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수협 100년..."죽변항을 가꾼 주역, 어업인들에 자긍심 안겨"
부부 어민들 "평생 바다일에 매달렸는데...이렇게 상도 주니 고맙니더"
조학형 조합장 "죽변항, 울진경제의 주축...주인공은 1000여 어업인"
[울진=뉴스핌] 남효선 기자 = 평생 바다일에 매달리며 죽변 앞바다를 지켜 왔니더. 옛날에는 여자들이 배를 타면 사고가 많이 난다고 뱃전에 얼씬도 못하게 했는데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니더. 힘든 바다 일이지만 그래도 남편과 함께 바다에 나가 고기잡아 자식들 건사하니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그래도 행복하니더. 우리 어민들 잔치에 이렇게 죽변수협에서 고생했다고 상도 주니 눈물이 나니더."
칠십을 훌쩍 넘겼을 우희자.박영숙.이춘자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한다.
경북 울진의 죽변수산업협동조합이 마련한 '2023 죽변수협 수산인 한마음대회'[사진=죽변수협] |
이들 세 사람의 어머니들은 30여년 전부터 평생 바다일에 매달려 온 남편을 따라 새벽바람을 맞으며 거친 파도와 맞서 그물을 댕기고 선원들을 챙기며 죽변 앞 바다를 자켜왔다.
손병복 군수가 이들의 노고를 기려 표창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손병복 울진군수가 '죽변수협 수산인 한마음대회'에서 부부가 함께 어로작업에나서는 여성 어업인들에게 표창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죽변수협] |
팔십 평생을 해사(海事)에 매달리며 어렵게 장만한 자신의 어선을 끌고 죽변항을 살찌워 온 이동진, 김용웅, 이수성, 도만석, 김병남씨가 단상에 올랐다.
조학형 죽변수협장은 이들 어부들에게 공로패를 수여하며 두 손을 잡고 "죽변바다를 지켜줘서 고맙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들 5명의 어부들은 어부이자 바다 경영인들이다. 모두 75세 이상의 고령이지만 평생 그물을 당기며 어민들의 보금자리인 죽변수협의 성장과 함께 해 왔다.
조학형 죽변수협조합장(가운데)이 '죽변수협 수산인한마음대회'에서 자신의 어선으로 어업에 종사하며 죽변항을 가꿔 온 어민들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죽변수협] |
죽변수산업협동조합(조합장 조학형)이 1000여명의 조합원들과 가족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한마음 잔치'자리를 마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이다.
지난 달 29일 죽변수협이 마련한 '수산인 한마음 대회'가 예년에 비해 눈길을 끄는 것은 평생 죽변 앞바다와 동해의 수산자원을 지키고 가꾸며 거칠은 바다에서 가계를 이루고 죽변항을 번성시켜 온 어업 현장의 어부들의 노고를 울진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행사가 죽변항 어민들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부여하고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이끄는 주역'이라는 자긍심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조학형 죽변수협장은 대회사를 통해 "1000여명의 어민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풍성한 죽변항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울진군의 지역 경제의 한 축을 굳건하게 다진 것은 오롯이 이들 죽변항을 삶의 무대로 살아 온 1000여 우리 어민들의 몫입니다"고 강조했다.
방명록 작성하는 죽변수협 조합원들[사진=죽변수협] |
죽변수협은 이번 수산인 한마음대회를 작심하고 크게 치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에 빠진 죽변항에 활기를 불어 넣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 등 죽변 앞바다와 동해안 어업전진기지로 거듭 나고 있는 죽변항을 가꾸고 지키기 위한 어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날 한마음대회는 죽변수협의 한 해의 살림살이를 조합원들에게 설명하는 결산보고회와 수협 대의원, 조합원, 어촌계, 어선별 단체 등 어민들의 노고를 기리는 시상식, 어민들의 장기자랑, 공연, 경품추첨 순으로 진행됐다.
'2023 죽변수협 수산인한마음대회' 식전 공연으로 펼쳐진 태권도 시연과 풍물한마당.[사진=죽변수협] |
또 식전공연으로 지역 풍물패의 공연과 지역 어린이들의 태권도 시범이 펼쳐져 신명을 선사했다.
손병복 울진군수와 박형수 국회의원, 경북도의원, 임승필 군의장과 군의원, 울진군 수산행정 관계자, 인근 농.축협조합장,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어업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2023 죽변수협 수산인 한마음대회'에서 축사하는 박형수 국회의원[사진=죽변수협] |
죽변수협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9년 '울진군어업조합'이 발족하면서 올해로 10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현대사 이후 1962년 관련 법규가 정비되면서 '죽변어업협동조합'으로 개칭하고 1977년 4월 죽변수산업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올해로 61년째 바다일에 종사하는 어민들의 복리증진과 어로기술 공급, 어족자원 보존 등 지속가능한 어업 정착을 위해 매진해 왔다.
이번 한마음대회는 '죽변 수협 100년'을 기리고 현재의 죽변수협을 가꾸기 위해 평생을 바다일에 매달려 온 어민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죽변수협은 어종.어선별, 수산유통별 26명의 대의원과 북면, 죽변면, 울진읍, 근남면, 매화면 등 울진군의 북부권 5개 읍면에 걸친 17개 어촌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죽변수협을 5년째 이끄는 조학형 조합장과 900여명의 조합원, 어업인들의 꿈은 죽변항을 동해안을 넘어 전국 최고의 '어업전진기지'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죽변수협은 이들 죽변항 어업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 어업기반시설 현대화를 통한 '스마트 죽변항' 건설 △ 죽변수협의 탄탄한 재무구조 확충 △'소통과 통합'을 바탕으로 한 '조합원이 부자되는 살맛나는 죽변수협' 건설을 전략적 가치로 설정했다.
'2023 죽변수협 수산인 한마음대회'에서 1등 경품 수상자를 발표하는 조학형 조합장[사진=죽변수협] |
조학형 조합장은 "지금 죽변항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국비로 진행되는 죽변미항 건설사업과 죽변항 이용고도화 사업 등을 통해 죽변항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죽변수협은 변모하는 죽변항을 품고 '동해안 최고의 어업전진기지' 조성을 통해 조합원을 비롯 어업인 등 죽변항에 삶의 보금자리를 튼 주민들의 보다 나은 미래와 죽변항이 울진의 대표적 해양생태관광 명소로 자리매김 하도록 죽변수협 조합원, 임직원들과 함께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조 조합장은 "1960~70년대 동해안 수산업의 중추역할을 담당하면서 '동해안 최고의 오징어 어업전진기지'로 이름을 떨친 죽변항의 번영을 다시 복원시키겠다"고 강조했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