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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내년 집값 하락한다는 정부, 자신하긴 이르다

기사입력 : 2021년12월30일 13:35

최종수정 : 2021년12월30일 13:35

상승폭 둔화됐지만 서울 주요지역 신고가 거래 여전
사실상 거래중단 상황에서 시세하락 단정 일러
시장분석 오류시 정책 실패로 이어져...예단 말아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 거래가 사실상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상승폭 둔화만으로 집값 하락을 단정할 수 있을까?

정부는 내년 집값 하락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매수 심리가 지난 8월 대비 절반 이하로 급격히 위축되며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집값 하락이 시간이 갈수록 더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집값 고점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산업2부 이동훈차장

유동성 축소와 금리인상, 공급확대 등으로 집값을 끌어내릴 조건이 갖춰졌다는 게 주된 근거다. 여기에 지난 10월 이후 두 달 연속 주간단위로 집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도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대로 본격적인 집값 하락세가 나타났다고 단언하긴 이른 측면이 있다. 이달 들어 광명과 동탄, 동두천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전반적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낮아진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울 주요 지역은 신고가를 동반하며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2년간 10억원 오른 아파트가 몇천만원 낮게 거래됐다고 하락 조정이냐"며 정부의 시선을 비웃기도 한다.

시장 참여자가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시세 변화를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들로 월등히 많아 매물이 쌓일 때 하락장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 지금은 다소 다르다. 매수세만큼 급매물도 없어 시세가 어느 한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장세다.

문제는 정부가 주택시장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면 정책 실패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20여 차례 크고 작은 대책을 쏟아냈음에도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한 원인이기도 하다.

내년 집값을 자극할 변수가 상당히 많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선거용 '포퓰리즘'이란 비판도 있지만 매물이 잠기고 집값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는 영향을 주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이 지역 인프라 확대와 개발 공약을 쏟아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발 기대감은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시세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임대차3법도 주택시장에서 주요 체크 포인트다. 8월이면 보증금 상한선 5%로 제한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 2년째를 맞는다. 청구권 권리를 사용했던 세입자는 4년간 올랐던 보증금을 부담해야 한다. 저렴한 지역을 찾아 이주하던지 매수시장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매수세가 늘면서 집값이 다시 상승장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공급불안도 여전하다. 민간시장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8년 23만9000가구에서 올해는 17만9000가구로 줄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도 3000여 가구로 전년 1만2000가구에서 급감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신도시, 택지지구 개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불안요소다. 공공·민간 아파트의 사전청약과 공공주도 정비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입주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수요층이 선호하는 지역이 아닌 곳도 많다는 문제가 있다.

바람과 현실을 구분해야 한다. 세밀하게 시장을 분석하지 못하면 주택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된다. 현실과 달리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 그동안 누더기 정책으로 많은 사람이 집과 관련해 불행한 시기를 보냈다. 불로소득과 투기를 차단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는 적극 지지한다. 다만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집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모두가 불편한 현실에 놓이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

 leed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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