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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59.1% "백신휴가는 무슨…쓰지도 못했다"

기사입력 : 2021년12월27일 12:38

최종수정 : 2021년12월27일 12:38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실직 경험 비정규직 33.3%-정규직 8% 4.2배 차이
"취약한 일터와 약자에 대한 특단 조치 있어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회사 대표가 코로나 백신 휴가가 별도로 지급되지 않으니 알아서 백신을 맞고 오라고 했습니다. 잔여백신 예약이 잡혀서 대표에게 외출을 요청했는데, 갑자기 왜 근무시간에 백신접종을 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회사 일이 바쁘니깐 백신은 주말에 맞으라고 합니다."

직장인 A씨가 이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사례다. A씨의 직장은 직원 10여 명이 재직하는 중소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정부는 3차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A씨처럼 백신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이 절반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7일 직장갑질 119가 공개한 '코로나19와 직장생활 변화 4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유급 백신휴가(1~2일)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이 59.1%, 정규직이 48%로 나타났다. 유급 백신휴가를 쓰지 못할 확률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높은 셈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정규직(48%)과 공공기관 종사자(26.6%), 민간 300명 이상 사업장(34%),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34.8%) 에서 '백신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평균를 밑돈 반면 여성(60.8%), 비정규직(59.1%), 5인 미만 사업장(61.9%), 5~30인 미만 사업장(65.1%), 임금 150만원 미만(62.8%),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60.3%) 등에서 백신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평균을 웃돌았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사내 불이익도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B씨는 백신 후유증이 심해 3차 접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얼마 전 '2차 접종 후 6개월 이내에 3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회사에 출입할 수 없다'는 공지가 나오자 B씨는 3차 백신을 맞지 않으면 해고되는 게 아닌지 불안함에 떨고 있다고 직장갑질 119는 전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의 백신 접종자에 대한 휴가 부여 방안이 단순 권고 사항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기업이 임의로 결정해서 백신 휴가를 부여하거나 연차유급휴가, 무급휴가 형태 등으로 사용하게 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백신휴가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하고 비용을 정부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2021 서울시 여성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2021.10.19 mironj19@newspim.com

◆소득도 양극화, 비정규직 실직 경험 33.3%

코로나19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 환경 격차도 더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33.3%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직을 경험했다는 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8%에 불과했다.

실직 경험자 중 실업급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2.2%로 조사됐다. 비정규직(64.4%), 5~30인 미만 사업장(77.1%), 임금 150만원 미만 사업장(70.6%)에서는 '실여급여를 못 받았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여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선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아서'(44.9%),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나 실여급여 수급자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28.8%) 순으로 나타났다.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율 역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더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정규직 비율은 46.5%로 정규직(17.3%)보다 2.7배 컸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인 고소득 노동자는 10.5%가 소득 감소를 경험한 반면 월 150만원 미만인 저소득 노동자는 소득 감소를 경험한 비율이 49.2%에 달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코로나와 관련해 현재 정부가 내놓은 노동정책은 전무한 상태"라며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올해 4월이 마지막이었고, 고용유지지원금도 기간 영장을 논의하지 않는 상황인데, 정부는 코로나19가 고용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대중의 인식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역대책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더욱 취약한 일터의 약자들에 대해서만이라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직장갑질 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3~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여명을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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