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경기 평가에서 미 경제가 향후 수개월 느린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지난 5월 말 이후 전반적인 경제 활동은 경미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수개월간 전반적으로 느린 경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블룸버그] |
이는 연준이 지난 5월 말부터 6월 30일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해 내놓은 자료다. 이번 베이지북은 오는 25~26일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컸다.
연준은 "12개 관할 구역 중 5개 구역의 경제 활동은 소폭 증가했고 5개 구역은 변화가 없었으며, 2개 구역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기보다는 완만하게나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완만한 속도로 상승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물가)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의 데이터와도 일맥상통한다.
앞으로의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서도 "기대 물가가 향후 몇 달 대체로 안정적이거나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역시 '완만하게' 계속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여러 지역에서 임금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같은 베이지북의 내용은 이날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와도 대체로 일치한다.
미국의 6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3.0% 올라 5월 상승률(4.0%)이나 시장 전망치(3.1%)를 하회했다. CPI 상승률이 3%대로 조사된 것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준의 고금리 긴축정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대비, 전월 대비 각각 4.8%, 0.2%씩 오르며 5월 수치(5.3%, 0.4%)에서 둔화했으며 월가 전망치(5.0%, 0.3%)도 하회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며, 긴축을 우려하던 시장에서는 이젠 연준이 7월 금리 인상 이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또한 이날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공실이 늘었고, 이는 금융 시장의 문제로 대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사무실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높았다"며 "광범위한 금융 부문의 여건은 (최근 몇 달에 비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악화하고 있다" 밝혔다.
다만 올봄 은행 혼란의 진원지였던 샌프란시스코 연준은 보고서에서 해당 지역의 금융 부문이 상대적으로 평온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뉴욕 연은의 경우 "재융자를 포함한 모든 대출 부문의 대출 수요 감소"를 이유로 중소형 은행들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