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SK온 2조원 유상증자 참여
SK온, 재무적투자자 등 총 2.8조원 조달
북미 등 해외 배터리 공장 확충 진행 중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국내 배터리 기업인 SK온의 투자금 조달 난항으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직접 2조원 지원사격에 나선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일반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기존 일반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는데다 주주배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자회사인 SK온이 2조8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이 중 2조원을 출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달 안에 1조원을 출자하고, 남은 1조원은 내년에 진행할 예정이다. 나머지 8000억원은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가 이달 중 출자하고 내년에 5000억원을 추가로 더 투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온에 대한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96.68%로 낮아지고 내년 한국투자PE로부터 자금을 추가 조달할 경우 94.79%로 낮아지게 된다. 주식 희석률은 크지 않은 편이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앞을 지나는 한 시민의 모습. 2020.08.25 dlsgur9757@newspim.com |
SK온은 내년 당장 브릿지론 상환 자금과 자동차 배터리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전쟁으로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 가까스로 국내 사모펀드 한국투자PE로부터 약 1조3000억원 가량을 조달하면서 약 2조원 가량의 상환자금을 채워놨지만 내년 당장 필요한 투자자금 1조원 가량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직접 SK온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SK온을 물적분할할 당시 반대가 컸던 주주들은 이번 2조원 가량의 유상증자까지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주식 종목 커뮤니티에는 불만과 토로의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SK이노베이션 한 주주는 "분할하지 말라했는데 강제 분할하더니 벌어놓은 돈도 가져간다는데 아무 저항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주는 "배당안주려고 머리를 쓰고 있다"며 "물적분할에 유상증자까지 주주들 생각도 해달라"고 적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SK온에 유상증자하는 것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SK온의 물적분할 이유가 투자자금 조달 목적이어서 자체 조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은 이번 SK온에 대한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 말을 바꾼 셈이 됐다. 자금경색으로 시장상황이 안좋게 변했다지만 시장이나 주주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SK이노베이션의 SK온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주식 희석률이 크지 않아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배터리 공장 확충에 따른 투자자금 조달이어서 향후 시간이 지나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온은 포드, 현대차, 폴크스바겐 등과 배터리 공장 합작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조지아 공장 조기 가동으로 초기 비용 부담이 예상되지만 안정화 이후 가동률이 확대되면 가파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SK그룹은 계열사간 자금 채무보증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혔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중 채무보증이 가장 많은 곳은 SK(10조7713억원)였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채무보증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도 SK였다. 채무보증은 계열사들이 대신 서는 일반대출에 대한 보증을 말한다.
SK의 채무보증은 1년 새 4조6669억원(76.5%) 늘었다.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가 SK온으로 분리되면서 관련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채무보증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