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생산자·유업계·유통업계 현장간담회 개최
"원유·유제품 가격인상, 가공식품 영향 제한적"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 최근 우유가격이 줄줄이 오르자 정부가 관련 업계를 소집해 가격 안정을 독려하고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4일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김정욱 축산정책관 주재로 소비자단체·생산자·유업계·유통업계와 와 함께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일부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시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 형식이지만 추가적인 가격인상에 제동을 건 모양새다.
◆ 우유 원유가격 8.8% 인상…소비자 가격 줄줄이 인상
올해 원유가격은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해 생산비가 리터당 115.76원(13.7%) 상승한 상황에서도 리터당 88원(8.8%)만 인상됐다(그래프 참고).
이는 정부가 지난 2년간 추진한 낙농제도 개편의 성과이자, 원유가격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선 결과로 분석된다. 낙농제도 개편 없이 작년까지 적용하던 생산비 연동제에 의해 결정됐다면 인상폭은 최소 104원에서 최대 127원에 달했을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적용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우유 소비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 생산비가 증가하더라도 오히려 원유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 유업체와 하나로마트 등 유통업계는 정부의 물가안정에 협조하기 위해 소비자 구매가 많은 대형마트 흰우유(900~1,000㎖) 판매가격을 2980원 이하로 최소화하는 등 예년에 비해 유제품 가격 인상을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책정했다.
이날 참석한 한국유가공협회 이창범 회장은 "원유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설탕을 비롯한 각종 원재료와 포장재, 가스·전기요금, 물류비 등 다양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지만, 유업계는 소비자 부담 완화와 물가안정을 위해 유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 정부, 무분별한 인상에 제동…"가공식품 영향 제한적"
유업계는 편의점의 유통 특성상 판매가격이 대형마트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은 지역의 소규모 자영업자가 프랜차이즈와의 계약하고 24시간 영업하며 수시로 1+1, 2+1 등 할인행사를 진행한다는 점 등이 가격책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서울우유의 대표 품목인 '나100%우유' 1000㎖의 2023년 9월 판매가격은 대형마트에서 2980원 수준이었지만 편의점에서는 3050원 수준이었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10월 6일부터 유제품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묶음 판매를 통해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앞으로도 수시로 묶음 판매와 할인행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도 "국산 유제품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지금과 같이 고물가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할인행사, 묶음 판매 등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원유가격 인상과 함께 흰우유 가격이 인상되었지만 가공식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가가 오르면서 남양유업과 매일우유가 다음달 우유 가격을 인상한다. 서울 도봉구 창동 하나로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실제로 식품 제조 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은 53.8~78.4% 수준이며, 주요 식품류 중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을 제외하면 원유나 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과자류의 경우에는 유제품 원료 비중이 1~5%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유제품 원료는 수입산 의존도가 높아 국산 유제품 원료만으로 한정한다면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 우유 시장은 마시는 우유의 소비는 줄어든 반면, 치즈·아이스크림·버터 등 유가공품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또한 국산 우유 소비는 저출산, 저렴한 수입 멸균유 증가 등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러한 시장상황 변화에 대응하고 낙농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도개선, 국내 조사료 생산 확대 등을 포함한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관련 생산자, 유업계,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T/F팀)을 꾸려 마련할 계획이며 생산자와 소비자단체, 유업계 등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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