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인 여행사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고객 돈 편취
피해자들, 법원 매매대금반환 소송 승소해도 환불 못받아
현재 영업 여부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피해자 다수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 전국에 지사를 둔 유명 웨딩 컨설팅 업체에서 '먹튀' 사기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업체의 자회사인 여행사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고객들의 돈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들로부터 매매대금을 받은 뒤 이를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예식 컨설팅 업체 A사의 자회사인 여행 업체 B사 또한 같은 수법으로 고객들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챘다.
지난 2020년 5월 결혼을 앞두고 해당 여행사와 신혼여행을 계약했던 김모(30) 씨는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항공권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항공사 등으로부터 결제 취소 대금을 돌려받고서도 환불 처리를 미뤘다.
<사진=뉴스핌DB> |
김씨는 "올해 4월 초에 사무실에 찾아가서 대표에게 확약서를 받은 뒤에야 3년 만에 결제 대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후 남은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자 이번 달 14일부터 돌연 대표 번호 및 회사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 삭제되고 사무실 역시 철수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박람회가 회사의 판매수법인지 모르고 일반적인 여러 업체가 모이는 박람회로 착각했다. 소비자만족 1등이라는 타이틀과 대규모 박람회에 참석할 정도로 오래된 여행사라서 감쪽같이 속았다"라고 했다.
2019년 B사와 계약한 이모씨 역시 환불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앞서 A사 웨딩박람회에서 신혼여행을 예약한 후 코로나로 신혼여행을 취소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B사가 환불 처리를 해주지 않자 법원에 매매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해 승소까지 했지만 현재까지 환불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모(35)씨 역시 "A사 박람회에서 신혼여행을 계약한 이후 3년간 환불 처리를 해주지 않아 지난 4월 전자소송을 진행한 상태"라며 "환불 규정이 있는데도 혼자서 소송까지 진행하게 될 줄도 몰랐고 진행 비용도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힘이 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밝힌 미납 환불 금액만 6040여만원에 다다른다. 지난 A사의 먹튀 사건이 기사화되며 해당 사태를 파악한 소비자들이 속출하며 최근 전자소송도 제기됨에 따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사는 지난 2015년 7월 A사가 창립한 신혼여행 전문회사다. A사와 B사는 2016년 동반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그 해 모 시상식에서 나란히 상을 받았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A사 대표 최씨는 B사의 사내 이사로 등록되어 있었다.
A사 홈페이지와 자사 블로그에는 B사를 "2015년 허니문 직판여행사이며 2015년 전문 여행사로는 가장 많은 고객이 이용했을 정도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B사의 현재 영업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환불 요구 소비자들의 민원을 접수한 강남구청은 "지난 20일 B사 사무실로 등록된 서울 학동로 빌딩에 실사를 진행했지만 현재 운영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청 관계자는 "실제로 영업이 이뤄졌던 곳은 A사 빌딩 사무실인 것으로 파악한 상태다. 다만 등록 주소에서 운영을 병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B사 대표와 접촉해 확인한 결과 소재지 이전을 고려 중이고 대표자 역시 변경할 계획이라고 들었다"며 "일단 확약서를 받은 사람들에 한해서는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라고 전했다.
구청은 보상 방안을 찾고 있는 상태지만 피해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B사 피해단톡방에는 "대표가 바뀌면 사실상 폐업한다는 소리 아니냐", "대표자 변경되면 모 항공사 사건처럼 환불받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이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인데 내 몫까지 돈이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법리적 절차를 포함해 보상 방법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