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 발언' 이낙연...친낙계 "신뢰 회복 먼저"
친명계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비명계 일각에선 분당 가능성 거론도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귀국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민주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한 것을 두고 분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다만 분당에 대해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일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인상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2023.04.09 mironj19@newspim.com |
계파 간 신경전은 1년여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이 전 대표가 지난 2일 이재명 대표 체제에 작심 발언을 한 뒤 더욱 팽팽해진 모습이다.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으로 2박 3일간 호남을 찾은 이 전 대표는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지역민들이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건 민주당에도 크게 실망한 것 같다"며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짚었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귀국 8일 만에 이재명 대표 체제의 현 민주당을 향한 작심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귀국 당시 공항에서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발언한 이후 낸 첫 당내 정치적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낙계 인사들은 두 사람 간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 친낙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마음에 없더라도 신뢰 회복 조치의 몸짓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다"며 "당을 분열시키는 행동은 그만두도록 하고 대표가 직접 하기 어려우면 대표 주변 사람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이야긴 안 하고 맨날 만나자고만 하나"라고 꼬집었다.
대표적인 친낙계인 윤영찬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두 분이 못 만날 이유는 없다"면서도 "우선은 두 분 사이 신뢰가 복원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낙연 전 대표 장인상 빈소에 조문을 하기 위해 입장하던 중 이 전 대표의 지지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2023.04.09 mironj19@newspim.com |
친명계 역시 두 사람이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신뢰 회복의 제스처랄 게 특별한 게 없다"며 "서로가 만나서 어느 때보다 허심탄회하게, 두 정치 지도자 간의 대화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최고의원은 "서로 안 보는 건 둘 모두에게 안 좋다"며 "이 대표도 포용력이 없어보일 것이고 이 전 대표는 소위 당의 어른으로서의 모습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두 사람 다 만남의 필요성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의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도 통화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개인 일정을 마치면 두 사람이 편한 시간에 만나면 될 것 같다. 특별히 급한 일정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명계에서는 분당을 암시하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3일 라디오에서 "때로는 도저히 뜻이 안 맞고 방향을 같이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유쾌한 결별도 각오하고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분당이 '유쾌한 결별'의 형태 중 하나일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뜻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한 지붕 아래 있겠나"라고 했다.
다만 당 지도부 등은 분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민주당은 친명이든 친낙이든 생각의 차이나 갈등 때문에 깨질 만한 만만한 정당이 아니다"며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이 당이 잘 되고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데 대해선 만장일치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위원장은 이어 "대선 전에도 이 정도 갈등은 있었다. 지지자 간의 갈등, 서로간 신뢰의 강도가 약한 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 같은 갈등이 민주당을 깰 정도는 아니다. (분당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화할 수도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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