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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북'이라는 이름의 트라우마…이제 그 꼬리표를 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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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윤 서울사이버대 음악치료학과 교수

그 아이를 처음 만난 건 '희망의 두드림'이라는 탈북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심리지원 음악치료 프로그램에서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인 A는 제3국 출생의 북한이탈 청소년이었다. 입국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던 그는 학교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잠을 자거나 멍하니 지내고 있었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고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장벽 때문이었다.

여정윤 서울사이버대 음악치료학과 교수. [사진=뉴스핌DB]

언어소통의 어려움, 하루아침에 바뀐 환경, 갑작스런 가족과의 이별 등이 얼마나 A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 그가 음악치료 시간에 써내려갔던 가사들을 통해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의 수업 대부분에 적응하지 못하던 A는 음악치료 시간에 와서 번역앱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말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자신의 감정을 노래 가사에 담으며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시간을 가졌고,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갈 때는 친구들과 함께 크게 소리내어 웃을 정도로 안정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탈북민은 북한을 벗어나는 험난한 과정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 즉 중국 등 제3국에너 태어나거나 탈북민 부모를 둔 대한민국 출생의 탈북 아동·청소년 모두에게도 '탈북'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트라우마는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 충격이 되는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정신적 외상은 반드시 큰 사건을 겪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PTSD라고 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처럼 일상을 넘어서는 큰 사건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개인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트라우마는 그것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지내게 되면 일상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뜻밖의 상황에서 '얼어붙기'를 마주할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탈북민들과 만나게 된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을 지원하는 많은 제도, 경제·사회적 지원들만으로는 해결해주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이전의 그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심리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과 함께하는 현장 속에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상담 과정에서 만난 탈북민 부모, '희망의 두드림'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탈북 아이들, 합창단으로 만나게 된 탈북 청년·대학생들은 모두 저마다의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었고, 저마다 '탈북'이라는 두 글자가 가지는 일반적인 어려움 그 너머의 각기 다른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심리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서는 그들의 특수한 개인 역사와 상황에 대한 이해, 전문적 지식과 통찰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고, 피상적으로 그들을 돕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선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안으로 개입하여 진정한 필요를 채우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을 많이 보아왔다.

그들을 돕고자 하는 선의가 오히려 그들에게 또다른 트라우마를 주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많은 탈북민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이나 심리적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많이 있다. 그리고 '탈북'이 외부로 드러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필요가 참여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하는 여러 세심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많은 좋은 취지로 계획한 프로그램이 진정성을 가지기 위해서 프로그램 참여로 인해 탈북민에게 낙인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문화와 탈북, 그리고 다른 취약계층과 탈북민 문제는 분명히 다르게 다루어져야 하며, 다른 방식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일상 안으로 들어가서 보면, 그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의 자기돌봄의 노력을 하고자 하지만, 이것은 많은 이유로 덮이게 된다. 경제적 이유, 물리적 제한, 사회적 시선, 청소년이라면 학업적 이유 등등 우선 순위에 자신을 돌보는 기회는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탈북이라는 것이 왜 이 사회에서 숨기고 싶은 것이 되어야 할까?

필자는 여러 고비를 넘겨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 들어온 이유에도 제2, 제3의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아 딱지가 않기도 전에 다시 상처가 나서 회복이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도 많다. 

그런 측면에서 트라우마와 심리적 치유를 위해서는 전문인력의 개입과 상담환경, 다양한 활동 기법(음악, 놀이, 전문심리진단 등)들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탈북민들을 위한 전문심리상담 센터가 개소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현장에서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그들이 대한민국에서의 건강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진심으로 애쓰고 그 자리를 지키는 많은 노력들이 지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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