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비자의 입원' 절차 법 개정으로 까다로워져
'사법입원제' 도입해 법관이 중증환자입원 판단해야
정신과전문의 "인권은 치료 받을 시기 지켜주는 것"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 2023년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묻지마 차량 돌진과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 시민 14명이 사상을 당했고, 2명의 시민이 결국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최원종(사건 당시 22세). 그는 정신병의 일종인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를 앓아왔다.
#.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15세 A군은 배현진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다가가 신원을 묻고는 가지고 있던 돌덩이로 배 의원의 머리를 15회 가격했다. A군은 과거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전 증상이 심해져 폐쇄병동 입원 권고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신질환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행하는 폭력범죄가 과거보다 많아진 것은 치료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이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빈번한 정신질환 폭력범죄를 예방하려면 '사법입원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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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 디딤정신건강의학과 원장(서울특별시의사회 섭외이사)은 "치료시기를 놓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배현진 의원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가해자가 정신병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범인은 미성년자다. 어지간히 증상이 심해도 부모들이 기다려보려는 사람이 많다"면서 "가족들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골든타임이 가정 내에서 날아가 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이 치료에 임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중증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신질환자 입원은 2016년 국회에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 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처리되며 어려워졌다. 헌법재판소가 앞서 가족 2인 동의와 전문의 1인의 결정으로 강제입원이 가능했던 구 정신보건법 24조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고, 국회가 법률 개정으로 이를 후속처리했다.
그 결과 비자의 입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인과 보호의무자 2인의 '모두 동의'로 조건이 강화됐다. 전문의 중 1명은 국공립이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여야 한다.
현행 비자의 입원은 ▲보호입원(중증 정신질환자가 입원치료를 거부할 때 '전문의 2인 판단+보호의무자 2인' 신청) ▲행정입원(보호의무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발견 시 지방자치단체장이 전문의 진단 근거로 입원 명령) ▲응급입원(자·타해 위험이 심각히 우려되는 중증 정신질환자 발견 시 '발견자+전문의·경찰관 동의)로 분류된다.
최 원장은 "현재 정신질환자를 비자의 입원을 시키려면 자·타해 위험이 심각히 우려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자·타해가 이미 일어난 후에야 입원이 된다. 그러니 정신질환자 입원은 늘 사후약방문 형식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른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2023년 8월 4일 법무부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여,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정입원과 응급입원 등은 환자로부터의 고소 등이 염려돼 전문의와 행정기관에서 소극적으로 행해진다. 그 부담을 사법부가 담당해 정신질환자가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의사회) 역시 국가가 적극적으로 정신질환자 입원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지난해 8월 16일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폐지 ▲인권적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신보건의 현장과 현실의 문제들,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한 실현 가능한 법과 제도 정비를 국가가 서두를 것 ▲중증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의 시행 필요를 주장했다. 또 사법입원제를 '국민안심입원제'라고 명명해 환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최 원장은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것은 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재 제도는 정신질환자를 위해서 개선하는 것이 꼭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