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등 납품업체 임직원들도 금고 3~5년 구형
"부모들 평생 죄책감…1심 무죄 파기·엄벌 필요"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6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 관련자들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원심 (무죄) 판결을 파기해달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또 함께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 임직원들과 납품업체인 이마트·필러물산 관계자 11명에게도 1심과 같이 각 금고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고는 징역형과 달리 교도소 내 노역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가습기메이트(CMIT/MIT) 독성실험 적정성'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검찰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최고 가치를 두는 현대사회에서 이 사건과 같이 결함 있는 물건의 제조,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은 기업과 임원의 부주의에 의해 많은 생명이 희생됐다면 막중한 법적 책임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제품의 위해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영유아들을 영문도 모른 채 죽게 했고 부모들은 평생 죄책감에 살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 유통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됐다.
SK케미칼은 하청업체 필러물산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했고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해당 제품을 납품받아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했다. 또 이마트는 애경산업으로부터 이를 납품받아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이플러스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 물질 사용이 피해자들의 폐질환이나 천식을 발생시켰다거나 악화시켰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1심 재판부가 환경부 보고서의 일부 문구와 전문가들의 일부 증언만 취사선택해 무죄로 판결했다며 항소했다. 반면 변호인들은 제품과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CMIT·MIT 물질이 폐에 도달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