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제주 왈종미술관 이규선 실장 "미술 작품이 지역 운명을 바꾼다"

기사입력 : 2023년03월18일 07:00

최종수정 : 2023년03월18일 07:00

올해 개관 10주년 맞는 왈종미술관
작가미술관 설립, 작가 주도·의지 필요
지역 미술관 설립, 지역 관광 재편·경제 낙수효과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홍매화 꽃그림으로 유명한 이왈종(78) 화백과 제주와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계예술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임하던 시절 그는 안정되지 않은 사회 체제 속에 수업은 단연 열지 못하고 시위만 일어나는 일상의 연속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 이 화백은 안식년을 맞아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림 그리는게 이렇게 어려운가' 탄식하고는 가장 먼 곳, 제주 서귀포시까지 내려갔다. 햇빛과 바람, 눈 앞에 펼쳐지는 자연 풍광은 작가에게 위로를, 작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년 전 가나아트 한남에서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로 관람객과 만났던 이왈종 화백은 화폭에 제주의 자연을 담는다. 홍매화, 유카, 아기 동백이 캔버스 전면을 채운다. 최근에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 넣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의 이야기를 담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민화에 뿌리를 두고 꽃과 나무, 인간, 우리의 삶에 대해 그리는 이왈종 화백은 '왈종미술관'으로 대중과 접점을 찾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왈종의 '제주생활의 중도' 2023.03.17 89hklee@newspim.com

제주 서귀포시 정방폭포 맞은편에 위치한 왈종미술관이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이왈종 화백의 뜻이 담긴 왈종미술관은 작가의 작업실 겸 자택이었던 자리에 세워졌다. 2012년 3월 첫 삽을 떴고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이때만 해도 작가 미술관이 많지 않던 시절이다.

미술관은 이왈종 화백의 아들이자 (재)왈종후연미술문화재단 대표인 이규선 씨가 실장직으로 미술관 운영을 맡아 하고 있다. 아버지이자 화백인 이왈종의 작품과 활동 방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수행할 인물이다. 최근 만난 이규선 왈종미술관 실장은 "10년 전만 해도 작가미술관을 세운다고 했을 때 우려섞인 시선이 많았다"며 "미술관은 작가에게 재정적으로든 운영적인 측면으로든 문제가 되선 안된다"고 말했다.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작가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그야말로 '작가를 위한' 미술관이다. 시립이나 도립 등 국공립 형태의 작가 미술관은 작품과 전시를 유족이 대신해 운영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가의 의도와 작품관리, 세계관을 보여주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왈종 작가는 생전에 이러한 작업을 미리 한 셈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왈종미술관 2023.03.17 89hklee@newspim.com

비영리법인 (재)왈종후연미술문화재단을 2011년 세우고, "10년 해보고 안되면 기부채납하자. 그래도 한번 해보자"라며 재단과 이왈종 작가는 힘을 모아 왈종미술관의 윤곽을 그렸다. 그리고 실현시켰다. 작가 미술관은 작가의 의지에 따라 설립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왈종미술관은 미술관 길목을 들어서면서부터 이왈종 화백의 작품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화백의 작품에 등장하는 홍매화는 봄을 위해 존재하고, 아기 동백나무는 겨울 관람객을 반갑게 맞는다. 한 켠에는 노란빛을 뽐내는 유카꽃도 심어져 있다.

"미술관이 작가의 색이 진한 공간이었으면 해요. 왈종미술관의 정원은 작가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구상 요소로 이뤄져 있어요. 관람객은 전시간에 들어가기 전 홍매화와 아기 동백, 유카꽃,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광을 느끼면서 전시장으로 들어가게 되죠. 전시를 보고 나오면 미술관의 풍경을 재해석하게 될 거예요. 미술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입체 서비스죠. 작가 미술관에 와야 경험할 수 있는 것이고요. 무엇보다 이왈종 선생님의 작품은 민화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은 작품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일상에서 어지러웠던 마음을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거예요."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왈종미술관 옥상 전시장 2023.03.17 89hklee@newspim.com

올해 1월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미술관·박물관은 78개. 그중에서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위치한 '저지문화예술인 마을'과 서귀포에 분포돼 있다. 고(故) 김창열 작가가 제주도에 200여개의 작품을 기증하면서 도립김창열미술관이 생겼고, 재일교포 건축가 고 유동룡(이타미준)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유동룡미술관'은 딸이자 건축가인 유이화가 기획해 지난해 개관했다. 서귀포에는 서귀포시립미술관 이중섭미술관, 그리고 사립 미술관인 왈종미술관이 있다. 내년 여름에는 오는 4월 오픈 예정인 호텔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 스파 부지 내 박서보미술관(가칭)이 들어선다.

지역에 작가의 이름을 건 미술관이 지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지역 작가의 반대도 있고 국공립 기관으로 지어질 경우 입찰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박서보미술관도 애초에는 예천군과 이야기를 해왔지만 무산되고 박서보의 기지재단이 직접 움직였고 메리어트의 요청으로 서귀포에 터를 잡기로 결정됐다. 미술관 추진까지 시간이 꽤 소요됐다. 이우환도 대구에 미술관 건립 추진했으나 지역의 반대로 계획이 펼쳐지지 못했다. 경주의 공립미술관인 솔거미술관은 고 박대성 작가가 830여점을 기증하면서 시작이 됐지만 '박대성 미술관'으로 이름이 붙여지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왈종미술관 옥상 전시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 2023.03.17 89hklee@newspim.com

작가 미술관이 세워지기 위해서는 작가의 결심과 적극적인 추진만이 답이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 문을 여는 작가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활동은 물론이고 지역과 관람객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 실장은 최근 제주와 서귀포로 이어지는 작가 미술관의 개관이 지역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역에 생겨나는 작가미술관은 제대로 된 낙수효과가 될 겁니다.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요. 처음 서귀포에 이중섭미술관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긍정적인 시선만 있던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제 서귀포에 오면 꼭 들려야하는 코스가 됐죠. 최근 이중섭미술관도 새로 개편하고 있고, 박서보미술관도 내년에 개관한다고 들었습니다. 미술 작품의 힘이 마중물이 돼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귀포의 관광 상권이 재편성 될 겁니다. 서귀포에 왈종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박서보미술관이 있기 때문에 미술 작품을 보러 온 관광객에게는 좋은 기회로 통할 거라 생각합니다." 

89hklee@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한덕수, 대선 출마 여부에 "노코멘트"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대행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양측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데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원조, 기술이전, 투자, 안전 보장을 제공했다. 이는 한국을 외국인에게 매우 편안한 투자 환경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대행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축소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길동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2025.03.24.gdlee@newspim.com 한 대행은 "협상에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와 상업용 항공기 구매 등을 포함해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조선업 협력 증진도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FT는 "비관세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고 한 대행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대행은 협상 과정에서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무역의 자유가 확대되면 "한국인의 이익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 대행은 6·3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노코멘트"라고 답했다. nylee54@newspim.com 2025-04-20 13:43
사진
호미들 중국 한한령 어떻게 뚫었나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중국의 한류 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가 중국에서 공연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8일 베이징 현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3인조 래퍼 '호미들'이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상당히 뜨거웠다. 중국인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호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만끽했다. 공연장 영상은 중국의 SNS에서도 퍼져나가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적 가수의 공연은 중국에서 8년 동안 성사되지 못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BTS도 중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때문에 호미들의 공연이 중국 한한령 해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미들 공연이 성사된 데 대해 중국 베이징 현지 문화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공연이 소규모였다는 점과 공연이 성사된 도시가 우한이었다는 두 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호미들이 공연한 우한의 우한칸젠잔옌중신(武漢看見展演中心)은 소규모 공연장이다. 호미들의 공연에도 약 600여 명의 관객이 입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에서 800명 이하 공연장에서의 공연은 정식 문화공연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중국에서는 공연 규모와 파급력에 따라 성(省) 지방정부 혹은 시정부가 공연을 허가한다. 지방정부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지 못할 경우 중앙정부에 허가 판단을 요청한다. 한한령 상황에서 우리나라 가수의 문화공연은 사실상 금지된 상황이었다. 호미들의 공연은 '마니하숴러(馬尼哈梭樂)'라는 이름의 중국 공연기획사가 준비했다. 이 기획사는 공연허가가 아닌 청년교류 허가를 받아서 공연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한시의 개방적인 분위기도 공연 성사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한에는 대학이 밀집해 있으며 청년 인구 비중이 높다. 때문에 우한에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높다. 게다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우한에서는 실험적인 정책이 시행되어 왔다. 우한시는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 전역에서 무인택시를 운영하게끔 허가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파격적인 정책이 발표되는 우한인 만큼, 한한령 상황임에도 호미들의 공연이 성사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의 한 문화업체 관계자는 "우한시가 개방적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호미들의 공연은 소극적인 홍보 활동만이 펼쳐지는 한계를 보였다"며 "공연기획사 역시 한한령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현지 문화콘텐츠 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의 최정상급 가수가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서 빨리 한한령이 해제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한한령이 해제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아직 중국 내에서 감지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호미들의 중국 우한 공연 모습 [사진=더우인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4-18 13: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