두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음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기후 변화, 작황 부진, 생산비 상승 등으로 오렌지, 커피의 물량 부족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8일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은 파운드 당 3.72달러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21년 3월 7일 기준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은 파운드 당 불과 1.15달러였다. 3년 만에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223% 증가한 셈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중 판매 중인 17개 과채주스 제품을 나열하고 있다. <뉴스핌DB> |
오렌지 원액 가격 급등은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지인 브라질과 미국 플로리다주가 폭우, 한파, 질병 확산 등으로 작황 부진을 겪은 탓이다. 새로 심은 오렌지 나무가 성목으로 자라 열매를 맺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오렌지 원액 가격 상승세가 수년가량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음료업체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오렌지주스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는 롯데칠성음료, 현대에이치티비, 코카콜라음료, 웅진식품, 빙그레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그간 원재료 수급지를 미국, 브라질에서 스페인 등으로 전환하고 오렌지과즙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을 추진했다.
실제 지난해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델몬트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였다. 또 과즙 함량이 80%인 제품은 45%로 낮췄다. 이 외에도 오렌지 주스를 판매하는 국내 업체 대부분이 과즙 함량을 기존 대비 줄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들 업체들은 수급지 전환, 함량 감축 등 조치에도 원가가 더 오른 올해부터는 사실상 '파는 족족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오렌지주스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커피 원두 가격도 크게 올랐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LIFFE)의 로부스터 원두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톤당 3378달러로 집계됐다. 톤당 4000달러대였던 지난달 대비 다소 감소했지만 1년 전인 2611달러 대비 29.3% 오른 가격이다. 3년 전인 2021년 5월(t당 1478달러)과 비교하면 128.5%나 상승했다.
로브스터는 주로 인스턴트 커피, 커피 음료 제조 등에 쓰이는 원두다. 이에 따라 인스턴트커피, 커피 음료 등을 만드는 업체들도 가격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커피의 경우 최근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기후 변화 현상, 생산비 상승 등으로 로부스터 원두 산지의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오렌지 수확량 급감으로 현재 수급처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오렌지 주스 생산량을 임의로 줄일 계획은 없지만 향후 원가, 수급문제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