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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헌 교수의 더블린 서신] ④영국의 강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독립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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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목헌 트리니티대 교수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가장 중심 대로는 오코넬가 (O'Connell Street)라 할 수 있다. 이 곳의 가장 대표적인 건물은 아일랜드 중앙우체국인데, 1916년 4월의 부활절 항쟁 (Easter Rising)이 벌어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 교회력으로 당시 부활절 주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명명된 이 아일랜드 독립운동은, 500 여명의 사망자와 2000여명의 부상자의 피로 더블린 시내 거리를 물들인 참극이다.

아일랜드 역사의 벡터가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새로이 설정되는 순간이었다.

1916년은 영국과 프랑스 등 몇몇 국가들이 독일과의 1차 세계 대전을 한창 치르고 있던 때였다. 영국 의회에서는 아일랜드에 약속 했었던 자치령이 전쟁을 빌미로 무기한 연기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아일랜드의 독립 운동가들은 많은 대화와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약 1200여명의 자원 병력을 동원, 더블린 시내의 대여섯 장소를 장악했다. 항쟁 본부격인 중앙우체국에서 독립 선언문을 낭독하고 아일랜드 공화국의 탄생을 선포하게 된다.

[목헌 교수의 더블린 서신] 글싣는 순서

1. '감자농사' 빈국서 1인당 명목GDP 세계 2위로
2. 대기근으로 인구 3분의 1 잃은 아일랜드 사람들이 잘사는 비결
3. 더블린 산책과 함께 하는 역사 기행
4. 영국의 강점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독립 투쟁
5. 아일랜드 글로벌 최저 법인세의 두 얼굴
6. 아일랜드의 세계 최고 기업들…기네스맥주에서 의료기기까지
7. 아일랜드 교육의 백미...중고생에 숨통 트여준 전환학년제
8.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평화로 (上)
9. 피비린내 나는 분쟁에서 평화로 (下)
10. 한·아일랜드의 디아스포라와 재외동포 역량
11. 골칫덩이 국가에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위기극복 DNA 채워진 아일랜드 (끝)

때는 4월 24일, 부활절 다음날 월요일이었다 (Easter Monday).

이 날 인근 통신소를 탈취한 독립운동가들은 모스 부호로 세계 만방에 아일랜드 공화국 선포를 알리는 전보를 띄웠으며, 이는 아일랜드 최초의 방송으로 기록되었다.

1916년 독립항쟁 직후 파괴된 더블린 시내 모습. [사진=목헌 교수]

민족 자존을 만방에 공포한 세계 도처 190여 나라의 독립선언문 가운데 미국의 독립선언서 (1776),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1789), 그리고 우리와 우리 민족에게 너무도 소중한 기미 독립선언문 (1919)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정치·종교 차별 거부하고 남녀평등 명시

하지만 아일랜드 독립선언문은 남녀의 평등을 대문자로 명시하고 (아일랜드의 선언서는 'IRISHMEN AND IRISHWOMEN'으로 시작한다), 아일랜드 섬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의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차별을 완강히 거부하는 내용으로 주목받을만 하다.

또 국가의 소유는 어느 왕권 또는 소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민족 전체에게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함께 항구적인 국가와 정부의 수립을 위해서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민주적인 절차가 이루어져야 함을 명문화한 아일랜드 독립선언문은 매우 강렬하고 수려한 문체로 간결하게 써내려갔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 선언문을 기초한 이들의 진정성 있고 순수한 민족애다. 선언문의 말미에는 일체의 가식과 교만과 권위주의가 섞여 있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는 부분도 담겨있다. 바로 "참여하는 그 어떠한 구성원도 비겁함이나 비인도적인 행위, 약탈로 우리의 명분을 더럽히지 않기를 기도한다. 이 역사적인 순간, 용맹과 규율 그리고 공익을 위해 희생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아일랜드 민족은 그 엄위한 운명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받아야 할 것이다"라고 천명한 대목이다.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의거가 스스로의 주관적인 정당성 주장보다는 후대와 후손들의 냉철하고도 엄중한 평가를 통해서만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들린다.

2016년 아일랜드 독립 선언서 공포 100주년을 기념하여 필자가 몸담고 있는 트리니티 대학에서는 영문으로 쓰여진 독립 선언서를 20개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916년 아일랜드 부활절 항쟁 당시의 독립선언문을 트리니티대학이 한국어로 번역했다. [사진=목헌 교수]

프랑스어와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국제 통용어는 물론 고대 헬라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의 학술적인 언어가 포함됐다. 특히 한국어로도 번역됐는데 이 과정에 참여한 필자는 아일랜드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과정에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의 지혜와 헌신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나무가 꽃 좋고 열매가 많기 위해서는 그 뿌리가 깊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인데, 씨앗이 잘 자라도록 깊은 골을 묵묵히 쟁기질하는 농부의 역할을 맡은 아일랜드의 독립 운동가들 덕분에 이 나라가 이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아무튼 아일랜드 독립운동가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간파한 영국 정부는 계염령을 선포하고 닷새에 걸쳐 항쟁군이 진을 치고 있는 곳곳에 1만 6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대처했다. 그리고 독립군이 근거지인 중앙우체국 본부에서 총으로 항거하는 상황에서 영국군은 대포를 동원해 공격을 가했다. 우체국 돌 기둥 등이 파괴되고 무너져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명분보다 형제 자매의 생명을 더 귀중하게 여기며 더 이상의 시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원했던 항쟁군은, 4월 29일에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되었고 평화가 다시 되찾아 왔을 때의 오코넬 가는 성한 건물이 거의 없었다. 항복 직후 항쟁 지도자들은 물론 많은 참여자들까지도 속속 체포가 되어 그 수가 3000여명에 이르렀다.

부활절 항쟁 지도자를 가두고 수 주 후에 총살형을 수행한 킬메인함 형무소 (Kilmainham Gaol). <아버지의 이름으로 In the Name of the Father (1993)>, <보리를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 (2006)>, <패딩턴 2, Paddington 2 (2017)> 등 많은 영화를 촬영한 현장이기도 하다. [사진=목헌 교수]

워낙 치밀하면서도 비밀리에 준비되었던 거사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었던 대부분의 더블린 시민들은 처음에는 항쟁 지도자들의 체포를 지지하였다. 그들의 삶의 근거였던 상점들이 폐허가 되고 사상자 중에 그들의 가족 친척 손님 및 거래선이 포함되다 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이런 여론이 더블린 언론을 통하여 전해지자 대담해진 영국군 지휘부는 항쟁 지도자들에 대한 군법 재판을 열어 독립 선언서 서명자 7인을 비롯하여 총 14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상소가 더 이상 불가능한 군법 재판을 받은 이들은 킬매인함 형무소에서 마지막 날들을 보내며 가족과는 이별, 민족과는 최후의 작별 서신들을 남긴다.

총상 입은 노조지도자 밧줄 묶어 처형하자 여론 들끓어

총살형 집행은 5월 3일 부터 12일까지 이어졌으며, 처음에는 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주었던 더블린 시민들의 마음도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불사른 각각의 스토리들이 언론을 통하여 알려지면서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지지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 날에 사형당한 노조 지도자 존 코넬리 (John Connelly)의 마지막 순간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중앙우체국에서 항쟁을 지휘하다가 발목에 총상을 입는 바람에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던 코넬리를 영국군은 밧줄에 묶어 총살형을 집행했다. 이 소식이 온 아일랜드에 전달되자 국민 모두가 침략 국가 영국의 무자비함에 이를 갈았다. 

콘스탄스 메르케비츠 백작 부인. [사진=목헌 교수]

중앙우체국 건물에서 발을 옮기기 전 소개해야 할 한 사람이 떠올랐다. 콘스탄스 마르케비츠 백작 부인 (Countess Constance Markiewicz)이다. 여성 독립 운동가이자 독립 정부 수립 후 아일랜드의 정치인으로 활약하였던 마르케비츠는 1916년 부활절 항쟁 직후 체포된 지도자들 중의 하나다.

그는 본인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성이었기 때문에 사형 집행이 정지되었다.

"나를 법에 따라 총살형을 집행할 예절도 없느냐"고 항의한 그는, 종신 징역형을 살던 중 이듬해인 1917년에 부활절 항쟁과 관련해 징역을 선고 받거나 구금되어 있던 모든 이들에게 특별 사면이 주어지면서 석방·복권되었다.

사회에 복귀 한 마르케비츠는 1차 세계 대전으로 신병 공급이 절실했던 영국의 병역 징집 제도에 대한 반대 운동을 펼치다가 이내 바로 다시 구속됐다. 그렇지만 열렬한 지지자들의 후보 추천과 선거 운동 덕에 1918년 더블린 지역구를 대표하는 영국 하원의원으로 옥중 선출되었다.  

마르케비츠의 하원 의원 선출은 700여년 동안 존재해왔던 영국 의회 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 의원이란 기록을 남겼다. 또 아일랜드는 물론 영국 민주주의 역사에도 큰 획을 긋는 일이었으며, 아일랜드 역사를 이끄는 원동력에 여성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다시금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

2016년 3월 2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진행된 부활절 봉기 100주년 기념식. [사진=블룸버그통신]

당시 아일랜드 출신이 영국 하원 의원으로 선출될 경우, 식민지 체제 하에서 강점국의 중앙 의회에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직접적인 활동을 일체 거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마르케비츠도 직접 영국 의회 활동을 하지 않았고, 영국 의회와의 카운터파트 대응 입법기관으로 아일랜드 내에 신설한 아일랜드 공화국 임시 의회 (도일 에이란, Dáil Éireann)에 출마해 선출됐다.

아일랜드의 도일 에이란은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의정원과 유사한 지위와 기능을 했다. 마르케비츠는 이 초대 의회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 역시 유럽에서 정부 장관을 역임하는 최초의 여성으로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걸리적거림이 없이 입을 수 있는 치마와 튼튼한 장화 차림을 하라. 그리고 가지고 있는 보석이 있다면 은행에 맡겨놓고 권총을 구입하라."

메르케비츠는 부활절 항쟁 당시 이런 말을 남겼으며 지금도 아일랜드의 중고등 학생들이 배우는 명언으로 간주된다. 

"보석 은행 맡기고 권총 준비하라" 외친 여성 독립운동가 메르케비츠

메르케비츠는 아일랜드 지주 고어-부스 (Gore-Booth)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역사 회오리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친이 고향 슬라이고 (Sligo)의 저택에서 인근 주민들에게 식량을 무상 공급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일찌기 노동자와 극빈자들을 위하여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삶을 살고자 했다. 신분도 성별도 구애 받음 없이 오직 민족을 위하여 그 강인한 혼과 정신을 바친 위대한 아일랜드 인이었다.

그리고 이 여성을 중용하는 아일랜드 사회의 전통은 계속되어, 대통령직을 역임했었던 매리 로빈슨(Mary Robinson, 1990-1997), 매리 맥알리스 (Mary McAleese, 1997-2011) 등 두 명의 대통령과 린다 도일 (Linda Doyle) 현 트리니티대 총장 등 훌륭한 정치가와 학자들이 맥을 잇고 있다.

당시 세계 최강 대영제국에 대항한 아일랜드 국민의 독립운동은 그지없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결과적으로 그지없이 슬픈 항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민중의 희생과 지도자들의 헌신의 열매가 맺어졌다.

이 항쟁 이후 아일랜드 공화국 임시 의회가 생겼으며, 이를 통해서 공화국 임시 정부가 탄생했다. 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운동은 계속되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아일랜드 더블린에 위치한 관광명소 '기네스 스토어하우스'를 방문했다. 2020.03.03 [사진=로이터 뉴스핌]

결국 많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희생적인 노력과 1차 세계 대전 종전 후의 유럽 내의 걷잡을 수 없는 변동로 말미암아 1922년 영국-아일랜드 조약 (Anglo-Irish Treaty) 이 체결됐다.

누가 아일랜드의 역사가 슬픔과 실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1922년에 체결된 영국-아일랜드 조약은, 아일랜드 섬 전체를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서의 독립을 보장하는 조약이 아니라, 북쪽의 6개 군(county)을 제외한 나머지 26개의 카운티 만을 독립이 가능하게 한 조약이었다. 이로 인하여 아일랜드는 아일랜드 자유국(The Irish Free State)과 여전히 영국의 한 부분인 북아일랜드 (Northern Ireland)로 나뉜 분단 국가가 되었다.

정치적 분열에 부자·형제지간에 총겨누는 갈등과 내전

이 분단은 안타깝게도 아일랜드의 공화국 임시 의회 내에서도 있었다. 일단 독립을 쟁취하였으니 이를 바탕으로 향후 남북간의 통일을 이룩하자며 조약을 찬성하는 의원들과, 32개 카운티가 모두 한 국가에 포함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약 반대파로 갈라선 것이다.

더 뼈저린 일은 양 측의 의견 대립이 국민에게도 파급되어 한 마을에 사는 이웃과 이웃 사이, 한 가정에 사는 아버지와 아들 또는 형과 아우 사이, 한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친구 사이를 갈라 놓은 이슈가 됐다. 결국 서로가 총칼을 겨누는 지경으로 추락했고, 아일랜드 내전(Irish Civil War) 이 발생하는 결과를 낳았다.

남북 간 이념갈등과 대북 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 정치적 이해관계와 지역·계층 간 갈등의 심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에게도 무거운 교훈을 던지고 있다. 

이 내전으로 목숨을 잃은 국민의 수가 그 이전의 독립을 위하여 몸 바친 사람들의 수보다도 많았고, 실로 있을 필요도 없었고 있어서는 안 되는 국가적인 소모와 국가적인 위기가 약 10개월간 지속되었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수 많은 희생자들의 피로 물든 역사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시 '이니스프리 호수의 섬(The Lake Isle of Innisfree)'을 지은 아일랜드의 국민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1916년의 부활절 항쟁이 종료된 지 얼마 안 되어 "초록이 다하는 곳 어디에서든 / 그들은 변할 것이다 완전히 변할 것이다 / 참혹하고도 끔찍한 아름다움이 탄생되었다" 라며 아픔을 노래했다.

당시에 아일랜드 지도자들에게 가해졌던 탄압과 극형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에이츠는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이 실패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이 항쟁으로 말미암아 아일랜드의 미래가 모두 변화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에이츠는 "고도의 예술적인 양식으로 전체 나라의 영혼을 표현한, 영감을 받은 시 세계를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아일랜드인 최초로 19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더블린첨탑. [사진=목헌 교수]

처절했던 저항의 장소인 중앙우체국에서 채 50m 못 가서, 이 국민과 민족에게 긍정적이고도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물과 만날 수 있다. 이름하여 더블린 첨탑(Spire of Dublin) 또는 빛의 기념탑(Monument of Light)으로 불리는 높이 120m의 고조물이다. 

밝고 맑은 햇살에 빛나는 스테인레스 스틸 구조물인 이 탑은 주위의 건물들과 너무나도 큰 대조를 이룬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더블린 시민의 비난도 많이 받았으나, 이제는 세계의 도시 계획 전문가들로부터 절제의 미를 간결하게 표출하는 구조물로서 평가 받는다. 

과거에 무수하게도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올라선 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민이, 수도 더블린의 한 가운데에 세운 첨탑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도 2022년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 성장을 본 나라가 바로 아일랜드라는 보도를 접하면서 더블린 첨탑의 상징적인 의미가 새삼 와닿는다.

* 목헌 교수는 = 아일랜드에 2006년에 정착한 후 현재까지 트리니티 대학교 (Trinity College Dublin)의 생화학⋅면역학부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단백질 3차 구조 연구 및 항암제 개발을 수행하고, 신약 개발 회사인 해믈리트 파마 (HAMLET Pharma, 스웨덴)의 기술 고문을 맡고 있다. 또, EU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40여개국의 산업 기술 개발을 위하여 설립한 공동 연구개발 R&D네트워크인 유레카 (Eureka)의 전문 심사 위원, ICMRBS 의 이사 등을 지내고 있다. 목 교수는 서울 대학교 약학 계열 1학년 과정을 이수한 후 도미, 버클리 대학교 (UC Berkeley) 에서 학사, 퍼듀 대학교에서 (Purdue University) 박사, CJ제일제당 종합 연구소 선임 연구원, 그리고 영국 외무성 치브닝 Chevening 장학생으로 옥스포드 대학교 (University of Oxford)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이웃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실천하며, 그 실천을 생색내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하는 아름다운 분들을 벗삼으며, 더블린 한글 학교 발기위원장 그리고 아일랜드 한인회장을 역임하고, 수행하는 연구와 더불어 아일랜드에서의 재외 한국인의 위상 제고 및 그늘진 곳에 살며 탄식하는 아일랜드 인의 구제 활동에 몸과 마음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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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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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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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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