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월 국세수입 감소 36.4조로 확대
기존 사업 구조조정 후 신규 사업 제시
국회 예산 나눠먹기 차단이 '우선순위'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기재부로 제출된 부처별 내년도 예산이 삭감될 상황에 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전재정을 외치자 정부 역시 검토중인 내년 예산안 설계를 재검토하고 있어서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의 예산 나눠먹기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재정 다이어트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 세수 펑크에 기정사실화된 내년 예산 삭감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을 소집해 3일까지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재검토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각 부처는 5월 말까지 이듬해 예산요구안을 기재부에 제출한다. 이를 토대로 기재부는 8월 말까지 예산요구안을 조정해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이를 토대로 연말께 국회는 최종적으로 다음해 예산안을 확정한다.
이번에 예산안 재검토가 요청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건전재정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윤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다이어트'를 주문했다.
이는 올들어 급감하고 있는 국세 수입 탓이다.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16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원(-18.5%)이나 쪼그라들었다. 감소폭이 지난 4월(-20.2%) 대비 축소되긴 했으나 5월까지 예산 대비 국세수입 진도율은 40%로, 2000년 이후 가장 낮다.
그야 말로 세수펑크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세제정책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법인세 퍼주기를 했다는 지적도 이어지낟.
법인세는 5월까지 총 17조3000억원이 줄었다. 법인세는 본격적인 납부가 시작된 3월 6조8000억원 감소했으며, 4월에는 9조원으로 감소폭이 확대된 바 있다.
이렇다보니 내년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이 3~4%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 재정에 여유가 없다보니 당연하게 예산을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가율 3~4%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 현 상황에서는 더 악화될 지 등에 대해서는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기존 사업 줄이고 신규 사업 내미는 '조삼모사' 예산안
재정 당국의 재정 삭감 기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각 부처는 상당히 난감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다. 당초 요청한 사업 예산안에 대한 축소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 사업부처 정부 관계자는 "일단 재정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펼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사업은 국제사회의 큰 흐름 속에서 필수적인 사업이다보니 예산을 줄이는 등 뒤로 물러섰을 때 미래에 예상할 수 있는 가치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기부의 경우에는 연구·개발(R&D)에 대한 예산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기존 R&D에 대한 일부 구조조정을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내년 정부 R&D의 경우에도 32조원 이상이 예고됐으나 이마저도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국가 재정을 총괄 관리하는 기재부 입장에서는 사업 예산을 줄여야겠지만 사업 부처에서는 현장의 사업 효과 등으로 인해 삭감 자체에 난감한 상황이다.
한 사업부처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가 특정 사업에 대해 이해를 잘 하지 못해 서로 다른 사업 자체를 동일하게 분류해 사업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현장과 멀다보니 기재부의 예산 자르기는 산업 현장에서는 사업의 목숨줄을 끊는 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이어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존 사업 예산을 줄여야 하는 것인데,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03차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이 상정되고 있다. 2022.12.24 leehs@newspim.com |
일각에서는 정부가 재정 다이어트를 한다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어떤 방식으로 사업 예산을 키울 지는 이미 예상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특구 지정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자신들의 선거구에 도움이 되는 예산을 키우려는 움직임은 이미 지금도 포착되고 있다"며 "말로는 재정 다이어트니 건전 재정이니 하지만 실제로는 포퓰리즘적인 예산을 어떻게 살려나갈 지가 현재 국회의 숙제라는 말도 나도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재정당국의 수장인 추경호 부총리의 내년 총선 출마도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적인 재정 축소 이면에 자신의 지역구 예산 축소가 안될 수 있도록 고민하지 않겠냐"며 "국회의 예산 나눠먹기를 차단하지 못하면서 사업부처나 현장에서의 예산 집행을 나눠먹기로 싸잡아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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