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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착 스토리] ②도망친 딸 찾다가 한국 정착..."힘들다 때려치면 일할 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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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도 협동농장원 출신 최송죽 씨
보원건설 현장서 일하는 '먹줄 아줌마'
"쉬운 일만 찾는 탈북민 안타까워"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한국 생활 7년 동안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죠. 포기하는 순간 노력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쉽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행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만난 탈북민 김송죽(55) 씨. 그녀의 남한 생활 신조는 당차고 남달랐다.

양강도 김형직군 출신 탈북민 최송죽 씨가 자신이 기술직 근로자로 일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04.18

흰색 안전모를 쓰고 아찔한 구조물도 가볍게 오르내리는 최 씨는 이 곳에서 '북한 이모' 또는 '먹줄 아줌마'로 불린다.

보원건설 5년 차 기술직인 그가 주로 하는 일이 바닥공사가 끝나면 설계도면에 따라 콘크리트 바닥에 먹으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중국으로 도망쳤다 죽었다는 딸...7년 만에 "살아 있다" 소식

최송죽 씨의 고향은 북중 접경 지역인 양강도 김형직군이다. 탈북 전 협동농장에서 일하면서 밀수에 장사까지 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그런데 2009년 9월 중국으로 도망쳤던 딸이 3개월 후 죽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생계를 유지하느라 정신없이 살면서도 해마다 딸 생일이면 제삿밥을 떠놓고 눈물을 삼켰다.

그런데 7년 후인 2015년 10월, 웬 낯선 사람이 최 씨를 찾아와 딸이 살아있다면서 어머니와 남동생을 보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딸은 돈을 보내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형편이 못 된다며 남동생과 함께 중국으로 오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아들과 함께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도착했다.

딸이 보낸 사람을 따라 중국 칭다오(靑島)에 도착해서야 딸이 남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딸이 우리를 속였다는 것을 알고 전화로 온갖 욕을 다했어요. 그래, 내 기어코 남조선에 가서 조국을 배반한 딸을 붙잡아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넘어와 자수하리라 마음먹었어요."

2022년 7월 8일 열린 하나원 개원 23주년 기념식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왼쪽에서 다섯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최 씨는 제3국을 경유하여 무사히 남한에 도착했다. 탈북민 정착지원 시설인 경기도 안성 하나원으로 면회 온 딸을 만나고서야 그동안의 오해가 풀렸다.

한국 사회의 발전상을 보고 충격을 받은 최 씨는 어떻게 하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50넘은 탈북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동네 떡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해 보기도 했고 떡집 사장님의 소개로 근처 식당에서 일을 하며 버텨보았지만, 8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식당일을 그만두고 한 달 동안 쉬면서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던 그는 하나원 동기생이 소개해 준 건설 현장 일을 한번 해보기로 맘먹었다. 

◆공사현장 '비계'를 돼지비계로 잘못 알아들어 황당해 하기도

현장에서의 첫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인부들이 자재를 갖다달라고 말하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멍하니 서 있을 때도 있어 답답한 마음에 남몰래 울기도 했다.

한번은 현장 계장이 '비계' 옆에 있는 '시노'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런데 최 씨는 돼지비계를 가져 오라는 말로 잘못 알아들었다.

건설 현장에서 돼지비계를 어떻게 구해 오냐는 말에 계장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마침내 크게 웃고 말았다.

비계(飛階)는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을, 시노(shino)는 건설⋅토목 현장에서 뭔가를 묶거나 매는 데 사용하는 갈고리를 말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일을 마친 후 집으로 향하는 최 씨의 어깨는 천근만근으로 무거웠다. 여기서도 서툴다고 그만두면 남한에서 더는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다음 날, 조회가 끝날 무렵 최 씨는 "저는 탈북민입니다. 모르는 게 너무 많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하려고 합니다. 잘 가르쳐주세요."라며 동료들에게 용기있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했다.

개인적으로도 현장에서 자재나 공구들을 정리하면서 쓰임새를 잘 모르는 공구가 보이면 사진으로 찍어 저장했다.

어려운 용어들은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사진을 보며 익숙해질 때까지 외우는 일을 반복했고, 맡은 일이 끝난 뒤에도 현장에 남아 일하는 동료가 있으면 솔선해서 도와주기도 하면서 친분을 쌓아갔다.

지금은 현장경비원을 비롯한 동료들 사이에 '북한 이모'를 찾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핵인싸'가 됐다고 자랑한다.

◆'먹여 살려야 하는 식구'였던 가족이 남에서는 '행복 원천'

"일할 줄 모른다고 그만두고 용어를 모른다고 직장을 때려치우면 대한민국 어디에도 일할 곳이 없습니다. 건설일은 당연히 힘듭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 주는 안정감과 행복이었어요. 지금은 매주 쉬는 날이면 무조건 딸네 집에 가요. 할머니를 부르며 매달리는 손자 손녀를 보면 마냥 행복해요. 북한에서 가족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하는 식구였지만, 남한에서 가족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행복을 주는 내 삶의 전부입니다."

엄마와 남동생을 남한으로 데려온 딸은 정착 후 북한 출신 남편을 만나 오순도순 잘살고 있다. 그래서일까. 최 씨는 늘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탈북민 최송죽 씨가 자신이 일하는 서울 금천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남북하나재단] 2023.04.18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남한 사회 정착 기간이 늘어나고 남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눈에 보이더라고요. 임대아파트, 취업 장려금, 미래행복통장까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고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여기며 받아온 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 것인지 삶을 통해 경험한 최 씨에게 성공적인 정착의 기준은 남다르다.

낯선 환경과 서툰 말씨, 남북의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가끔 당황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마음가짐만 똑바로 하면 극복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 탈북민들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주변에는 아직도 쉬운 일만 찾는 탈북민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진정한 자유는 없다고 봐요. 쉬운 일은 보수도 적고 노력해서 살고 싶은 의지를 사그라지게 만들죠. 그렇다고 꼭 힘든 일을 골라서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굳은 마음가짐이면 됩니다."

최 씨는 "어디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또 건설 현장에서 맺은 또 다른 가족들과 어울려 즐겁게 일하는 것도 그에겐 감사한 일이다.

최 씨의 출근 시간은 새벽 5시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현장에 도착하면 아침을 먹고 7시에 일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받은 만큼 조금이라도 갚아가며 살고 싶다는 그녀는 오늘도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길에 오른다.

<뉴스핌⋅하나재단 공동 기획>

yj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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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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