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여성·성 소수자·고령자 차별 등 인권 문제 대두
머스크의 직원 쥐어짜기 경영도 비판
ESG 고려·리스크 관리하는 기업 문화 필요
[편집자주] '여기는 실밸'은 돈과 인재가 몰리는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VC)들이 주목하고 있는 유망한 기업들을 소개합니다. 향후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있는 유망한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을 브리핑 해드립니다. '여기는 실밸'에서 실리콘밸리의 최신 산업 트렌드 및 기업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뉴스핌]김나래 특파원="실리콘밸리의 테슬라에서는 테슬라 차를 탄 직원들에게 발렛 서비스를 해준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TSLA)의 이 같은 기업 문화를 두고 실리콘밸리 내에서 설전이 있었던 적이 있다. 반응은 두 가지였다. '좋겠다'는 반응과 다른 하나는 '테슬라 차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는 것이었다. 전자는 대부분 테슬라의 차주였고, 후자는 테슬라 소유주가 아니였다. 테슬라 충전을 위한 발렛 로테이션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테슬라 직원들 간에도 역차별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팽팽했다.
이처럼 테슬라는 최근 실리콘밸리 답지 않은 기업문화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문화는 보통 근무가 자유롭고, 다국적이며 수평적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주가와 매출은 남부럽지 않은 회사가 됐지만, 테슬라 기업 문화의 성장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과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근본 없는 기업 문화는 늘 이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잘못된 문화는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걸맞는 기업 문화 형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끊이지 않는 테슬라 사건 사고에 소송…'곪을 대로 곪았다'
테슬라는 현재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소송과 맞먹을 만큼 많은 소송을 당하고 있다. 소송의 이유도 다양하다.
테슬라 전 직원은 최근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직할 당시 흑인으로 겪는 인종차별이 심한다고 회사 측에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이는 묵살됐고 결국 해고 조치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소장에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에서는 거의 모든 화장실에 나치 문양을 포함해 인종 차별적인 상징과 글귀가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이전에도 인종차별이나 성희롱과 관련해 여러 차례 제소됐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에는 프리몬트 공장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엘리베이터 운영 직원에게 1600억 원대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며 12월에는 프리몬트 공장과 LA 서비스센터의 전·현직 여직원 6명으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지난 몇 년간 인종 외에도 여성·성 소수자·고령자 차별 등 각종 인권 문제들이 수면 위에 올랐다. 테슬라의 정규직 직원들은 고용 관련 문제를 법원에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에 서명하고 있어 테슬라의 인권 문제들이 묻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문제들은 회사가 직원들에 대한 차별과 괴롭힘을 용납하는 기업 문화에서 비롯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끊임 없는 소송에도 여전히 테슬라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테슬라의 비밀유지 내부관행도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테슬라는 자사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시스템의 결함으로 추정되는 장면을 유튜브에 올린 직원을 해고했다. 당시 이 직원은 FSD 베타 기능의 장단점을 평가한 것뿐이고 회사 기밀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FSD 기능을 부적절하게 사용했고 리뷰 동영상을 게재한 것에 이해관계 충돌을 문제 삼았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엄격하며 정당한 이유를 동반한 해고 역시 자유롭다. 빅테크 기업 직원들 가운데 신제품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 유출이 될 경우 해고되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같이 일방적이며, 즉각적인 해고 사례는 드물다.
테슬라가 차량 결함 등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는 숨기려는 관행이 있다는 비판도 거세졌다. CNBC는 당시 테슬라는 고객과 직원들에게 자동차 관련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은 피해달라고 오랫동안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FSD 베타 시스템을 개발한 뒤 이 기능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내용 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다는 비밀유지 계약 강요 논란도 여전하다.
테슬라 모델3 [사진=뉴스핌 DB] |
◆머스크가 지배하는 테슬라...오너 리스크? or 리더십?
테슬라는 머스크의 생각이 곧 비전과 목표가 되는 회사다. 이에 테슬라 직원들은 "늘 우리만 죽어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머스크의 트윗으로 자사의 주식이 오를 때도, 우크라이나에게 스페이스 X의 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해 영웅이 될 때도 그랬다. 바로 머스크의 '직원 쥐어짜기 경영' 때문이다.
머스크의 톱다운 구조의 의사결정도 도마위에 올랐다. 머스크는 지난해 직원들에게 이메일 통해 자신의 지시를 받는 테슬라 경영진들에게 세 가지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틀렸다고 말하거나, 지시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거나, 복종하거나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하지 못한다면 경영진은 사임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 관계자들은 머스크의 '오더'에 토를 달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테슬라 직원 가운데 일부는 안전 소홀에 대해 지적한다. 테슬라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빅테크 기업들이 문을 닫았을 떄도 실리콘밸리에서 유일무이하게 출근을 시켰던 기업이기도 하다. 머스크 CEO는 2020년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이같은 접근법을 파시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생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의 안전도 위협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직원은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위반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예를 들면 테슬라가 비현실적인 생산 목표를 세우거나, 고객과의 약속을 이행한다는 명분으로 직원 안전을 위협하는 일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 급성장한 테슬라...기업문화도 끌어 올려야
테슬라는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어떤 기업보다도 급성장했다. 머스크 CEO는 6년 전, 애플의 팀 쿡 CEO에게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다. 당시 주력인 모델 3의 판매와 관련, 제조의 지연 등으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기업은 급성장해 작년 4분기 매출액 21조 원, 순이익 2조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시가총액은 102조원에 달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인력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10만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제는 테슬라도 현재의 수익보다는 가치가 좌우되는 문화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테슬라가 '친환경 차'라는 이미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기업으로 확장해왔지만, 현재와 같은 문화는 이제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테슬라 주주들은 지난해 주주 총회에서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을 위한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제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리스크 관리 기능 부재도 테슬라 기업 문화의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테슬라는 홍보팀을 해체하면서 현재 홍보 담당 부서가 없다. 머스크는 자신을 '언론 자유주의자'라고 자평하는데 이 같은 맥락에서 홍보 기능 부서를 두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의 리스크를 관리하고 중장기 측면에서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기업 문화나 관행 문제는 일단 뿌리를 내리면 고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0년 2월 웰스파고의 가짜 계좌 스캔들을 예로 들며 경영진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테슬라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겠지만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 "ESG를 생각하는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계속 자극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