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은 신기루"
"통합 난항→국민 실망으로 이어질 것"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이준석 돌풍'이 사그라들지 않자 국민의당 속내가 복잡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 도전에 나선 이준석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오랜 악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이 후보가 국민의힘과의 합당에 걸림돌이 될 거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양당은 야권 통합에는 합의한 상태지만 실무 논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 둔 상태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2021.05.31 kilroy023@newspim.com |
◆ 이준석 vs 안철수, 2016년 총선부터 이어 온 대립...권은희 "구태정치 모습 보여"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이 후보는 사적인 관계 뿐이어서 (양당 통합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그럴까"라며 "이 후보의 (안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공사를 넘나들면서 행동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합당을 숙의하는 국민의당을 향해 '소 값 잘 쳐주겠다'며 조직과 돈을 가진 기득권이 상대를 조롱하고 무릎 꿇게 하려는 구태정치의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데도 이 후보의 말처럼 사적인 관계일 뿐이어서 문제 없을까"라고 우려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지난 3일 "다른 당 전당대회 후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결례"라며 "국민의당의 다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되는 게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0일 "안 대표가 국민의당 전력의 99.9%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비유하자면 '소 값'은 후하게 쳐드리겠지만 갑자기 급조하고 있는 당협 조직이나 이런 것들은 한 푼도 쳐드릴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이 지난달 12일 국민의힘과 통합 논의를 앞두고 전국 253곳 지역위원장을 공모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선 가능성이 유력한 이 후보가 이같이 국민의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선을 긋자 합당 난기류를 느낀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제3지대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증되지 않은 이 후보의 리더십이 당대표 당선 이후 국민의힘을 위태롭게 할 수 있고, 이는 곧 국민의당이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포용력과 가장 동 떨어진 이 후보가 대표가 되면 통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 후보가 합당의 걸림돌이 된다면 야권 재편을 바라는 국민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분당될 거라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이 후보가 자신의 말재간을 주체할 수 없어 결국 자충수를 둘 거란 평가가 있다. 이 때 국민의당은 통합의 끈을 놓지 않고 주도해갈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와 안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이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각각 새누리당, 국민의당 소속으로 총선을 치렀던 이들은 안 대표가 당선된 이후 바른정당(새누리당 탈당파)과 국민의당의 합당으로 한 식구가 됐지만 보궐선거 공천을 놓고 대립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유승민계와 안철수계의 알력이 심각했는데, 안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생긴 노원병 보궐선거 자리를 두고 이 후보를 공천하려는 유승민계와 이를 막고자 하는 안철수계의 계파 갈등이 극에 달했다.
유승민계는 노원병 공동당협위원장을 하면서 지역을 갈고닦아온 이 후보의 출마가 맞다고 주장했으나, 안철수계는 과거 안 대표의 지역구였으니 국민의당 출신을 공천하는 게 옳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단독 후보 등록을 했던 이 후보는 공관위 표결에서 공천이 보류됐고 국민의당 출신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경선을 앞두고 후보 사퇴를 하면서 후보로 나서게 됐다.
이 후보가 지난 4·7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안 대표에) 부정적", "(안 대표는) 야권 전체로 봤을 때 A급 X맨"이라고 한 발언들 속엔 이같이 켜켜이 누적된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1.05.20 leehs@newspim.com |
◆ 나경원·주호영 "통합 물 건너가" vs 이준석 "安 스스로 합당 공언"
이 후보의 돌풍으로 안 대표와의 오랜 악연이 재조명되면서 당권 주자들은 "이 후보가 당선되면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물 건너 간다"는 공세를 펴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달 31일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안 대표의 편하지 않은 관계 때문에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통합이 어려워지면 보수대통합은 물 건너가는 것이고 후보단일화가 안 돼서 내년 대선이 정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안 대표는 본인의 입으로 합당을 공언했고 조건 없이 합당하겠다고 했다"며 "조건이 늘어나고 있으면 말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도 살펴봐야 되는 부분이 있다. 대중정치인으로서 안 대표의 가치를 저는 높게 존중한다"고 맞받았다.
공세는 '비읍 시옷' 막말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나 후보는 지난 1일 2차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안 대표가 있던 바른미래당에서 징계받은 것도 안 대표에 대해 매우 심한 말씀을 했다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녹취 파일이 나오면서..."라며 2년 전 이 후보가 바른미래당에서 징계 받았던 일을 거론했다.
지난 2019년 10월 당시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가 7개월 전(3월) 사석에서 안 대표에게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아 그의 최고위원직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바른정당계 간 내홍이 극으로 치달았던 시기다.
이에 이 후보는 "안 대표한테 했던 발언은 사석에서 했던 발언"이라며 "'안 대표가 그렇게 하면은 비읍 시옷 되는 거지' 라는 발언을 했지만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 대표가 저에게 공적인 관계에서 잘못했던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후보도 "안 대표와의 좋지 않았던 일 때문에 합당이 일그러질 수 있지 않겠냐"고 가세했고, 이 후보는 "(안 대표와) 바른미래당 시절을 같이 한 적 있고 따로 냉각기가 있었던 적도 있지만 제가 특별히 안 대표에 대해 악연이 있다고 해서 공적인 영역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제가 당대표 되면 오히려 최대 수혜자는 안철수 (대표)"라며 "제가 안 대표를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다 온 세상이 알기 때문에 조금만 불이익에 가까운 결과가 나와도 '이준석이 안철수 싫어해서 그런다' 이럴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여의도 바닥의 정치 지도자 중 안 대표랑 그렇게 궁합이 맞는 사람이 많느냐, 그건 아니다"라며 "결국은 누가 하든 공정하게 하면 되는 거다. 공사 구별은 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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