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이혼자에 대한 비난 내용 포함… 명예훼손 해당"
대법 "구체적 사실 적시에 해당 안 돼…의견표현에 불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공연히 "이혼녀가 당산제에 참석했다"고 말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시 공무원이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대법은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에 관해 적시하고 있는 사실은 '피해자가 이혼했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여하면 부정을 탄다'는 인식이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서 이혼한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피해자에 관한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산제 참석과 관련해 피해자가 이혼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당산제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고 봤다.
대법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했다'는 것도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사실로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부산시 공무원인 A씨는 지난 2019년 1월8일 오후 부산 사상구 B동 주민자치위원 C씨와 휴대전화 통화로 이야기하던 중 "어제 열린 B동 당산제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D씨(피해자)도 참석해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서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튿날 주민들과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D씨는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산제는 부산 사상구 B동에서 매년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로, 과거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 등이 참석할 경우 부정을 탄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누구나 참석하고 있다.
1·2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으나 공무원 발언이 이혼한 사람에 대한 비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은 원심판결에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 적시와 의견 표현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부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