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초기 펀드 설계 몰랐다…자금조달 하다 죄 뒤집어써"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1조원대 펀드사기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 받은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2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대표 측은 "죄를 뒤집어썼다"며 일부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부장판사)는 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대표와 이동열 이사, 윤석호 변호사, 운용본부 팀장 송모 씨,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 등 5명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김 대표 측은 "초기 범행에 대해서는 매우 억울하고 고의로 투자자들을 기망한 바 없다"며 "2017년 6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펀드사기 범행을 모른 채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개인재산도 투입하고 자금조달 창구역할을 하다가 죄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모습. 2020.06.30 pangbin@newspim.com |
그러면서 "대표라는 이유로 펀드 설정이나 운용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은 착시가 있지만, (범행을 주도한) 유현권은 자신이 운영한 것만 처벌받고 피고인은 전반에 대해 처벌받는 책임 역전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 변호인은 유현권 씨와 성지건설의 대주주인 박모 엠지비(MGB)파트너스 대표 사이 통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펀드 돌려막기와 관련해 유 고문이 '김재현 모르게 다 해놨다. MGB로 들어온 돈이 얼마인지 김재현이 아는 순간 곡소리 난다'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현권 고문은 "저의 죄를 모두 인정하고 김재현과 다투려는 마음은 없다"면서도 "제가 골든브릿지 증권에 재직했단 이유만으로 마치 펀드를 설계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실제로는 정영제 전 대체투자부문 대표와 김재현이 모든 것을 상의하고 설계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 대표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공공기관이 발주한 관급공사 매출채권(공사대금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속여 약 3200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조3526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졌다. 미회복 피해금액은 5542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들이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 등에 해당 투자금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윤 변호사는 2019년 2월 A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장악한 뒤 회사 자금 16억원을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횡령 혐의도 있다.
특히 김 대표와 윤 변호사, 옵티머스 운용본부 팀장 송 씨는 지난해 4~6월 펀드 판매사들의 실사 과정에서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에 투자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건설회사로부터 해당 매출채권을 양수했다는 허위 내용의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약 176장을 위조·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김 대표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여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동열 이사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 51억7500만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윤석호 변호사 역시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은 징역 7년과 벌금 3억원을, 송모 옵티머스 운용본부 팀장은 징역 3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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