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나처럼 배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써 주세요. 의료비도 아껴가며 마련한 장학금입니다."
광주 남구 진월동에 거주하는 박덕임(85) 할머니의 장학금 기부가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박씨 할머니는 최근 진월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직원에게 "한글을 가르쳐줘서 고마웠다"고 말한 뒤 보라색 편지 봉투를 건네고 자리를 떠났다.
박덕임 할머니 [사진=광주 남구청] 2021.12.23 kh10890@newspim.com |
편지 봉투 겉면에는 수기로 작성한 할머니 이름과 거주지 주소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고, 봉투 안에는 의료비를 아껴가며 모은 현금 100만원이 담겨 있었다.
장학금을 기부한 이유는 가난으로 인해 글을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가슴 속 응어리를 문해교실을 통해 해소하게 된 고마움 때문이었다.
박씨 할머니는 맺힌 응어리를 남김없이 풀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남구청에서 실시한 문해교실을 찾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평생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박씨 할머니는 올해 열린 문해교실 글짓기 한마당에서 이해인 수녀의 '꽃밭에서' 시 작품을 필사본으로 제출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 너무 힘들게 살아와서 배우지 못했다. 우리 자식들도 다 알고 있고, 나처럼 배우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인재 육성을 위해 장학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린다"며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장학금은 지역사회 발전의 소중한 마중물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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