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채권 전문가 등, 신용위험 전이 가능성 낮게 봐
美 연준 금리인상 속도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 커져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 등에서 시장 안정 조치를 서둘러 내놨고 이번 사태로 인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펴졌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은행과 국제금융센터, 채권·외환 전문가 등은 SVB 파산이 은행 시스템 위기로 퍼져 국내 신용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은행 건전성이 개선된 점 등을 꼽으며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처 뱅크 폐쇄 등이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이번 SVB 파산 사태가 미국 내 은행 산업 및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외환 전문가 또한 국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봤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당국의 발빠른 조치와 함께 SVB의 새로운 인수처가 확인될 시 불안감은 빠르게 완화할 것"이라며 "국내 금융기관들은 자금 운용 내 낮은 국채 비중과 양호한 재무 건전성으로 이번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VB 로고 [사진=블룸버그통신] |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SVB 핵심은 은행 위기가 아닌 금리 상승 리스크와 장부가 평가에 숨겨진 자산 실질 가치 하락"이라며 "자산/부채 매칭 구조가 취약하고 특정 섹터 부침에 자본 변동성이 큰 은행은 뱅크런 사태가 불거질 수 있으나 대형 은행은 건전성과 유동성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워낙 견고해진 상태로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SVB 사태가 국내 크레딧 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부연했다.
◆ 원화 환율 하락…美 연준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진 후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하락한 1317원에 개장했다. 이후 낙폭을 키워 오후 2시9분 현재 1302.2원에 거래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불안할 때는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 자산 선호가 나타나지만 이번에는 강달러 현상이 다소 누그러졌다. 미국 달러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국가 통화를 비교한 달러지수는 103.472로 전날보다 0.65% 하락했다. 미국 연준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21~2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는 확률이 지난 10일 40.2%에서 이날 0%로 뚝 떨어졌다. 반면 0.25%포인트 인상 확률은 59.8%에서 92.3%로 치솟았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일주일 사이에 0%에서 7.7%로 올랐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VB발 시스템 리스크는 제한적이나 금융 여건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면서도 "SVB 파산은 연준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사태가 미 연준 빅스텝 우려를 크게 낮췄다"며 "당분간 외환시장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관망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금리와 주가,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장안정화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