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표결 처리 두고 설전
與 "5번 논의" vs 野 "임대차 3법 경험"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짜 뉴스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안"이라며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법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여권은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표결로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 했다. 2021.08.10 leehs@newspim.com |
여야는 오후 2시 20분부터 7시까지 5시간 넘게 법안 찬반을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론 재갈법'이라며 법안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소위 토론 과정을 보면 여야 간 아주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첨예한 대립이 있었고 일부 사안에 대해선 합의를 유도할만한 여지도 있었다"며 "회의록을 보면 여당 안에서도 합의가 안 된 게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 27일 민주당 주도로 소위에서 개정안에 통과된 데 대해 "합법적인 국회 운영 원리에 맞게 안 됐다고 본다"며 "언론 규제 악법을 다루며 대안 문건을 보지도 않고 여당이 일방적으로 의결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대단히 어렵다. 우리도 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상임위 중심으로 신중히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담은 언론중재법 반대 의견은 죄다 무시된 채 개혁이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는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도 없던 언론 악법으로 즉각 문체위는 논의를 중단하라는 문자를 수도 없이 받고 있다"며 "숙의 과정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임대차 3법 등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실패한 법안들과 그 막대한 파장을 경험했다"며 "똑같은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같은당 김승수 의원도 "지난 소위 회의록, 녹취록을 보면 민주당 내부 이견에 대한 해소도 없이 의결에 이르렀다"며 "의결 이후에도 그 내용들에 대한 추가적 대안들도 상당 부분 전혀 논의 안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쟁점 법안을 두고 충분히 심도 있게 토의 해도 부족할 판에 내용도 이해 못한 채로 진행됐다고 하면 얼마나 창피한 일이냐"고 반문한 뒤, "기존 상식을 벗어난 소위 심의 절차를 인정할 수 없다. 제대로 된 소위 심사가 아니기에 지난 27일 소위 의결은 원천 무효다. 다시 이 안건을 소위에 회부해 더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우리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상임위 중심주의, 축조 심의 원칙들을 아주 태연하게 무너뜨리는 무서운 선례를 만들고 있다"며 "지난 27일 갑자기 가져온 안을 그 전에 보여준 적이 있나. 21대 국회 문체위가 국회사에 심각한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위헌 심판 소송 대상"이라고 반발했다.
최 의원은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법을 통과시키면, 올바른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위해 분명 시정돼야 한다. 다시 법안을 심사해서 무엇이 위헌적인지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사상 손해배상 보다 형법상 처벌 수단이 훨씬 더 피해 구제 방법으로 적합적이고 충분하다고 얘기한다"며 "형사처벌로도 충분히 가능한 걸 왜 지금 굳이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민사 손해배상을 적용하려 하냐"고 꼬집었다.
같은당 윤상현 의원 역시 "지금까지 민주당이 싸워오고 투쟁해온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법안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며 "내용, 가치, 절차를 한 번 생각해 봐라. 민주당스럽지 않다. 언론 오보에 대한 책임 부과, 사실상 언론 통제"라며 "이게 민주당의 가치에 맞나"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이어 "민주당의 정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법안이 될까 우려된다"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이 법안에 대한 유혹을 못 떨친다. 우리 언론 환경을 권력의 바람에 따라 넘어지는 풀 같이 만드는 게 한국을 위해 필요할까라는 원초적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달곤 국민의힘 간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에 언론사들이 들어와 있지 않고 유튜브에 중계가 되지 않고 있다며 항의하고 있다. 이날 문체위 전체회의에서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 했다. 2021.08.10 leehs@newspim.com |
반면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맏은 박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소위가 다소 매끄럽지 못해 야당에 불편을 끼친 데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논의 과정에서 합의를 못 해 대안 의결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니라 논의 내용 의견이 대안 의견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언론을 징벌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언론이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에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물리는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강조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거의 10년 만에 언론 환경에 따른 국민 피해 구제를 위해 저희가 많은 관심으로 벌써 작년 7월과 8월에 발의한 법안"이라며 "소위에서 5번이나 논의하고 수고했는데 상임위에서도 모든 걸 진솔하게 오픈하고 각각 쟁점에 대해 의견을 말해줘서 쟁점 합의가 가능한지 아니면 불가능한 면이 있는지 솔직히 얘기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당 전용기 의원 역시 "언론중재법은 지난해 6월 처음 발의됐고 최근 1년여 동안 야당에서 발의한 법안은 하나도 없다"며 "야당에서도 충분한 대안을 갖고 상임위에서 논의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임오경 의원은 "2010년부터 2021년 6월 말까지 언론중재위원회에 청구된 정정보도 신청은 5만 2270건, 피해 구제율은 74%"라며 "10건 중 7건은 정정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허위 정보, 가짜뉴스 유통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위원들 간 찬반 토론은 감정 싸움으로도 비화됐다.
유정주 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다른 법률안의 심사 때 불참한 것을 거론하며"기회가 있을 때 토론하지 않고 적법하게 통과된 것에 대해 다시 의견을 내거나 토를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극히 민주적이지 못한 발언으로 조금 충격적이다"고 맞받아쳤다.
도종환 문체위 위원장은 양당 간사 간 협의 끝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자 오후 7시 2분 "회의를 마치고 양당 간사들께서 접점을 찾기 위한 접촉들을 해달라"며 회의를 산회했다.
여야 간사는 추후 합의를 거쳐 다음 전체회의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단독 처리를 시도한다면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안건 조정위는 여야 간 이견 대립으로 조정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여야 각 3명씩 6명으로 구성되고 4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야당 몫의 안건조정위원에 포함하는 방법으로 위원회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조정위 구성을 놓고도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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