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인욱 비전 인벤토리 비나 대표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 휘청이지만,
베트남은 인건비 저렴·인프라 풍부한 시장"
"中기업도 탈중국? 이들과 경쟁은 불가피"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인건비 저렴하고 인프라 풍부한 베트남은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베트남 북부 박닌(Bac Ninh)성에서 만난 권인욱(45) 비전 인벤토리 비나(Vision Inventory Vina) 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초기 투자금 10억여 원이 1년 6개월여 만에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에게선 조급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권 대표는 "군대에서 제대한 뒤 대학을 그만두고 사회에 뛰어들었을 때 그 마음으로 일어설 것"이라며 "베트남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권인욱 비전 인벤토리 비나 대표가 22일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3.04.24 simin1986@newspim.com |
그가 베트남에 온 것은 지난 2021년 11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에서는 제조업 경기가 바닥을 칠 때였지만, 베트남의 상황은 한국과 다르다는 말을 듣고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TV, 가전 등이 호황을 맞으면서 베트남 현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가동률이 치솟아 하청업체에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은 IT기기와 디스플레이 등에 탑재되는 기능성 필름(Film)과 테이프(Tape)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 중이었던 그를 자석처럼 베트남으로 이끌었다.
권 대표는 "2010년 창업한 이후 10여 년이 흐르면서 생산직 인건비가 오르고 그나마 인력조차 구할 수가 없어 사실상 사업을 반 접다시피 했었다"며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베트남에 양산체제를 구축하면서 한국에서는 일감도 귀할 때였다"고 했다.
과감하게 베트남 진출을 결정,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뒤 공장 설립을 준비한 그는 이듬해인 2022년 5월 정식으로 사업장의 문을 열었다. 현지 근로자도 30여명 채용하고 수억 원대 장비도 한국에서 들여왔다.
하지만 그 때부터 TV와 가전 등의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는 등 글로벌 악재가 겹치고 고물가로 소비까지 실종되면서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대폭 줄인 것이다. 기업들은 신규 생산보다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하고 창고에 잔뜩 쌓아뒀던 재고물량 소진에 집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초기 물량을 주기로 약속했던 업체까지 내부 사정으로 주문을 취소, 6개월 이상을 개점 휴업상태로 지냈다.
권 대표는 "내가 베트남에 오니 소비도 생산도 모두 꼬꾸라졌다"며 "경제의 흐름이나 동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내 탓"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매월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느라 허덕이던 권 대표의 공장에서 작지만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1월쯤부터다. 공장 설립 전부터 1년여 간 한 눈 팔지 않고 자기 일에 매달리던 그를 눈여겨본 이들이 일거리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정말 많이 뛰어다녔다"며 "현지 인건비 수준이 낮고 법인세 감면이 되는 구역에 공장을 임대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보다 5분의1 수준의 근로자 임금과 외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도 그에게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그동안 자금회수 없이 맘고생만 심했지만, 권 대표는 여전히 베트남은 기회가 많은 곳이라고 했다. 인건비 등 낮은 생산비용은 물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구축해 놓은 생산 인프라, 근로자들의 숙련도 등은 인근의 어느 동남아 국가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를 실행하기 전에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 시행착오를 줄일 것을 권했다. 권 대표는 "한국에서는 사업자등록증이 단 하루만에도 나올 수 있지만 베트남의 현실은 다르다"면서 "제도와 규정은 물론 현지 시장의 분위기 등도 미리 꼼꼼하게 파악해야 저처럼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 봉쇄 해제와 맞물려 물밀 듯 밀려오는 중국 기업과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에는 지난해 말부터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의 제조·유통기업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일감이 많지 않은데도 공장을 지어 직원을 채용하고, 소규모 호텔을 통째로 빌려 직원 숙소로 사용하는 중국 기업도 있다는 게 권 대표의 전언이다. 그는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려는 글로벌 기업을 따라 중국 기업들이 미리 이전해 자리를 잡고 있으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결국 이들의 저가공세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 경쟁력 있는 아이템과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이 크지만, 지난 1년을 교훈삼아 처음 창업할 때의 초심으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뉴스핌] 유명식 특파원 = 권인욱 비전 인벤토리 비나 대표가 22일 베트남 박닌성 자신의 공장에서 설비를 조작하고 있다. 2023.04.24 simin1986@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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