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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와인 80잔 마셔보고 산다"…롯데 '보틀벙커' 애주가 성지 되나

기사입력 : 2021년12월30일 06:32

최종수정 : 2021년12월30일 06:32

국내 최대 규모 와인 전문점 오픈...80여 종 와인 시음
와인 바디감·당도 등 상품 설명 등 시각물은 부족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국내 판매되는 와인은 여기 다 있다고 보면 돼요. 빈티지 와인이 다양한 데다 80여종의 술을 마셔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최근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 메카로 불리고 있어요"

지난 29일 오전 9시경 서울 송파구 제타플렉스(ZETTAPLEX) 1층에 있는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Bottle Bunker)를 찾았다. 평일 아침 오픈 시간인 10시 전부터 매장 입구를 서성이던 20대 남성은 직원에게 묻지도 않고 빠르게 각기 다른 위스키 5병을 골라 바구니에 넣었다. 진열장에 1~2개만 있던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뒤따라온 다른 20대 남성들이 진열된 위스키 사진을 찍으며 텅 빈 매대 앞에서 탄식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5000여 종의 주류가 구비된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롯데마트에서 지난주 문을 연 이후 한정판 주류를 새벽부터 줄을 서서 사거나 빈티지 와인 구매에 수량 제한을 두는 등 마니아들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위스키 진열장이 상품 품절로 비어있다. 2021.12.29 aaa22@newspim.com

보틀벙커 개점 후 온라인 위스키 동호회에선 "부천서 지금 가는 데 멀리서 가는 만큼 1~2개는 건지면 좋겠어요"라며 온라인으로 실시간 구매를 인증하고 가격도 공유하는 글이 여럿이다. 글렌알라키와 발베니 등 인기 위스키는 재고 물량까지 모두 소진됐다. 이날 위스키 진열장 곳곳에는 품절로 텅 빈 매대가 10여 곳이 넘었다.

위스키 동호회 회원인 20대 후반 A 씨는 "주변 위스키 마니아들은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병이 아니라 박스째 산다"며 "위스키는 와인보다 보관하기도 쉽고, 희소한 제품은 국내 입고 물량도 적어 가격이 많이 뛰어 신발 리셀보다 가격대가 더 높다"고 말했다.

길게는 수 십년간 숙성하는 위스키의 특성상 해외 양조장에서 언제 입고될 지 알 수 없기에 인기 제품은 조기 품절 사태가 벌어진다. 더욱이 개점 세일로 위스키 가격대도 남대문이나 다른 곳보다 낮아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침 7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도 있었다"며 "위스키 수요는 높은데 공급 물량이 부족해 비행기로 상품을 공수 중"이라고 말했다.

상품의 사진을 찍던 소지섭 구름아 양조장 팀장은 "술에 관심이 많아 구입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생각했던 상품이 없어 고민 중"이라며 "위스키 포장이나 매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고 답했다.

◆ '와인을 콜라처럼 뽑아 먹고 즐기며 구매'...눈으로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시각물은 부족

사람들이 보틀벙커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한 곳에서 쇼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틀벙커는 매장 면적은 1322㎡(약 400평)로 수도권 내에선 최대 규모다. 술의 종류도 다양하다. 4000여 종의 와인뿐 아니라 1000여 종의 하드 리큐르인 위스키와 전통주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와인의 진하기인 바디감이나 당도 등 와인에 대한 기본 설명이 담긴 시각물은 없었다. 나라와 지역별로 분류된 와인 매대에선 상품 가격과 바코드 외엔 다른 정보를 찾기 힘들다. 와인 어플리케이션(앱)으로 해당 상품을 검색하거나 직원에게 문의해야 한다.

이승우 보틀벙커 점장은 "등산복을 입고 온 중년 부부도 있고 20대 커플 등 구매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며 "와인에 대한 지식이 많은 이들이 많아졌고, 3000ml·6000ml 등 대용량의 고가 와인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보틀벙커에서는 80여종의 와인을 잔으로 구매해 시음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021.12.29 aaa22@newspim.com

'와인 시음'도 다른 전문점과 차별적인 점이다. 보틀벙커에선 와인을 병으로 구매하기 전 미리 맛보며 즐길 수 있다. 보틀벙커 매장 오른쪽에는 와인을 뽑아 마실 수 있는 기계 10대가 있다. 계산대에서 종이로 된 '테이스팅탭 팔찌'를 구매하면 80여 종의 와인을 50ml씩 시음해볼 수 있다. 와인 한 잔당 가격은 3000~4만3000원까지 모두 다르다.

바게트 등 간단한 안주와 커피도 함께 판매한다. 스탠딩 테이블을 비롯해 앉아서 마실수 있는 카페형 테이블도 있다. 이날 매장에서는 평일 11시에도 약 20여 명의 손님들이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태블릿으로 신문을 보던 60대 남성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30대 여성과 20대 남성 등 다양한 이들이 오갔다.

또 다른 점은 고가의 와인 셀러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와인 전문점에선 고가의 와인을 보려면 셀러(와인 냉장고)안에서 꺼내야 한다. 그리고 직원에게 요청해 다른 공간으로 안내를 받는다. '보틀벙커'의 '그랑 크뤼'는 6개 세트에 8900만원인 '로마네콩티 2014' 등이 있는 최고급 와인 구역이다. 많은 이들이 오가며 와인을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이곳도 텅 빈 매대가 14여곳 이상 눈에 띄었다.

주류문화 칼럼니스트인 명욱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는 "고급 와인잔 등 와인 액세서리를 구비한 가정이 많아지는 등 집에서 즐기는 와인 '홈술'이 보편화 되면서 술에 대한 헤개모니가 바뀌었다"며 "5060세대에겐 밖에서 즐기는 과음하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위스키가 20대에겐 편의점에서 사서 집에서 마시는 술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와인 시장은 이미 안정화 단계에 와있고, 위스키 한정판 등 세계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 등 위스키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제타플렉스 전경 2021.12.29 aaa22@newspim.com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통 대형마트 상권을 3Km로 이내로 잡지만 제타플렉스는 강북과 비수도권 등 2·3차 상권까지 노리는 점포"라며 "목적성 구매가 많은 와인의 특성상 특정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멀리서 오는 고객이 있기에 이들이 다른 품목까지 구매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마트 잠실점을 대대적으로 재단장(리뉴얼)하면서 간판을 제타플렉스로 지난 23일 바꿔달았다. 10의 21제곱을 뜻하는 제타(ZETTA)와 결합된 공간을 뜻하는 플렉스(PLEX)의 합성어다. 제타플렉스의 전체 영업면적은 14214㎡(4300평)로 롯데마트 매장 중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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