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조인성이 김윤석, 허준호, 구교환과 유려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뤄내는 집요한 인물 강대식으로 변신하면서다.
조인성은 2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를 뚫고 오랜만에 신작이자 대작 영화 '모가디슈'를 선보이는 소감을 말했다. 그는 "상황이 안좋지만 우리도 용기를 내봤다"면서 무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아올 관객들에게 영화를 자신있게 권했다.
영화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2021.07.28 |
"지금 상황이 안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영화계가 가만있기보다 선배님들이 기둥이 돼주고 계시고, 조심스레 인사드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그래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들께 조심스럽게 인사드리려 해요. 극장으로 많은 분들이 와달라고 직접적으로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더위를 피해서 오시는 분들껜 우리 영화도 있다고 한번 어필하고 싶어요."
모로코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되돌아보며 조인성은 "아프리카는 두 번째로 갔었다"고 말했다. 가는 길만 해도 온갖 환승 과정을 거치며 서른 시간 이상 가야 현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막연히 아프리카가 더울 거라 생각하시지만 지금의 한국의 무더위보단 덜덥다"면서 웃었다.
"그 지역은 그늘은 시원해요. 볕은 좀 뜨겁긴 하지만요. 체감상 지금 여기가 훨씬 더 더운 것 같아요. 하하. 일단은 영화를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 굉장히 막연했어요. 익숙한 동네가 아니다보니 촬영 이전에 어떻게 생활할지도 걱정이 됐죠. 어떻게 현지에 적응할 건가. 다행히 선발대로 갔던 코디 분이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전달해줬고 덕분에 슬기롭게 모로코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영화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2021.07.28 |
누군가는 불가능한 작업을 해냈다고 할 정도로 '모가디슈'의 모든 과정은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그래도 조인성은 김윤석, 허준호 두 선배가 든든하게 서있어서 꽤나 큰 힘을 받았음을 털어놨다. 오롯이 혼자 영화를 이끌어가야할 때와는 또 다른 배움도 있었다.
"전작들보다 이 작품에선 두 거목이 계셔서 또 류승완 감독님 덕에 배우로서는 제 몫에만 집중하면 됐어요. 더 심플하고 가벼운 마음이 들었고 오로지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선배들이랑 연기 앙상블의 위대함을 다시, 오랜만에 느낄 수 있어 행복했죠. 어쨌든 의지할 구석이 있어 여유도 있었고 저 자체가 굉장히 객관화돼서 현장에 놓여있기도 했어요. 영화는 저한텐 현실이에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를 늘 생각하죠. 잘 찍어야 하고 안전하게 잘 끝내야 하죠. 영화의 의미는 보시는 분들의 몫인 것 같아요. 아무쪼록 재밌게 우리가 느낀 감정들을 함께 느껴주시길 바랄 뿐이죠."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최악의 내전 상황, 쏟아지는 총탄을 뚫고 차를 운전해 탈출하는 액션은 보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이 느껴진다. 조인성은 이 장면 촬영 당시의 고충을 언급하며 현지 스태프들, 류승완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표현했다.
영화 '모가디슈'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2021.07.28 |
"카체이싱은 굉장히 힘들었죠. 차에 책을 붙여둬서 시야가 막히니 굉장히 긴장했고 여러 모로 불편했어요. 최대의 효과를 위해 안전장치를 다 하고 수십번 테이크를 통해 찍어낸 장면이에요.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뿌듯해요. 소음도 굉장히 심한데 현지 주민 여러분이 많이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처음부터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지?'했지만 역시 류 감독님이라 가능했죠. 어떻게든 찍어낼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그분 경험에서 오는 합리적 판단, 스태프들을 아우르는 힘, 결단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죠. 얼마나 많은 부담과 중압감에 힘들었겠어요. '순대국 남은 거 있냐'고 물어오실 땐 짠해보이기까지 했다니까요."
어쨌든 조인성이 연기한 캐릭터는 영화의 톤과 분위기를 조절하고, 중간에 흐름을 바꿔내기도 한다. 특히 강대식이 이마에 총구가 겨눠진 채로도 소리소리를 지르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장면은 꽤 많은 이들에게 인상깊게 다가올 법 하다. 모처럼의 연기 칭찬에 그는 쑥스러운듯 웃으면서도 주변으로 공을 돌렸다.
"사람이 총이 실제로 겨눠지면 이상한 공포심이 들어요. 안전장치는 해놨지만 오금이 저린달까요. 호랑이나,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마주쳤을 때의 느낌이 들어서 실제 감정이 투영된 것 같아요. 공포감을 이겨내기 위해서 더 안간힘을 쓰고 소리를 지르죠. 글쎄요. 만족스럽기보다 다행스러운 일이고 제 연기가 괜찮았다면 함께한 동료 배우들 덕분이라고 봐요. 연기는 혼자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꽃이 피려면 밭도 있어야 하고 비료도 줘야하고 관심도 필요하죠. 동료 배우들과 감독님의 사랑, 관심 덕에 잘 해낼 수 있었어요."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