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민 성신여대 지리학과 겸임교수
◆지금은 '메가서울' 이 아닌 비수도권의 '메가리전'에 집중할 때
2023년 10월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자는 '메가서울'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실제로 접경지역인 구리, 과천, 하남, 고양 등의 지역 또한 서울시로의 편입문제는 더 불거져갔다. 주민투표를 위한 특별법까지 추진했으나, 현재 보류 상태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혀 되지 않은 정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이 발표된 마당이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이라는 정책 기조에 '메가서울'과 같은 메가시티 정책이 시의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채지민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겸임교수 |
앞서 2022년 행안부 승인을 받고 출범한 부울경 메가시티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 비수도권과 지역과의 불균형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부산, 울산, 경남, 창원⋅진주의 4개의 거점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묶는 초광역 단일 경제권 구축전략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통해 제2의 수도권 탄생을 기대했지만,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정치지도자가 변경되면서 정치 지형이 새롭게 재편됨에 따라 부울경 메가시티는 안타깝게도 자초됐다.
이제는 지방소멸이 현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구 1000만명 이상의 규모에만 집중한 메가시티 확장이 아닌 지역 간 사회기반시설을 공유하며 경제⋅산업적 연계가 긴밀한 권역을 의미하는 '메가리전' 만이 수도권의 블랙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 생각한다.
이미 유럽연합(EU)에서는 8개의 메가리전 정책을 통해 각 도시 간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고 도시 간 네트워크 연계 협력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아메리카 2050'을 통해 10개 메가리전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유럽과 미국의 이러한 시도는 지방의 도시들을 일정한 권역으로 생활권과 경제권이 긴밀히 연계하도록 함으로써 지방도시 단위에서 결부됐던 이점을 되살리게 함으로써 지방소멸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제시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일자리·의료 균형적 삼각편대 통해 모든 세대 품어야
지방은 청년층의 인구 유출로 인해 고령화, 출산율 저하, 의료체계 붕괴 등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이 생존력을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일자리·의료체계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갖춰야 한다.
교육에 집중해 지역을 선택하는 세대는 초⋅중⋅고등학생인 10대와 그의 부모들인 30~40대이며, 일자리를 찾아서 지역을 선택하는 세대는 20~30대 청년세대다. 마지막으로 의료시설은 50대 이상 필수적이며 세대와 무관하게 필요한 기초 인프라 시설이다.
이처럼 교육·일자리·의료시설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청년층을 비롯해 전 연령의 쏠림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지방이 수도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문화, 관광, 콘텐츠 등의 인구 유인책도 필요하지만 특히 인구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교육·일자리·의료시설에 집중해야 다양한 세대를 품을 수 있다.
현 상황에서 226개의 기초자치단체가 교육·일자리·의료에 집중할 수도 없는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메가리전' 전략을 통해 교육·일자리·의료 체계를 기능적 단위로 연계해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로컬단위에서는 경쟁력 있는 컨셉과 비전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로컬모델을 발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역량과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
지자체단체장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지역들이 있다. 먼저 청송군은 4개의 교도소가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교도소를 유치하기 위해 군수와 지역주민들이 힘을 합해 교도소 유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님비(NIMBY)시설이었던 교도소 시설이 청송군의 입장에서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인구소멸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한 청송군 만의 핌비(PIMBY)시설이 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과감하게 선택한 청송군수의 추진력이 청송군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인구 27만인 중소도시 순천시는 정원박람회와 한화에로스페이스 유치 등을 통해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순천이 대한민국 대표 생태수도로 거듭남에 있어서 순천시장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리더십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순천시는 순천만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2024년 4월에는 문화콘텐츠를 접목한 'K-디즈니순천' 을 오픈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패러다임에 발맞춰 지역의 자원을 가치 있게 활용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지자체장의 역량이 돋보인다.
이와 같이 지방만의 독특한 지역 전략은 곧 개시될 선거에서 더욱 그 가치가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헤드십(headship) 보다는 지역의 잠재된 가치를 발굴하고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며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진정한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가진 리더의 탄생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소멸관리청⋅지방활력증진청(가칭)과 같은 지휘 본부 시급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지방소멸관리청⋅지방활력증진청(가칭)의 전담 조직의 신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행안부에서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지방소멸 대응 기금은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지역 주도의 지방소멸 대응 사업추진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데 문제가 있다.
지방소멸 대응 기금은 지자체 자주재원임에도 불구하고 사업계획만 지자체가 수립하고 투자계획에 대한 심사와 지자체별 차등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가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자치 기반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대전제를 까맣게 잊고 시행되는 사례이다. 자칫하면 정부의 나눠주기식, 지자체는 보여주기식의 재정낭비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
따라서 나눠주기식과 보여주기식에서 벗어나 지방의 활력을 불어넣을 위기 대응 방안을 위해 지역의 정확한 문제 및 지역 활성화 방안을 위한 모니터링과 컨설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또 컨트롤타워에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정부 차원에서 종합 지표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실태조사를 할 수 있는 지방소멸 위기관리 대응 정보시스템 등을 가동하고 지자체 차원에서는 지역마다 성장배경 및 쇠퇴 속도 또한 달라서 지역만이 가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협업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의 전담 조직은 컨트롤타워의 핵심으로써 가장 필수적이다.
지난 2일 인구 위기 대응책의 방안으로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와의 촘촘한 협업관계 및 소통체계를 위해 보다 체계적이고 통일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거버넌스 조직이 절실하다.
더 이상의 지방소멸은 없어야 한다. 지방은 소멸의 대상이 아닌 흰색 도화지와 같은 블루오션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지방소멸방정식을 차근차근 풀어 나아가야 한다.
▶채지민 교수는= 지역개발 전문가로 경기연구원, 성남산업진흥원을 거쳐 지역개발 정책 등을 연구하고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의 당면한 문제를 컨설팅해주는 상화지역정책연구소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한국경제리학회, 한국지방자치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2024년부터 대한지리학회에 새로 신설한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지역가치 창조론, 지역 및 공간 정책 실습, 로컬크리에이터 이해 및 실천 등의 과목을 강의를 하고 있다. 로컬리즘, 지방소멸, 지자체 맞춤형 전략, 창업 활성화, 지역 기반 로컬크리에이터 등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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