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결격사유 해당"…복지부, 의사면허 취소
"위조사문서행사죄, 결격사유 범죄 해당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일반 사문서에 해당하는 간호기록부를 위조한 혐의로 집행유예가 확정된 의사에게 의사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서울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A씨는 2015년 1월 한 산모가 출산한 영아에게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혀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같은 해 3~4월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산모와 태아의 상태, 산모에게 취한 조치 내용 등을 허위로 작성한 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하는 등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죄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항소심과 대법원을 거쳐 그대로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A씨의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자 2020년 6월 의료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했다며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다.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형법 제233조(허위진단서작성죄), 제234조(위조사문서등행사죄)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의료인 결격사유로 두고 있다.
A씨는 "의료법에서 결격사유로 정한 위조사문서등행사죄는 허위 진단서·검안서 또는 생사에 관한 증명서에 관한 행사죄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일반 위조사문서에 관한 행사죄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형법 제234조는 사문서 위조·변조죄(231조),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232조), 허위진단서등작성죄(233조)에 의해 만들어진 문서를 행사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인데 의료인 결격사유 범죄는 제233조로 제한된다는 취지다.
반면 복지부 측은 "의료인이 형법 제234조를 위반한 경우 의료인 결격사유 및 의사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며 일반 위조사문서행사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A씨에게 면허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의료법에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4조는 제233조에서 정한 '허위진단서 등 작성죄'를 범해 작성된 문서를 행사하는 '허위진단서 등 행사죄'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를 의료인에 대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자 했다면 의료법에 형법 제231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규정했을 것"이라며 "위조사문서행사죄도 포함된다고 본다면 보건의료와 관련 없는 위조사문서행사죄를 범한 모든 의료인의 의사면허가 취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기록부가 허위진단서작성죄에서 정한 문서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원고가 보건의료에 관련된 문서인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행사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이 없는 한 이를 사유로 한 의사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확정된 원고의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에 대한 의사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복지부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도 "원심 판단에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복지부 측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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