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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자영업자들 '위드 코로나'에도 한숨

기사입력 : 2021년11월16일 17:02

최종수정 : 2021년11월16일 17:03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렇게 해서 대출 다 갚으려면 10년은 걸릴 것 같아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작으로 자영업자들은 매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반복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급락해 빚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만난 최정숙(58) 씨는 5년 전부터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년간 약 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월 300만원이 넘는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아 빚을 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코로나19로 인해 건물 전체가 폐업하거나 휴업 중인 상가. 2021.08.23. parksj@newspim.com

최 씨는 "위드 코로나 한다고 손님이 조금 늘긴 했는데 지금 매출이라면 빚 다 갚는데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라고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이 위드 코로나 이후 매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뿐이라는 최 씨. 그는 "예전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가게 차린 게 후회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성희(32)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년 전 약 5000만원을 대출받아 카페를 창업했지만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빚이 늘었다.

장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반토막 난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며 "3년이면 적어도 대출금 절반은 갚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1000만원 정도가 늘었다"고 했다.

지난 7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제정됐지만 보상금이 너무 적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복구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지원 대상에 들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300만명에 달해 법 개정 등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30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편의점 점주 박모(62) 씨는 "지금까지 받은 지원금 200만원이 코로나 때문에 피해 본 것에 비하면 먼지만큼도 안 된다"고 했다.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남편과 2교대를 하며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들어오는 순수익은 200만원 가량. 지난해에는 수개월간 매출이 절반 넘게 줄어 월 순수익 50만원이 채 되지 않던 적도 있다. 박 씨는 "30년 전 슈퍼로 시작해 지금까지 여기 있는데 갈수록 상황이 나빠진다"고 한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한자영업자연합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백신패스 도입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2021.11.07 yooksa@newspim.com

서울 홍대거리 인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지연(50) 씨는 "코로나 이후로 매출이 70% 정도 줄어 직원 두 명을 해고하고 혼자 일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보상받고 싶어 노동부와 고용복지센터 등에 알아봤지만 대상이 아니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제정돼 지난달 8일 첫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통해 2021년 3분기 보상 기준이 발표됐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인 올해 7월부터의 손실만을 보상받을 수 있다. 또 법 시행령을 보면 보상 대상을 집합금지나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적용받은 경우로 한정한다. 행정조치의 직접적 대상이 아니거나, 행정조치로 피해를 당했더라도 영업시간이 아닌 인원, 장소 사용 등을 제한한 경우는 제외한다.

김 씨는 "우리도 코로나 때문에 피해봤는데 우리는 왜 보상을 못 받는 건지 모르겠다"며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너무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손실보상 대상 선정 기준이 모호한 점이 있고 합리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며 "외국 손실보상액에 비해 금액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제정 여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보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코로나19에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자영업자들"이라며 "피해 본 금액을 정확히 파악해서 확실히 보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금을 펑펑 뿌리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의지만 있으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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