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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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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 1/10이 난민, 절반 이상이 심각한 기아 상태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민생고에 급격한 무정부상태 돌입
세계적으로 1초에 한 명꼴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난민 발생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기후변화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게 승리를 안긴 결정적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탈레반의 승리를 제일 먼저 예견한 것은 미 CIA보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 Norwegian Refugee Council)였을 수도 있다.

NRC는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독립적 인도주의 기구로, 내전이나 기후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난민들을 돕고 있다. 이 기구는 현재 30개 이상 국가에서 난민 캠프 운영, 식량과 식수 조달, 피난처 제공, 법률적 지원과 교육 등으로 생명을 구하고 미래 재건을 돕는다.

NRC가 카불 함락 불과 이틀 전인 8월 13일 내놓은 보고서 <아프가니스탄,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On the brink of a major humanitarian crisis)>는 "아프간 난민은 현재 350만 명이 넘는다. 아울러 1800만 명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아프간 쿤드즈 지방에서 6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카불로 온 기후난민 자흐라 오마리(부르카 쓴 여인)가 신분증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 NRC 홈페이지 캡쳐] 2021.08.18 digibobos@newspim.com

아프간 인구는 약 3300만 명이다. 그러니 총 인구의 1/10 넘게 난민이고, 절반 넘는 인구가 심각한 기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1인당 GDP 세계 204위의 '정말 가난한' 나라에서 내전의 격화는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의 고통과 인도주의적 욕구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이 보고서에서 NRC의 아프간 책임자인 트레이시 반 히어든(Tracey Van Heerden)은  "우리는 중대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난민 가족들이 공포에 질려 카불로 도망쳐 왔다. 캠프는 초만원이며 아이들은 야외에서 자고 있다. 가족들은 음식을 두고 싸우고 있다"며 "우리는 이 상황이 전례없는 속도로 전국에 재현되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NRC는 미군 철수 이전에 "아프칸은 이미 가뭄과 코로나에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카불을 중심으로 한 몇 개 지역을 빼놓고는 행정과 치안 부재의 급격한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NRC 예상대로 탈레반 공세는 '전례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탈레반은 대부분 도시에서 이렇다 할 전투도 없이 그냥 무혈 입성했다. 

그러니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서도  "사실, 이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개됐다"는 토로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을 8월 말로 앞당겨 발표한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카불 함락 시점을 미군 철수 이후 6~12개월로 예상했다. 그러다가 3개월 내 함락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함락 불과 나흘 전인 11일에도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한 달 내 현실화'라는 정보당국의 예상을 보도했으나, 이마저도 틀렸다.

미국 정보당국은 기후변화라는 거대하고 무지막지한 상수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오로지 탈레반의 무력 공세라는 변수만을 염두에 두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NRC는 이미 탈레반으로부터 구호 활동을 보장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의 산악지대를 비롯해 지방 도시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해왔던 탈레반으로서는 아프칸의 심각한 상황을 모를 리 없다. 

아프간은 2018년부터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내전으로 인한 난민보다 가뭄으로 인한 난민 발생이 더 많다. 아프칸은 원래 강우량이 적은 나라다. 산악지대에 쌓인 눈이 부족한 강우량을 해결해줬다. 봄이 되면 이 눈이 녹아 하천과 강을 이룬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눈이 쌓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아프칸 국토의 80% 가량이 가뭄 상태고, 이중 절반은 '심각한 상태'다. 물 부족으로 인해 곡물 수확량도 절반으로 줄었고, 축산업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기아 상태라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쳤다. 돈다발을 싸들고 외국으로 도망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올 6월에 '국가 재난 상태'를 선언했다.

탈레반으로 인한 내전이 없었더라도 아프칸 난민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프간 뿐만 아니다. 폭염과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이란 등 중동 지역은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분류돼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이들 국가의 '소멸 시나리오'도 제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사막화에 취약한 지역을 나타내는 도표. 빨간색이 물 부족으로 인해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아프칸, 이라크, 이란 대부분이 해당된다. [사진=NRC 보고서 캡쳐] 2021.08.18 digibobos@newspim.com

현재 이란 남부 후제스탄주에서는 물 부족 사태를 항의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고 있고, 이란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지난 7월 15일 이후 10여명이 숨졌다. 이란은 5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 강수량은 평년의 52%밖에 안 된다. 주민 5백만 명이 단수로 고통을 겪고 있고, 농업과 축산업은 물론 수력발전까지 중단돼 전력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와 레바논 역시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져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계명대학교의 김해동 교수(기후학)은 "유럽의 난민 위기를 불러일으킨 시리아 내전도 기후변화로 인한 민생고가 배경이었다"며 "가뭄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민생고는 정부를 위협하는 최대 위기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성공의 최대 요인은 바로 그들이 겪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였던 셈이다.

사실 기후변화는 오래 전부터 역사의 큰 흐름을 뒤바꿀 정도로 작용해왔다. 17세기 조선에서도 소빙기의 약 0.6도 떨어진 기온으로 인해 최악의 대재앙을 맞았었다. 냉해, 우박, 폭설, 냉우, 지진, 가뭄, 홍수 등 하늘과 땅을 뒤덮은 자연재해가 발생해 농업이 붕괴되고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당시 '경신대기근'의 참상은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가 하면, 추워서 무덤을 파 시신의 수의를 훔쳐 입고, 마을마다 굶어 죽은 시체가 즐비하고, 심지어 인육을 먹는 일까지 벌어지는 생지옥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NRC는 매년 2600만 명, 1초에 한 명꼴로 기후변화로 인해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기후난민이 발생한다고 경고한다. 2045년에는 1억 350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김해동 교수는 "아프칸의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0.5%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탄소배출의 피해는 아프간처럼 저개발국가 국민에게 가장 먼저 돌아간다. 강대국과 잘 사는 5개 나라가 전체 배출량의 70%, 10개 나라가 90%를 차지한다.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노력은 이들 나라만 탄소배출을 억제하면 되지, 지구촌 전체가 나서야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역시 2016년까지는 탄소배출 증가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후깡패국가'였다(국제에너지기구 발표). 지금도 큰 개선은 없는 상황이다. 우리도 아프간 난민에 책임이 있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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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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