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쪼개기 상장' 비판...메리츠는 반대행보
내년 4월 메리츠화재·증권 합병 마무리 예정
향후 3년간 순이익 50% 주주환원 방침 발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메리츠금융지주의 깜짝 완전 자회사 편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핵심 계열사의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으로 비판받는 가운데 이와 배치되는 행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을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경기침체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여러모로 '윈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메리츠화재, 내년 1월5일·메리츠증권, 3월8일 임시 주총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의 합병은 각각 각각 내년 2월1일과 4월5일 마무리된다. 이를 위해 메리츠화재는 내년 1월5일, 메리츠증권은 3월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교환 계약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1일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포괄적 주식교환'이란 회사 간의 주식교환계약을 통해 자회사의 발행주식총수를 지주회사로 이전하고 자회사의 주주들은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사회 결의, 계약 체결, 주식 교환 이전 신고서 제출, 주주총회 소집·특별결의 등을 거쳐 이뤄진다.
이번 결정으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상장 폐지 수순을 밟고, 메리츠금융만 상장사로 남게 된다. 교환비율은 메리츠화재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1.2657378주, 메리츠증권 주식 1주당 지주 주식 0.1607327주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신주 발행을 통해 교환 주식을 교부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승계를 위한 밑그림 그리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현재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화재 지분은 59.5%, 메리츠증권 지분은 53.4%이다. 신주 발행과 포괄적 교환 후 조정호 회장의 지주 지분율은 현 75.8%에서 약 47%로 하락한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컨퍼런스콜에서 "과거에도 조 회장이 기업승계를 안하겠다고 천명했고 포괄적 주식교환 후 조 회장의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져 경영권이 현저히 약해진다"면서 "대주주의 지분 승계 계획 없다"고 강조했다.
◆ "조정호 회장, 기업승계 안 한다"...합병 이후 지분율 현 75.8%→47%로 하락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선제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특히 내년에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할때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 부회장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미래투자의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업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분기까지 실적이 좋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아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침체에 취약하다고 지적돼 왔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브릿지론과 본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비중은 88%(지난 6월말 기준, 한국신용평가)로 증권사 중 가장 높였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메리츠화재 본사 사옥 2020.09.03 0I087094891@newspim.com |
메리츠화재도 내년부터 새 국제 회계기준(IFRS17)과 금융당국이 준비중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 K-ICS)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 이후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지주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보험영업 및 자산운용 관련 의사결정 과정이 효율화 되고 유사시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역시 과거에 비해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호적인 배당을 발표함으로써 투자자들 사이에 우호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내년부터 최소 3년 이상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완전 자회사 편입 발표 다음날인 22일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 모두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그 반증이다. 증권가에서도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신한투자증권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완전자회사 편입에 따라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8조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완전 자회사 편입 발표 전날 시가총액 3조4000억원보다 134%나 높은 금액이다. 목표주가는 2만9000원에서 3만8000원으로 조정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고금리 여건과 비우호적 유동성 환경을 고려하면 (지주 편입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에서 높은 주주환원율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며 "메리츠화재도 자본규모가 급감한 상태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자본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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